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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 벽시를 걸어 희망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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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시대, 벽시를 걸어 희망을 밝힌다"

백기완 소장, 노나메기 벽시 운동 시작

슬픔이더냐
네게 기대어 한없이 울리라
그리움이더냐
너를 부등켜안고 담쟁이처럼 기어오르리라
아픔이더냐
너를 뚫어 문을 내리라
절망이더냐
너를 허물어 길을 만들리라

여러 차례 시집을 내기도 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의 '다시 벽 앞에서'라는 시다. 이 시는 울 종로구 명륜동에 위치한 통일문제연구소 담벼락에 걸리기 위해 창작됐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노나메기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벽시운동'에 나섰다. 예술을 통해 대중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것과 동시에 사회의 모습을 명확하게 공유하겠다는 것.

16일 노나메기재단설립추진위원회(준) 등이 주최하고 통일문제연구소 앞에서 진행된 '벽시 걸기 행사'에 참석한 백기완 소장은 "우리 시대는 앞날이 암흑으로 돼 있다"며 "이걸 뒤집으려면 변혁적인 몸부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소장은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예술이자만 이제까지의 예술을 보면 촉기(느껴지는 기운)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백 소장은 "그런 예술을 보면서 벽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1998년에 처음 벽시를 연구소 앞에 내걸었을 때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백 소장은 "이제 와서는 젊은이들이 다시 벽시 운동을 하자고 해서 해보려 한다"며 "모든 이들이 나서서 벽시 운동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백기완 소장이 벽시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어려운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

노나메기재단설립추진위원회(준)은 '노나메기 벽시운동의 문을 엽니다'라는 글을 통해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선다'는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는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고 탈출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노나메기 운동을 통해 이 어려운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먼저 벽시 운동을 통해 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주며 사회의 모습을 정확하게 공유하고자 한다"며 "또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시작한 벽시 운동을 앞으로 여러 곳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매주 1회씩 벽시를 게재한다는 계획이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벽시 운동 범위를 넓혀 지방에까지도 확장할 방침이다. 올 연말에는 벽시 모음집을 출간하고 문학제도 열 계획이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규모가 있는 노동조합 등에도 벽시를 걸도록 할 방침"이라며 "또한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벽에 걸릴 시를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림 시인 "현실과 동떨이진 시는 감동이 없다"

이날 자리에는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 장터' 등으로 유명한 신경림 시인도 참석했다. 그는 벽시가 앞으로 나갈 방향을 두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신경림 시인은 "한국시의 문제는 시를 쓰는 시인도, 읽는 독자도 모두 모른다는 점"이라며 "그게 현재 한국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경림 시인은 "지금부터 만들어지는 벽시는 그런 풍조를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현재의 시들이 디지털 시대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경림 시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시가 많아지고 이런 시를 인정하는 게 지금의 모습"이라며 "하지만 감동은 현실과 떨어진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경림 시인은 "시는 그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시인은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표현 수단이 되는 국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림 시인은 "하지만 지금의 시는 국어를 되레 훼손시키고 있다"며 "벽시가 우리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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