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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가 삼척의 미래를 보여줬다"

"지진 가능성 낮아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 천만에!"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원전발전기 폭발이 이어지자 한국에서도 원전의 위험성을 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신규 원전을 유치하려는 지역에서는 원전 유치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자력원자력은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21조 원의 예산을 들여 1100MW 급 원전 6기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2월 말 마감한 부지선정 공모에는 삼척과 함께 울진과 영덕군이 유치 의사를 밝혀 경쟁 중이다. 한수원은 상반기 안에 이 가운데 2개 지역을 예정부지로 선정한 뒤, 부지 기초조사와 사전 환경성검토, 주민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2012년 12월까지 최종 부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원전 유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삼척시다. 도시 곳곳마다 원전 유치 기원 현수막을 붙여놓고 강한 유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2000여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원자력산업 유치 성공기원 범시민 한마음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시설 일부가 폭발하고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적지 않게 일고 있다.

▲ 9일 강원 삼척시 체육관에서 '삼척시 원자력산업 유치 성공기원 범시민 한마음 결의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일본 원전과 한국 원전에는 안전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삼척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건l이 발생했지만 원전 유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척시 관계자는 14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에 폭발한 후쿠시마 원자로와 삼척이 유치하려는 신규 원자로는 안전성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규 원자로는 우리나라가 UAE에 수출하는 원전으로 가압경수로(PWR)형"이라며 "일본 후쿠오카 원전은 비등경수로(BWR)로 오래 전 만들어진 원자로로 노후기종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원전은 진도 6.5의 지진에도 안전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만약 사태에도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5중 방호벽으로 건설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보다 지진 발생도 매우 적고 그 규모도 작다"며 "원전 유치는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등경수로(BWR) 방식의 일본 원자로와 달리 한국 원자력발전소 대부분은 가압경수로(PWR) 방식으로 건설됐다. 월성 1~4호기 외에 17기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이 방식으로 제작됐다.

두 방식의 차이는 '수증기를 만드는 장소'에서 차이를 보인다. 원전은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수증기로 만들어 이 수증기가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비등경수로는 원자로 내부에서 수증기를 만들고, 가압경수로는 고온 상태의 액체를 원자로 밖으로 빼내 증기발생기에서 수증기를 만들게 돼 있다.

"사고 나니 더 문제 있다고 말하는 건 '자기당착'

삼척시가 유치하려는 원자로가 이번에 폭발한 일본 원자로와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원자로 간 서로 장단점이 있을 뿐이지 어느 게 더 안전하고 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고가 나니 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굉장히 자가당착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에서는 한 번도 9.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에 내진 설계를 그에 맞춰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경우도 지진이 6.5 이상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진 수치를 6.5로 잡아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일본이 9.0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자만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원자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일본 원자로는 위험하고 한국 원자로는 안전하다며 홍보를 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보와 내용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원전 폭발과 관련해 TV와 신문에서는 실시간 속보로 그 위험과 파급력 등을 보도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 등에서는 연일 성명서 및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는 알져진 상황이다.

박홍표 삼척핵발전소백지화위원회 상임대표는 "그간 삼척시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부각시키며 원자로 유치에 나섰다"며 "이로 인해 원전의 위험성, 치명성 등은 가려져 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한 삼척시에서는 시장이 직접 원전 유치를 위해 나섰다"며 "이에 일반 사람들은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불이익을 당할까봐 제대로 나서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이번 핵발전소 폭발로 사람들의 핵에 관한 인식도 '안전'에서 '위험'으로 바뀌었고 직접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녹색연합, 참여연대, 에너지정의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환경·노동·시민단체 및 진보 정당들은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종합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이 천재(天災)라면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인재(天災)"라며 "세계에서 가장 대비가 잘 되어 있다는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는 '안전한 핵발전소'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인지, 자연의 재해 앞에서 인간의 대비라는 게 얼마나 무력한 것이지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가 삼척의 미래를 보여주는 건 아닌가"

실제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삼척시 홈페이지에는 30여 건의 원전 유치 반대 글이 올라왔다. 김문정 씨는 "삼척의 미래를 위해 세계적인 에너지 중심도시로 만들자고 삼척시는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혹시 일본 후쿠시마가 삼척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문정 씨는 "삼척시장을 비록한 공무원 및 통리반장 및 관변단체들은 유치한 현수막을 부끄러워 해야한다"며 "당장 현수막을 철거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원전 유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성 씨는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일본 열도를 뒤덮은 방사능 공포는 원자력발전소와 핵폭탄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생생히 보여 준다"며 "아무리 원전을 안전하고 튼튼히 짓는다고 해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정윤성 씨는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최근 몇 년간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규모도 커지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경북 월성 원전 부근의 바다 밑에는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도 학계에 보고가 됐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안전하다고만 한다. 이런 안전 과신이 바로 참화의 온상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척시는 원전 유치를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표 상임대표는 "삼척 시장은 일본 원전 폭발에도 주민투표를 부정하고 지속적으로 원전을 유치하겠다고 한다"며 "삼척 시민들에게, 그리고 일본인들에게 나쁜 표본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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