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장집 "복지국가, 도둑처럼 나타나는 게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장집 "복지국가, 도둑처럼 나타나는 게 아니다"

"정치적 뒷받침이 관건"…이정우 "구체적 청사진 보여줘야"

"오늘날의 스웨덴은 유감스럽게도 좋은 집이 못 된다. 정치적으로는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사회는 계급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국가 경제는 소수 특권층에 의해 좌우된다. 분에 넘치게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중략) 고통에 시달리며, 실직 상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의 스웨덴 사회는 사회 구성원 간의 진정한 '평등'을 요구받고 있다."

1928년 스웨덴 하원에서 페르 알빈 한손 사민당 지도자가 '인민의 가정, 국민의 가정'이라는 주제로 연설한 내용이다. 그는 이 연설을 한 4년 뒤인 1932년 스웨덴의 총리가 됐다. 80년이 지난 연설이지만 이 내용은 마치 현재의 한국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19세기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였던 스웨덴은 20세기에는 가장 이상적인 복지국가 모델로 추앙받는 나라가 됐다. 21세기에도 이러한 사실은 유효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스웨덴은 복지를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로 인정, 이를 바탕으로 복지 인프라를 갖춘 뒤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라는 점이다.

실제 스웨덴은 국내총생산의 30% 이상을 사회복지비에 지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사회복지비를 지출하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국민들은 수입의 50%를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내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받고 있는 복지에 국민 대부분은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도 근래 '복지'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인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국가재정이 어렵다,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다' 등이 반대 이유다.

이런 시기에 한국 사회에서 복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안착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필균 녹색교통운동 이사장이 쓴 '복지국가 스웨덴- 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 출판 기념회가 27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연회장에서 열렸다.

▲ 신필균 녹색교통운동 이사장이 쓴 '복지국가 스웨덴- 국민의 집으로 가는 길' 출판 기념회가 27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연회장에서 열렸다. ⓒ프레시안(허환주)

"복지국가, 어느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웨덴의 사회보장제도는 가난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닌,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보편주의 원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것의 특징은 수혜범위의 포괄성과 보장의 완벽성이다. 전체 인구의 1/3이 연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으며 국가에 의해 제공되는 혜택 정도가 거의 완벽해 사회보장에 의해 제공되는 시장 임금 대체율은 60~90%에 이른다.

이런 제도는 1889년 노동자보호 및 노동복지법이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13년 노령연금법이 마련된 뒤 1930년대 사회민주노동당 내각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복지정책이 추진됐다. 사회민주노동당은 주택 및 가족정책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조치를 취하며 안정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갖췄다.

스웨덴에서는 이미 100년 전에 마련된 복지 제도를 두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시기상조'라며 우려한다. 민주주의교육연구센터 소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복지 국가 건설은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도둑처럼 어느 순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많은 정치적 갈등과 투쟁이 부딪쳐서 나타나는 결과가 복지 국가"라며 "한국 사회의 경우 정치적으로 이 문제제기가 된 것은 거의 처음이라 앞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보수 집단(자본가)이 계몽되어 복지 국가를 만드는 데 동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생활에서 가장 강하게 필요로 하는 사회적 집단(생산자)이 정치적으로 활성화되는 게 복지국가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정치적인 것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정책적 내용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큰 진전을 이루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복지와 같은 사회 정책적 내용이 제시되면 다음에 나타나야 할 것은 정치적으로 이걸 어떻게 현실로 만드느냐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복지 국가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정우 경북대학교 교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고민했다. 이 교수는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잘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 구조를 바꾸고, 국민들에게 '복지 국가가 되면 '당신이 세금을 얼마 더 낸다, 덜 낸다, 중산층은 어떻다, 부유층은 어떻다' 이렇게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대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얼마인지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며 "세금을 20만 원 내는데 200만 원이 더 들어온다는 식으로 계층별로 이러한 혜택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보수층에서 말하는 '공짜'의 틀을 깨고, 병원, 학교 등을 걱정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걸 가감 없이 보여줘야 한다"며 "이러한 청사진을 진보개혁 세력이 잘 만들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흥식 서울대 교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주장했다. 조 교수는 "복지국가라는 게 꼭 이분화 되는 게 아니라 경제와 함께 가는 것"이라며 "이분법적 사고를 끊는 것은 공공성을 경제의 바탕으로 하고 있는 스웨덴에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포퓰리즘의 반대는 독식주의"라며 "혼자 먹겠다고 내놓지 않는 게 독식주의"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도 많이 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의무감과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놓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코뮨, 즉 공동체를 중요시 생각하며 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공감하는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공감하는 하나의 지표를 만드는 것"이라며 "넓은 시각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만기 사무처장은 "대중이 당연히 필요로 하는 복지라는 정책을 왜 대중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저소득층일수록 명확히 지지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민 처장은 "이는 복지라는 문제를 너무 개념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중과 함께 정치를 하고 대중과 함께 갈 때에만 대중이 당사자가 되고, 정치적 행위를 하고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민 처장은 "이렇게 갈 때만이 복지국가에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