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기차

[한윤수의 '오랑캐꽃']<335>

필리핀 사람 유팡코는 목청이 크다.
화통 삶아먹은 것 같다.
그가 뜨면,
조용하던 사무실이
기차가 막 도착한 시골 역처럼 소란해진다.

그는 프레스에 오른손 중지가 절단되어 근처 병원에 입원한 환자였다.
하지만 아무도 산재 신청을 해주지 않아서 찾아온 것이다. .
그의 일성(一聲)은 우렁찼다.
"나 산재 해줘요!"
안 해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얼른 신청해주었다.

한 달 후 두 번째로 찾아왔다.
"나 왜 월급 없어요?"
안 주면 박살날 것 같아서, 바로 휴업 급여를 받게 해주었다.

세 번째로 찾아온 것은 장해 급여 때문이었다. "손가락 짤린 돈 왜 안 줘요?"
마치 장비가 장판교(長坂橋)에 선 것 같은 기세다.
놀란 건 나뿐이 아니었다. 의사선생님과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재빠르게 움직여 240만 원을 받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것은 귀국 직전이었고 퇴직금 때문이었다.
"나 퇴직금 왜 쪼끔이야?"
소리가 어찌나 큰지, 기적(汽笛)처럼 들렸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는 퇴직금이 없는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를 붙잡을 욕심에 퇴직금은 아니지만 그에 맞먹는 적금을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적금 붓는 걸 중단해 버렸다. 생각해보시라. 산재를 당해 일도 못하는 놈한테 무슨 지극 정성이라고 적금을 계속 부어주겠나?

▲ 유팡코. ⓒ한윤수

이 문제만큼은 나도 손댈 수 없었다. 사장님이 법에 어긋난 짓을 한 게 아니니까.
그 대신 (사장님이) 국민연금을 과다 공제한 게 있어서, 국민연금공단에 부탁해 20만 원을 돌려받게 해주었다.

유팡코는 어제 떠났다.

이제 기차는 사라지고
다시 조용한 사무실이 되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