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 사건') 브로커 유상봉 씨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배건기 감찰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동아일보>는 유 씨의 지인 인터뷰를 통해 "2010년 3월께 유 씨가 배 팀장을 만나러 간다며 현금 5000만 원을 챙겼다"고 보도했다. 이어 유 씨의 지인은 "유 씨가 혼자 간다며 나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내려준 뒤 승용차로 청와대로 간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 씨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배건기 감찰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진술이 나와 유 씨의 증언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배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청에 파견됐던 경찰 출신으로 유 씨가 경찰 인맥을 로비에 적극 활용했음을 감안하면 배 씨에게도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 팀장은 비리 의혹에 연루된 데 책임을 지겠다며 9일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유 씨를 2009년경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으나 내 업무와는 무관해 더 만나지 않았다"며 "나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유 씨와 빨리 대질신문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바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배 팀장은 매우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경찰 관계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배 팀장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강 전 청장과는 자주 통화도 했고 2009년 배 팀장 딸 결혼식에 강 전 청장이 참석하기도 했었다.
조현오, '함바 비리' 관련 자체 검찰 조사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검찰에 소환된 10일 전국 총경 이상 경찰관 560여 명을 대상으로 '함바 비리'와 관련해 자체 감찰 조사에 나섰다.
조현오 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총경 이상 경찰지휘관에게 서한을 보내 브로커 유모 씨와 접촉했다면 양심 고백 차원에서 자진 신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사전에 신고한 사람에겐 최대한 관용을 베풀겠지만 신고 사실이 허위로 밝혀지거나 검찰 수사나 언론 취재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법과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혹할 정도로 엄정히 처리하겠다"고도 말했다.
조 청장은 "일선 서장 입장에서 경찰청장이 만나라고 하면 안 만날 수 있겠는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순경 한 사람도 위에서 부당한 지시가 오면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유 씨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에 대해 "조만간 치안정책연구소로 발령 낼 계획"이라며 "본인들이 부인하고 있지만 대기발령 성격을 띤 인사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조 청장은 "검찰 수사결과 기소가 안 되면 원상 복귀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울산경찰청은 김치원 울산경찰청 차장이, 광주경찰청은 김학역 경찰대 학생지도부장(경무관)이 각각 청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다.
강희락 전 청장, 일부 혐의 시인
조 청장은 총경 이상 경찰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초부터 연일 전·현직 지휘부의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경찰 조직 전체가 술렁이며 국민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유 씨를 만난 적이 있는지와 만났다면 만난 날짜와 장소, 만나게 된 경위, 청탁받은 내용, 청탁받은 내용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이날 오후 6시까지 상세히 보고하도록 했다.
검찰에 소환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11시간의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11일 오전 1시 30분께 귀가했다. 강 전 청장은 유 씨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지만 대부분의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검찰은 강 전 청장에 이어 유 씨에게 금품 3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도 조만간 소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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