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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니는 게 부끄럽다면…인생 한 방인데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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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다니는 게 부끄럽다면…인생 한 방인데 나와야지!"

['왜 도덕인가' 토론회] 김용철 변호사, 다시 '삼성을 생각한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있어야 하겠지만…. (부끄러우면) 인생 한 방인데 나와야죠!"

7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왜 도덕인가' 토론회에서 김용철 변호사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역시 '삼성'이었다. 2007년 양심 선언을 하고 나서, 최근에는 삼성 불매 운동에도 힘을 실어줬던 김 변호사는 사회자(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청중의 질문에 평소 고민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 임직원의 '부당 거래'?

김용철 변호사가 가장 난감해한 질문은 청중에게서 나왔다.

청중 : 삼성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희 일가가 잘못 아닌가? 삼성과 삼성 임직원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게 과연 맞는가?

김용철 :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때 2500명의 임직원이 소환을 당했다. 나 말고도 한두 명은 진실을 말할줄 알았다. 그런데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나중에 술 마시고 전화해서 '미안하다' 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이렇게 삼성을 다니는 임직원이 이건희 일가의 불법, 탈법을 알면서도 침묵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 아닌가?

한 번은 '뇌물로 누구를 매수해라' 이런 임무가 떨어졌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상대가 그 돈을 받지 않게 만들었다. '형님, 이거 이건희가 갖다 주라는데 받을 거요?' 이렇게 물으면 (검사) 대부분은 차마 돈을 못 받는다. 그래도 기어이 받는 사람이 있었다. 내 마음이 오죽했겠나. 그런 비리를 수사하던 사람이 (뇌물 청탁을) 해야 하니 당연히 마음의 병이 났다.

물론 생계 중요하다. 나 역시 아들을 비롯한 가족에게 수차례 이런 얘기를 들었다. "가족을 위해서 (삼성에 다니면서) 그냥 사시면 안 되느냐." 그렇게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계속 부끄러워하면서 삼성을 다녀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부끄럽다면) 인생 한 방인데 나와야지!

▲ 김용철 변호사. ⓒ프레시안(최형락)

김용철 변호사는 이렇게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이 자리에 나오는 게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대형 범죄만 잘 처리해도 도덕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범죄 행위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도덕을 이야기한다는 게 영 불편했던 것이다.

"지난 특검 때 (밝혔듯이) 삼성 비자금만 10조 원 정도 된다. 10조 원이면 대한민국 등록금 전액이다. 아까 우석훈 박사가 유럽 대학 등록금은 몇 십만 원에 그치는 수준이라 부럽다고 했는데, 그 돈이면 우석훈 박사가 말한 유럽식 대학 등록금, 우리도 할 수 있다.

나는 우리 사회가 굳이 도덕까지 이야기할 것도 없다고 본다. 이런 범죄만 제대로 다뤄도 훨씬 괜찮은 사회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 문제는 무엇인가

김용철 변호사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사회를 맡은 성공회대학교 김민웅 교수는 무상 급식과 복지 국가를 화두로 꺼내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을 요구했다.

김민웅 : 보수 세력은 무상 급식과 같은 복지 정책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약화시킨다고 이야기한다. 경쟁과 성취가 중요한 사회에서 복지가 보편화하면 이른바 '복지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김용철 : 양심 선언 때 친해진 신부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즘에는 신학대학교도 강남 학생만 들어와서 걱정이라고. 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강북의 가난한 학생은 신부가 되기도 어려운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웃을 살펴야 할 신부마저도 강남 학생 몫이 되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가?

그래서 나는 로스쿨 제도도 반대다. 졸업까지 생활비까지 염두에 두면 몇 억 원이 들어야 변호사 자격을 가질 수 있다면, 그런 사회야말로 계급 사회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무상 급식과 같은 복지 정책이야말로 이런 계급 사회로 가는 길을 가로막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정책이다.

김민웅 :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 급식과 같은 복지 정책을 '망국적 파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데….

김용철 : 세종로에 흉칙한 세종대왕상을 세우고, '한강 르네상스' 운운하는 쓸데없는 사업을 하는 돈으로 충분히 아이들 밥은 먹일 수 있지 않은가? 오세훈 시장이 저러는 걸 보면 자꾸 누구를 닮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최소한 한국이 밥은 학교에서 공짜로 먹일 수 있는 나라로 성장한 것 아닌가?

미국 헌법이나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자본주의라는 말은 안 나온다. 우리 헌법에는 오히려 재산권을 공공 이익에 맞게 행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나는 복지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문제가 많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정치인에도 보수 언론에도 속지 말고 시민이 나서야"

김용철 변호사는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정치인에게도, 보수 언론에도 속지 말고 시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정치인 이상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삼성에 들어가면 전부 취업을 잘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국민들 의식 속에 암암리에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싹트고 있어서 재벌과 언론, 정치인이 '부당 거래'를 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당한 거래를 깨기 위해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나는 삼성을 다니면서 내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돈으로 갖고 싶은 걸 다 갖게 되는 순간 눈빛이 탁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 자신도 (이건희 등과) 비슷한 사람이 돼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권력과 부를 확대할 고민만 하는 것은 불행한 영혼이 되는 것이다. 내가 삼성을 나온 이유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용철 변호사는 한때의 잘못을 회개하려는 듯 여건이 된다면 최대한 선한 일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그게 비록 '위선'으로 보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장애인을 가르치는 야학 교사도 하고 생각의 깊이를 넓히고자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도 공부한다.

이렇게 밖에서 본 세상은 그가 삼성 안에서 보던 세상보다 훨씬 더 문제가 많았다.

"어느 날 학생들이 수업을 계속 빠졌다. 알고 보니 시위를 나가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중증 장애인에 대한 예산이 대폭 깎여서 항의 시위를 한단다. 연평도 포격 때 자기들 월급은 슬그머니 올리는 국회의원들이 중증 장애인 예산이 깎아는 데는 누구 하나 말하는 이가 없었다. 이런 정치인을 믿는 것보다는 시민이 나서야 한다."

김용철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세상의 진실을 가리는 보수 언론을 놓고도 쓴소리를 했다.

"양심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 중 하나가 바로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보수 언론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조·중·동은 절대로 보지 말자. 아니, 조·중·동 보는 집과는 통혼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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