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오 청장은 음향대포를 두고 이미 안전성 검사를 거쳤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경고방송)'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전직 청장도 논란에 가세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장 재직 당시 음향대포 도입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제 3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집회 소음을 단속하는 경찰이 더 큰 소음을 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
연일 끊이지 않는 음향대포 논란. 음향대포는 과연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일까. 그리고 경찰청에서 실시했다는 안전성 검사는 유효했을까. 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43개 단체 주최로 음향대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 1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열린 지향성 음향 장비 시연회에서 시연회를 지켜보던 경찰관계자 및 기자들이 귀를 막고 있다. 경찰청은 음향대포라 불리는 지향성 음향 장비를 시위대 해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
"안전성 검사가 아닌 음향장비 성능 비교 분석하는 측정 검사였다"
이 자리에는 조현오 청장이 안전성 검사를 의뢰했다는 성굉모 서울대학교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성 소장은 우선 조 청장이 말한 것처럼 음향대포의 안전성을 검사한 게 아니라 "두 종류의 음향장비 성능을 비교 분석하는 측정 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성 소장은 "2010년 3월께 경찰청 관계자가 연구소를 방문해 구두로 미국 ATC사의 2가지 제품과 한국 SL Audio Lab사의 2가지 제품의 지향성 특성을 비교 측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향성 측정이란 소리가 얼마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나가는지를 알아보는 걸 의미한다.
성 소장은 "이후 기관 협력 차원에서 분석을 했고 그 결과를 경찰청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측정 결과는 공식적인 절차에 의한 측정이 아니어서 결과물도 공식적인 연구보고서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성 소장은 두 제품의 성능을 측정한 결과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 제품의 경우 공격용 주파수를 발생하는 데 적합했고, 한국 제품의 경우는 원거리에서 음성을 전달하는 데 적합했다"며 "이러한 검사 결과를 경찰청에 전달했으나 경찰청에서는 미국 제품을 구입하기로 최종결정했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용' 보다 '공격용'에 주안점을 뒀다는 증거다.
"미국에서는 무기로 규정, 안정성 규격은 없다"
성 소장은 "과거 한국 해군도 해적 소탕을 위해 경찰청에서 결정한 미국 제품을 구입했었지만 지금은 국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품의 경우 음향이 발사되는 반대편으로도 음향이 많이 방사돼 사용자들이 괴로움을 토로, 이를 교체했다는 것. 국내 제품의 경우 후방 방사가 거의 되지 않는다고 성 소장은 밝혔다.
성 소장은 "결국 지향성이 완벽하지 않은 음향대포 때문에 이를 켜야 하는 사용자의 귀 덮개가 벗겨질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5m 거리에서는 138데시벨의 소음에 노출 되는데 이 정도면 준 살인적인 음압 레벨"이라고 설명했다.
성 소장은 음향대포와 관련한 안전성 규격을 두고 전문적인 견해도 밝혔다. 성 소장은 "음향대포는 미국 국방부에서는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며 "무장 테러리스트나 해적 등을 제압할 때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음향대포는 제품 신뢰성 관련 군사규격은 있으나 안전성을 위한 규격이나 표준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그나마 군사규격은 제품의 튼튼함 등 국방부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한 적정 규격을 표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성 소장은 "공격용 모드로 사용될 경우 무기에 준하는 게 음향대포"라며 "결국 무기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사용자를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앞으로도 안전규격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의 자의적 판단으로 마음대로 위해성 장비 도입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음향대포 도입의 적법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도입하려고 하는 음향대포는 경찰장비규정에서 기타장비로 분류됐다"며 "하지만 기타장비는 상위법인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음향대포 등 위해성 경찰장비 분류기준에 대해 경직법이 어떠한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아 사실상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위험성 등과 상관없이 분류되고 있다"며 "대통령령인 경찰장비규정만 바꾸면 위해성이 큰 장비를 기타장비로 분류해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는 게 현행 법"이라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를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며 "위해성 경찰장비의 종류를 법률로 특정하고 새로운 경찰장비도입에 대한 일정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