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지회와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업체 ㄷ기업 관리부장 A 씨는 술자리에서 만난 하청업체 ㅎ기업 직원 유영하 씨의 뺨을 때리고 맥주병으로 머리를 가격했다. 또한 A 씨는 주방에서 식칼을 가져다 위협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전주공장 사내하청지회에서 대의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유 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현재 전주병원에서 후두부 출혈외상과 타박상으로 입원치료 중이다. 유 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진 A 씨도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 맥주병으로 가격당한 유 씨. ⓒ사노위 전북위원회 |
말싸움 끝에 식칼로 위협하고, 맥주병으로 머리 가격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유 씨는 이날 자신이 속한 ㅎ업체 관리소장 B 씨의 "현안 얘기 좀 하자"는 청을 거절하지 못해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우연히 술집에 먼저 와 있던 A 씨를 만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B 씨는 같이 합석을 할 것을 요구했으나 유 씨가 이를 거절했다. A 씨와 B 씨는 친구 사이이다.
유 씨는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자고 불러놓고 다른 업체 관리소장을 합석시키는 건 애초 목적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B 씨에게 말하면서 말싸움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흥분한 A 씨가 분을 참지 못하고 식당에 있던 식칼을 들고 내게 생명의 위협을 가했다"며 "관리소장(B 씨)이 말려 칼은 떨어뜨렸으나 옆에 있던 맥주로 내 머리를 가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단순 폭행사건?
노조 측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말싸움에 의한 폭행사건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강성희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사내하청지회장은 "가해자는 그간 업체에서 노조 탈퇴 공작을 벌인 사람"이라며 "얼마 전에는 사내하청지회에서 노조 가입 설명회를 하기 위해 가해자 소속 업체를 갔을 때, 이를 몸으로 막았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 아산, 울산, 전주공장 3개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7월 22일 대법원 불법파견 인정 판결 이후 비정규직 노조원 가입이 상당히 늘고 있다. 얼마 전, 전주공장에서는 17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내하청지회에 집단 가입 하기도 했다.
특히 A 씨가 속해 있는 업체의 경우 이전에는 한 명의 비정규직만이 조합원으로 있었지만, 현재는 총 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로 가입돼 있다. A 씨는 자신의 업체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여러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규 조합원의 처가까지 찾아가 노조탈퇴를 종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가 월차를 쓰려다 원청업체 관리자로부터 '식칼 테러'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지회가 설립됐고, 갈등이 오늘날에까지 이른 것이다.
"노조 활동을 하지 못하게 폭행을 가했다"
유 씨는 이번 사건을 "노조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추측했다. 유 씨는 "가해자가 노조 탄압을 일삼았던 사례를 정치조직 신문에 게재한 것과 최근 가해자 업체 사무실 앞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 내가 대표 발언을 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씨와 술자리를 가진 ㅎ업체 관리소장 B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유 씨와 할 이야기가 있어 술집을 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며 "노조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노조탄압을 위해서 작정하고 술자리를 만든 건 아니다"고 항변했다.
한편 현재까지 가해자인 A 씨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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