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만 되면 학교나 학원에 붙여지는 '축 A고교 S대 0명 합격' 등의 홍보 현수막을 강원도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강원도교육청은 각 학교와 학원에 홍보성 현수막 설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24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학교 간 위계서열화와 지나친 경쟁을 조장하는 각종 현수막에 대해 자율적으로 규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이는 전체 석차나 상급학교 진학, 출세한 동문 등을 현수막으로 알리는 일이 공해에 가깝고 예산낭비가 심하다는 취지로, 교육청은 이러한 홍보를 교내 게시판을 통해 이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학원총연합회강원도회'에도 공문을 보내 학원의 홍보를 위해 학생들을 도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교육청은 공문에서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합격을 축하해야 하지만 합격과 출세한 소수만을 위한 축하 현수막은 대다수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성적은 비록 낮지만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 배려해야 한다"고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청은 "최근 전국적으로 홍보와 수강생 모집을 목적으로 상급학교 진학생에 대한 자료를 사실과 다르게 이용함에 따라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사례를 가져올 수 있다"며 "사단법인 '한국학원총연합'에서 제정한 학원광고 자율규약을 철저히 이행해 허위광고 등이 차단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행 학원광고 자율규약에는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행위, 합격생 또는 경시대회 입상 학생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광고에 표기하면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행위,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거나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행위 등을 부당광고 금지행위로 정해 놓고 있다.
"현수막이 서열화 위화감 조성"
이에 앞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13일 주간업무협의회에서 "성적 홍보 현수막이 학교 서열화와 학생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입시경쟁, 학벌 사회, 출세지향주의를 부추기고 있어 자정 노력을 강구할 때"라며 일선학교에서 현수막 대신 교내 게시판 등을 통한 홍보를 촉구한 바 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학교에서 가장 손 쉽게 홍보할 수 있는 게 현수막이었다"며 "하지만 학교 내부에서도 관행적으로 이러한 것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문이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예산이 낭비되는 부분에 대해 학교 내부 구성원들도 반대해온 게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번 공문에 따라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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