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앞에 모인 150여 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손에 들고 함성을 외쳤다. 17일 방영될 예정이었던 <PD수첩>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에 의해 불방되자 연일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는 촛불이 켜지고 있다. 비가 오는 18일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주최로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PD수첩> 불방 소식을 접한 소감을 "황당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법원에서 방송을 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문화방송 사장이 자체 검열을 했다"며 "언론사 사장이 그래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무엇이 두려워 방영 불가를 내렸는지 모를 일"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자 우린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일정 진전도 이뤘다"며 "하지만 그것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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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무결방 역사, 사장이 직접 무너뜨렸다"
이근행 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장은 "20년 동안 결방한 적 없었던 역사가 김재철 사장에 의해 이번에 깨졌다"며 "정치 외압을 막는 역할을 하는 사장이 되레 직접 나서서 결방을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문화방송은 국장 책임제에 따라 프로그램이 제작되면 사장이나 경영진은 이를 건드릴 수 없게 돼 있다"며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기준과 원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폭거를 자행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본부장은 "문제는 이것이 1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앞으로도 정치적으로 예민한 방송들은 제재에 들어갈 게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주에는 반드시 <PD수첩>을 방영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며 "시민들이 도와주는 힘으로 공영방송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멍청한 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대로 방송이 됐다면 별 문제 없이 끝났을 일을 무리하게 막아서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이로 인해 몰랐던 국민들도 <PD수첩>의 중요성과 4대강 사업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청와대로 불려가 다시 조인트를 까일 짓을 한 셈"이라며 "자신 스스로 정권의 나팔수가 되려 했다가 되레 일을 그르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등은 <PD수첩>이 방영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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