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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저수지 둑 높이기', 곳곳에서 주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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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저수지 둑 높이기', 곳곳에서 주민 피해

보은·청양·진천·증평 등 반발…"둑 높이기 말고 둑 보강 절실"

정부의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되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불필요한 둑 높이기로 농지 침수 및 안개 발생으로 인한 농사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4대강 사업을 위한 둑 높이기보다, 노후 저수지 보강이 더욱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곳곳에서 '저수지 둑 높이기' 반대

충북 보은군 회인면 쌍암리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의 일환인 '쌍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주민서명을 11일 한국농촌공사 등에 보냈다.

주민들은 성명을 통해 "1984년 쌍암저수지 축조 당시 마을 일부가 수몰된 데다 안개 끼는 날 등이 늘어 농사에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주민희생을 강요하는 둑 높이기 공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당초 6m를 높이려다 주민 반발을 핑계 삼아 4m로 조정되는 등 졸속 추진되고 있다"며 "주민의견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농경지 수몰과 농사 피해다. 둑을 높여 저수량을 늘리면 저지대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은 물론, 안개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인근 농경지의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140여역 원이다.

충남 청양군 운곡면의 '신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도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저수지로 인해 주변 기온이 내려가 농작물 생육이 더디고 탄저병 등의 피해가 발생하며, 저수지 내부도 녹조현상으로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데 둑을 높여 저수량을 늘리는 사업을 할 때냐는 것이다. 이 저수지에 투입되는 예산은 102억여 원.

충북 진천군 '백곡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도 주민들 반발로 설명회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 하고 있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저수지 둑을 2m 높여 저수량을 48만8000t을 늘이는데, 주변 상가 7채와 주택 6채 등 13채의 가옥과 농지 18ha가 침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곳 사업비는 690여억 원이다.

충북 증평군 '삼기 저수지', 괴산군 '소수 저수지', 제천군 '비룡담 저수지', 강원 춘천시 '원창 저수지' 등도 둑 높이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 "현재 저수량으로도 홍수도 안 나고 농업용수 공급에도 지장이 없는데 왜 둑을 높여 물을 늘리냐"는 것이다.

▲ 한국농어촌공사 괴산지사가 추진하는 증평 삼기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주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시스

전남 담양 소쇄원 인근의 '광주호'도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둑 높이기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영산강 지키기 광주전남 시민행동'에 따르면 둑 높이를 2.6m 높이면 수심이 2.57m 높아지는데, 광주호 주변은 시와 가사문학의 산실로 주변 농지는 물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호수생태공원이 함께 수몰된다는 것이다. 시민행동은 특히 "광주호 일대는 가뭄과 홍수 피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영산강)을 위해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둑 높이기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둑 높이기 113곳 중 96곳이 4대강 주변

이와 같이 한국농어촌공사가 대대적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나서는 것은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다. 둑 높이기 사업은 113곳에서 추진되는데 4대강 유역 내의 저수지가 96곳으로 집중돼 있다. 농어촌공사는 "추가 확보된 수자원을 활용해 우선 부족한 농업용수를 보충공급하고, 남는 물을 갈수기 하천으로 흘려보내 농어촌 소하천의 수생태계 보존 및 4대강의 수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4대강 유량 확보용'이라는 것인데, 정작 주변 주민들은 '농업용수 확보'라는 목적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다. 현재의 저수량으로도 용수 부족을 느낀 적이 없음에도 저수량을 늘려 농사 피해만 가중 시킨다는 것이다.

'둑 보강'이 더 절실…86.7% 노후 저수지

농민들을 위해서는 '둑 높이기' 보다는 '둑 보강'이 더 절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강원 속초·고성·양양)은 보도자료를 통해 "전국의 저수지 중 86.7%가 노후화됐다"며 "논란 많은 4대강 사업보다 안전마저 위협받는 노후 저수지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송훈석 의원실.

송 의원은 "농어촌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3333곳의 저수지 가운데 30년 이상된 노후 저수지가 86.7%인 2891곳에 달하고, 60년인 내용연수가 경과된 저수지도 46.8%인 1561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송 의원에 따르면 4.39개의 양·배수장도 25.6%(1032개)가 노후시설이고, 내용연수인 40년을 초과한 시설만도 12%(484개)에 달하며, 취입보 시설도 70.9%가 30년 이상 노후시설인 것으로 분석됐다.

송 의원은 "농어촌공사는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유역에서 파낸 토사 등으로 저수지에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처럼 안전도가 심각한 노후 저수지들이 수두룩한 상황"이라며 "환경파괴와 타당성 부족 등으로 논란 많은 4대강 정비사업보다는 전국에 산재한 노후 저수지 정비사업을 추진해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영농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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