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4일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경찰관에게 문책을 하도록 하고 재발방지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간 인종차별 문제로 여러 번 진정이 접수됐지만 권고조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정인 한 모(30) 씨는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와 귀가하던 버스에서 한국인 남성으로부터 '냄새나는 자식', '조선X이 새까만 외국X랑 사귀니 기분이 어떠냐' 등의 폭언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며 2009년 8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담당 경찰관들은 보노짓 후세인 교수의 처벌의사가 명백함에도 반복적으로 합의를 권유하고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호송 차량 안에서는 가해자에게 "양복까지 입으시고 좋게 생기신 분이 왜 여기서 힘들게 사는 사람한테 그랬어요" 등의 발언을 했다.
또한 보노짓 후세인 교수의 신분 확인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와 설명 없이 상당기간 후세인 교수의 신분증을 돌려주지 않고 나이와 직업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뿐만 아니라 내국인인 한 모 씨와 가해자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도, 후세인 교수에게는 반말 투로 하대하는 듯한 언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는 인종차별적 모욕사건 피해자 및 관련자를 대우함에 있어 갖춰야 할 차별취급 금지의무를 소흘히 한 것"이라며 "헌법 제10조 및 제1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의 인격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비록 관련 경찰관의 언행이 직접적이고 고의성을 띤 인권침해 행위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다분히 인종적·문화적 편견에 따른 관행적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법 집행 경찰공무원의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개선하고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작년 7월 10일 오후 9시께, 진정인 한 모씨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가해자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고 경찰에 이를 고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에서는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는 국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첫 사례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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