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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안이 학생을 '예비투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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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안이 학생을 '예비투사'로 만든다?

쟁점으로 부상한 인권조례…청소년 "조례안 통과되면 집회 안 한다"

"▲ 학생인권조례
-인권으로 포장한 학생을 향한 인기영합정책
-가치관이 정립되기 이전인 청소년을 거리의 투사로 키우겠다는 교육 아나키즘 선언
-학생인권조례야말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 저해"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8일 발송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학생인권조례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상곤 경기교육감에 이어 경기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만든 곽노현 교수가 서울교육감에 취임하면서 보수 진영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학생인권조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핵심 이유는 뭘까.

머리 모양까지 정해진 틀을 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학칙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안은 지난 2009년 12월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제정 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조례안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5장 48조로 이뤄져 있는 조례안에는 △두발 및 복장 자유화 △체벌 금지 △야간학습과 보충수업 선택권 △휴대전화 소지 허용 △핵생의 학교 운영과 교육정책 참여 △사상의 자유와 교내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사항은 두발 및 복장 자유화와 같이 학생들에게 금기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학교 규정을 다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서울 소재 J 고등학교에서는 '용의 복장 규정' 학칙을 두고 앞머리는 눈을 덮지 않고 뒷머리는 목선 절반을 넘지 않아야 하며 옆머리는 귀가 보여야 한다는 등 두발과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해 놓고 있다.

K 고등학교는 '앞 머리는 눈썹 위, 뒷 머리는 옷 깃에 스칠 정도'로 규정하고 있고, K여고의 경우는 머리 모양까지도 단발, 묶는 형태, 쇼트커트 셋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한 교복 위에 입는 코트의 경우도 검정, 남색, 회색 등 정해진 색깔만을 입도록 돼 있다.

▲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3층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준비 서울모임 주최로 열린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토론회'에서 박경석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가 여는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최근의 첨예한 갈등은 휴대전화 문제다.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서는 교과수업 시간 및 시험기간 및 특별활동 등 학교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모든 시간에 사용제한을 두고 있다. 이 시간에는 전원을 꺼둬야 하고 책상 서랍 등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인권조례안이 통과되면 학생들을 관리하기란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지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선 인권조례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례가 강제적인 것도 아니다. 경기도 조례안에 따르면 "학생의 인권에 대한 제한은 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교육의 목적상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학생이 그 제·개정에 참여한 학칙 등 학교 규정으로써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별로 필요에 따라 두발·복장 제한 규정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껏 엄격히 제한된 청소년들의 정치활동

한 서울 시내 중학교 교사는 "두발을 '단정함'의 수준에서 제한하고 있지만, '길이 3cm 이하' 제한을 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면서 "세대 간의 인식차가 크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발이나 복장 보다는 오히려 조례가 제정되면 학교 측이 학생들과 '학칙'을 협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이를 용납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조례가 제정되면 이를 근거로 학생들이 반항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인권조례에 명시돼 있는 △사상의 자유와 교내 집회 결사의 자유 때문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미성숙'된 청소년들이 몇몇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끌려 다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수단체에서 학생을 선동투쟁의 예비투사로 만든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중앙일보>는 8일자 사설을 통해 "혹시라도 아직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추악한 정치판 싸움에 끌어들여 '홍위병' 노릇을 시키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를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향해서도 "인권조례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3년 전 광우병 사태 때처럼 철없는 아이들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는 비교육적 행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 7월, 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를 하려 했던 고등학교 2학년 A씨는 학생회 담당 부장교사가 추천을 거부해 입후보를 하지 못했다. 부장교사는 A씨가 교칙개정 활동을 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학생회장 선거 후보자 추천을 거부했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학생회 담당 부장교사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2007년 5월에는 점심시간에 중학생 150여 명이 학생인권, 두발 자유를 외치며 학내에서 집회를 열었다가 체벌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들은 집회를 강제해산시키고 당일 날 5교시 수업을 정규 수업 대신 정신 교육으로 대체했다.

정신 교육은 학교장 훈시, 생활지도부장 훈시, 체벌 순으로 진행됐다. 집회를 주도한 20여 명의 학생들은 발바닥을 20여 대 맞는 체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고 집회 참가자 부모들을 학교로 불렀다.

2008년 2월에는 허가받지 않은 전단지를 교내에 배포했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진술서를 요구하고 선도절차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이 학생은 교실 내 한쪽에 청소년인권 관련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놓아두었다. 인권위는 이러한 사안을 두고 주의 및 제도 보완 권고를 내렸다.

"조례안 통과되면 학교 내에서 집회하는 일은 없을 것"

인권조례가 통과되면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될 거라는 주장을 두고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학생들이 가지는 불만이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집회를 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생들이 가장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발과 복장 규제 등이다.

공현 씨는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집회 등을 한다면 학교에 요구사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학교와 대화를 통해 요구사항이 관철된다면 그런 집회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현 씨는 "조례안이 통과돼 지금보다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우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우리 역시 애써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며 청소년을 교육의 대상과 함께 대화의 대상으로도 봐달라고 요구했다.

공현 씨는 또한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는 미성숙 된 청소년들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 선동돼 정치적 집회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청소년들은 자신 스스로 주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라며 그런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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