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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환자쏠림' 막으려다 돈없는 환자만 피해"

'병원 초기 진찰료 전액 환자 부담' 복지부 방침에 시민단체 반발

보건복지가족부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 완화" 등을 이유로 종합병원 진찰료에서의 환자 부담률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자 시민단체가 "저소득층 중증 환자의 접근성만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복지부는 대형병원 외래진료 적정화 방안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외래 본인부담률을 대폭 인상하는 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 한국백혈병환우회 등으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는 7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란 명분하에 환자의 의료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병원에서의 환자 본인부담 진찰료 대폭 인상

현재 복지부가 추진 중인 대형병원 외래진료 적정화 방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 317개 종합병원급에서 외래진료 시 받고 있는 초기 진찰료 1만4940원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는 병원급에서도 동일하다.

기존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초기 진찰료 1만6450원 만을 전액 본인부담으로 인정하고 병상 30개 이상의 병원급(1만3430원)과 100개 이상의 종합병원급(1만4940원)에서는 각각 40%와 50%만을 환자본인 부담으로 해왔다. 나머지는 보험 재정에서 충당했다.

또한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초기 진찰료 이외의 검사비, 치료비 등 진료비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현재 60%에서 70~8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런 본인부담률을 적용받게 될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44곳이다. 복지부는 감기 등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2009년 7월, 50%였던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을 60%로 인상한 바 있다.

▲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는 7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란 명분하에 환자의 의료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추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복지부에서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의 진료 비중을 높이고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대형병원의 환자본인 부담률을 대폭 올리기로 결정했다. 경미한 증상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할 경우, 본인 부담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불필요한 병원 이용이 과다하다는 것. 이는 보험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 6.8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1.8회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외래진료비 증가율이 종합전문병원은 13.2%인 반면 의원급 병원은 6%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소득 중증외래환자들이 진료를 포기하게 될 것"

시민단체에서도 이러한 환자 쏠림 현상을 부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시하는 환자본인 부담률 인상안이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되레 저소득층의 병원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늘리더라도 경제적이 여유가 있거나 실손 보험에 들어있는 환자의 경우 계속해서 대형병원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작년에 외래환자 쏠림을 막는다며 상급종합병원의 외래환자 본인 부담률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대형병원에서의 외래환자 이용률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은 "문제는 높은 본인부담으로 대형병원을 이용해야 할 저소득층 중증외래환자들이 필요한 진료를 포기하게 될 수 있다"며 "결국 가난한 환자들의 접근권만 제한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본인 부담률 인상은 의료체계 전반적인 검토 없이 제시된 임기응변식 정책"이라며 "환자 쏠림 해결방안은 의료공급자의 책임과 의료공급시스템의 문제를 배제한 채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려면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는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경증질환을 치료하며, 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의원에서 의뢰받은 중증질환자들의 입원 치료를 전담하고, 최상급 의료기관인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최중증질환자의 치료와 연구를 중심에 두고 표준 진료를 개발해 의료기관에 보급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며 의료기능 간 기능분담을 통한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촉구했다.

"해외에서도 시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은 "대형병원에서의 환자본인부담률 인상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연구했다"며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위원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정부의 재정 절감은 이뤄졌지만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은 줄어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은 확실히 줄었다는 점"이라며 "이번 안은 건강보험재정 지출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저소득층의 병원이용 감소 등 형평성에서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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