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넘으면 개그맨 지원도 못 해?

인권위 신인 공채 연령 제한에 제동…KBS "나이 많으면 신인 활동 불가능"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방송(KBS)의 신인 코미디언 지원 자격 나이 제한을 폐지할 것을 1일 권고했다. KBS는 코미디언 지원 자격을 지난 20여 년간 만 18세 이상 30세 이하로 규정해 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신인 코미디언을 모집하면서 지원연령을 만 18세 이상 30세 이하로 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해당사 사장에게 신인 코미디언 지원 자격을 나이 기준으로 제한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 KBS의 2010년도 신인 코미디언 모집 공고.

인권위는 "모집·채용을 포함한 고용과 관련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에서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한 연령차별금지법 제4조의 제1항 제1호에서는 모집·채용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시정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KBS 측은 "연예인들 데뷔 나이가 어려지기에 만 30세 이후 합격한 사람에 대해 몇 년 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신인으로 방송활동을 시작하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지원자격 연령을 제한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신인을 뽑는 것이 목적이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신인 연기자의 나이를 제한해 선발하는 것은 방송사의 재량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비교적 위계질서가 강한 개그계의 풍토가 신인 모집 공고에서도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권위는 이를 두고 "30세를 초과했다고 해서 몇 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방송활동을 시작할 수 없거나 방송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며 "신인 코미디언의 능력 보유 여부는 연령에 의해 일률적으로 재단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KBS 측은 나이 제한이 방송사의 재량이라고 주장하나 타 방송사의 경우 응시 상한연령을 두지 않고 있다"며 "공영방송사인 KBS는 연령을 이유로 차별하는 관행을 해소하고 공적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09년 문화방송(MBC) 18기, 서울방송(SBS)의 11기 신인개그맨 공모에서 응모자격 상한연령을 두지 않았다.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박휘순 씨는 세 번의 낙방 끝에 2005년 KBS 공채에 29세의 나이로 가까스로 합격했다. 만약 2005년에도 떨어졌으면 박 씨는 KBS에서는 응시기회도 갖지 못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