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육자치 훼손하는 중앙정부, 함께 목소리 내겠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육자치 훼손하는 중앙정부, 함께 목소리 내겠다"

[대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를 만난 정치학자 박동천

"대한민국 국민은 다 교육 전문가"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텔레비전 채널은 드라마와 스포츠 중계에만 맞춰두고 신문은 아예 펼치지도 않는 사람도, 그래서 '4대강'이나 '세종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버거워하는 사람도, '교육 문제'에 대해서라면 달라진다. 한 시간 떠드는 건 일도 아니다. 당연하다. 학교는 누구나 다녔으니까.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누구나 학교에 보내야 하니까. 그래서 누구나 입시경쟁으로 괴로워했고, 교실에서 이뤄지는 체벌에 누구나 익숙하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다들 잘 알고 있는 문제가,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계속 꼬여만 간다. 왜 그럴까?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대개는 말이 짧아진다. 누구 하나를 콕 집어서 책임을 뒤집어씌우기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뒷짐 지고 서서 "구조적인 문제라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말에 신명이 붙지 않을 밖에.

다음달 1일 취임하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선거 출마 결정을 내릴 당시부터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협치'(協治, Governance)였다. 선거에 당선돼 권력을 위임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결정에서 전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행정기구의 수장이 '고독한 결단'을 내리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긴밀한 대화를 나누면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협치'다.

그런데 누구나 한마디씩 해 왔던 교육 문제를 푸는데 윗사람이 결정권을 독점하는 관료들의 방식이 별 도움이 안 됐다는 점은 이미 드러났다. 그렇다면, 곽 당선자가 강조하는 협치 방식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실제로 그는 당선 직후 교육에 관한 민의를 대변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런 역할이 성공한다면, 쌓이는 불평불만을 제대로 털어놓을 출구가 없었던 한국 교육은 조리있는 사회자, 설득력 있는 대변인을 얻게 된다.

곽 당선자와 박동천 전북대 교수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교육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당선자의 생각을 들여다보기에는, 어쩌면 정치학자가 제격이겠다 싶었던 게다. 물론, 곽 당선자와 박 교수가 서로에 대해 궁금해 한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난 24일,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곽 당선자와 박 교수가 만났다. 이야기를 마친 뒤, 박 교수는 "당선자가 자신만만해 보인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곽 당선자는 인권, 협치, 민주주의 등 평소 강조했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말을 풀어갔다. 동시에 이런 키워드는 '편 가르기'를 경계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진보건, 보수건 거부할 수 없는 게 인권과 민주주의다.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 위에서 교육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게 곽 당선자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교실은 사회의 속살' 깨달음이 교육감 출마로 내몰았다"

박동천 : 무척 바빠 보인다. 행정조직을 이끄는 경험이 낯설 텐데, 잘 적응하는 듯하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프레시안(최형락)
곽노현 : 행정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해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인권위는 여러 면에서 아주 선진적인 조직이며, 구성원도 다양하다. 이런 조직을 이끈 경험은, 지금이나 앞으로나 교육행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내가 교육감으로서 펼칠 행정의 원칙은 '설명 책임'과 '협치 의무'다.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최대한 성실하게 설명하겠다. 그건 행정수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그 바탕 위에서 '협치'가 이뤄지게끔 하겠다. 시민은 교육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이런 열정을 잘 모아내는 게 내 역할 가운데 하나다. 그저 온라인 게시판 하나 열어두는 차원으로는 안 된다. 진정한 '협치'를 위해서는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박동천 : 당선자는 인권 분야 활동 경험이 많다. 이런 경험이 교육 행정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예컨대 교사의 권위주의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아이들은 수동적인 태도를 익히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을 대학 강의실에서 만날 때도 느끼는 점이다.

곽노현 :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제정 작업 과정에서 학교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때 흔히 군대 이야기를 한다. 군대에서 경험한 폭력과 권위주의가 시민 개개인에게 새겨져 있다는 게다. 그런데 교실을 들여다보고 나니,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사회가 '20대 80'으로 양극화돼 있는 것처럼 교실 안 역시 양극화돼 있었다. 교실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 인권에 대한 존중을 배울 기회가 흔치 않으니, 사회에서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이 통할 리가 없다. 교실에서 민주주의 훈련을 못 받았는데, 사회 민주화가 제대로 될 리 없다. 교실을 바꾸지 못하면, 내가 평생 해 왔던 일들이 다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깨달음이 나를 교육감 출마로 내몰았다. '교실은 사회의 속살'이라는 깨달음이다.

"6명의 진보 교육감에 거는 기대"…"시도 교육감 협의회가 진짜 중요한 문제"

▲ 박동천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박동천 : 6.2 지방선거에서 6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이 사건이 갖는 의미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동시에 책임감 역시 크게 느낄 듯하다.

곽노현 : 의미를 부여하는 쪽일수록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충돌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일종의 기대 심리도 있는 모양이다. 교과부의 교육청의 충돌이라는 재미난 구경거리를 기대하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따로 있다. 진보, 보수를 넘어 16명의 직선 교육감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전국의 교육감을 일제히 선거로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 교육감들은 교과부가 임명했거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선출됐다. 학운위가 사실상 교장, 교감의 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교장이 교육감을 선출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는 시민이 뽑은 교육감이 전국에서 동시에 등장했다.

교육에 대한 시민 참여 및 통제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이는 한국 교육이 중요한 변곡점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한번 돌아보자. 지금의 교육 체제 속에서 행복해하는 이들이 몇이나 있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다 고통스러워한다. 그리고 진보건, 보수건 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별 차이가 없다. 거의 80퍼센트 이상 같다고 본다. 이런 공통분모가 있는 한 진보, 보수의 차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민의, 그걸 뒷받침으로 삼아서 교육 개혁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할 것이다. 행정부, 정치권을 향해서만이 아니다. 학생 선발에 힘을 갖고 있는 대학 총장, 교육을 받은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념과 관계없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제안과 건의를 계속할 것이다. 그럼, 변화가 생긴다. 민의를 전달하는 민주적 대변인이 16명이 탄생하지 않았는가. 과거에는 이게 없었다. 흔히들 진보교육감 당선에만 초점을 맞추는데, 이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16명 가운데 6명이 진보 성향인데, 비율로 보면 절반도 안 된다. 우리 사회 이념 성향 분포를 반영한 비율일 뿐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박동천 : 목소리를 내는 비율만 놓고 보면, 진보 교육감의 몫이 훨씬 크다고 본다. 절반 이하가 아니라 90퍼센트쯤 되지 않을까.

곽노현 : 경선 당시부터 줄곧 시도 교육감 협의회 활성화를 주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진보 교육감만 목소리가 높은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원칙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그렇다.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보수건, 진보건, 여당이건, 야당이건 교육에 대한 관심, 아이에 대한 사랑은 다 똑같다. 여기서 출발하면,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이 뜻을 모으는 일도 어렵지 않다고 본다.

"'모범답안 베낀 논술'주입식 폐해, 언제쯤 벗어날까"

박동천 : 그렇지만 진보 교육감의 고유한 역할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교실의 권위주의를 깨는 일, 주입식 교육을 바꾸는 일이 대표적이다. 대학생을 가르치다보면,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절실하게 느낀다. 정해진 답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생각하지 못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곽노현 : 교실 속 권위주의 문화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수업방식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주입식, 강의식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학교는 교과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총체적인 생활 지도가 함께 이뤄지는 곳이다. 그런데 교과 수업, 그 중에서도 질문과 토론이 없는 강의식 교육이 학교의 역할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뿐인가. 그 중에서 다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개념에 대한 풍부한 이해가 아니다. 문제풀이 요령을 숙달시키는 교육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객관식 찍기 시험만을 위한 교육이다.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무슨 토론이 필요하겠나. 아이들 입장에선 무턱대고 외우는 수밖에 없다.

박동천 : 객관식 시험을 논술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논술 답안을 채점해보면, 객관식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모범답안을 베끼는 수준에 그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바뀌지 않는다.

곽노현 : 역시 권위주의와 맞물린 문제다. 어른들의 지적 권위주의 앞에서 아이들의 창의력이 제약당하는 사례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수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그저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사례는 너무 많다. 학생인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는 이유도 그래서다. 사실 참 슬픈 이야기다. 학생인권은 이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위에 다른 권리를 더해서 요구하는 게 선진사회다.

하지만 조금 큰 시야로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모든 인권의 역사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 역시 기본적인 인권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이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일단 한 고비를 넘기면 인권에 보태서 다른 여러 권리가 자연스럽게 인정받는다.

얼마 전에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얼마나 반듯하게 이야기하는지,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깊이 깨달았다. 초등학생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있다는 게다.

어린 아이도 의견이 있다는 것. 이걸 무시하는 교육은 성공하지 못한다. 마치 초등학생은 자신만의 의견이 없다고 보고 밀어붙인 정책이 바로 일제고사다. 이건 그냥 학교 간, 교장 간 경쟁수단일 뿐이다. 대신,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그들이 뭘 원하는지 말이다. 아이들은 말한다. 요즘 너무 힘들다고, 자기들의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초등학교 방문했을 때 겪은 일이 보도되니까, 일각에서 '연출한 것 아니냐'라고 한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뛰어와서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갖게 하는 것,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한국 교육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학교 안에 깊이 뿌리내린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혁신학교는 공교육 속에서 이런 권위주의를 극복한 모델로 자리 잡을 게다.

물론,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수업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 모둠식, 토론식 수업을 활성화하겠다. 고정된 정답을 외우는 수업은 이제 별 의미가 없다. 대신 정답을 찾아나서는 수업, 정답이 없는 수업이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을 외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 그 과정에서 협동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끼는 수업이 늘어나야 한다.

▲ ⓒ프레시안(최형락)
"아이들은 본래 능동적 존재, 학교 마치면 왜 '스무 살짜리 철부지' 되나"

박동천 : 한국의 중·고교 교육이 만들어 낸 젊은이들을 보면, '스무 살짜리 철부지'라는 느낌을 받곤 한다. 젊은이들에게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교육은 동기를 부여하는 게 아니라 동기를 죽여 버리는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곽노현 : 아이들은 본래 능동적인 존재다. 앞서 방문한 초등학교에서도 확인한 사실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변한다. 금속을 주물, 주조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혁신학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모둠 수업은 아이들이 본래의 능동적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키워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동천 : 아이들을 뉴질랜드 학교에 보냈다. 거기서 놀란 게 요리, 목공 등이 정규 과목이라는 점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해보니 참 훌륭한 과목이다. 머리와 몸을 함께 쓰면서 과학 원리와 예술적 감수성을 익힐 기회 아닌가. 한국 교육도 이런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곽노현 : 학교 밖에 있는 체험학습 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좋은 교육시설인데, 문제는 돈을 받는다는 점이다. 목공 실습, 도자기 체험, 농사, 음악 활동, 춤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활동하다보면, 하루 15만 원은 훌쩍 넘긴다. 이런 것은 공교육이 감당하는 게 옳다고 본다.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개인이 부담할 수 있겠나.

만약 학교 단위에서 이런 시설을 갖출 수 없다면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라도 하는 게 옳다.이렇게 하면 '규모의 경제'가 생기기 때문에 시도할 만하다고 본다. 예컨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만 한 거리에 있는 학교를 모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동천 : 교육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걸 고치지 않고서는 체험학습 등 다른 시도를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예 국영수를 필수과목에서 빼면 안 되나. 그리고 최대한 많은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이유를 찾은 과목을 고르게 된다. '동기 부여'라는 문제까지 해결된다.

곽노현 : 교육과정 설계는 중앙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유초중등 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은 교육과정에 대해 설득력 있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자리다.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다른 교육감들과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눌 생각이다. 이런 문제 역시 진보, 보수와 관계가 없다. 원활한 협의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프레시안(최형락)
"교과부도 결국 창의성 교육, 인성 교육 하자는 것. 그런데…"

박동천 : 당선자가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을수록 교과부와 상의할 일도 많을 게다. 적어도 종전과 비교하면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데 교과부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선자 역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교과부와 충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곽노현 :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교과부든, 교육청이든, 업무 계획서를 한번 보라. 다 똑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창의성 교육, 인성·적성·진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게 반대할 내용인가. 그렇지 않다. 문제는 이런 개념들이 행정 속에서 전면화, 실질화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런 개념들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수월성 교육을 예로 들어보자.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고 입시 위주 교육을 옹호하는 이들이 이런 개념을 자주 들먹이는데, '수월성'이 정말 그런 뜻인가. 그렇지 않다. 뛰어나다는 뜻인데, 객관식 문제풀이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모든 재능의 수월성이라는 더 보편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교과부와 전혀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을 보자. 입법 예고 당시에는 특목고·자사고 지정을 교육감이 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통과된 시행령에서는 교육감 외에 교육부 장관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건 변경사안이 아닌데도 슬그머니 바뀌었다. 특목고 지정을 원하는 입장에선 교육감이 반대하면 교과부 장관한테 신청하면 된다. 교육자치를 도입한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조치다. 이런 조치에 대해서는 다른 교육감들과 함께 단호하게 따질 생각이다. 중앙정부가 교육자치의 정신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른 교육감들 역시 분노를 느끼리라고 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