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은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생활인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장애수당 등을 사적용도로 사용한 장애인 비 인가시설 A시설장(59)을 상대로 '장차법'을 적용, 검찰에 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A시설장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장차법'상의 재산권행사 배제, 거주·이동의 자유 제한, 학대행위 등이 있었다고 판단, 보건복지가족부와 관련 지자체에 재발방지대책을 수립과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 4월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 이와 관련해 제 32조(괴롭힘 등의 금지) 조항을 처음 적용, 이번 권고를 내렸다.
장애인 시설장, 보험료, 자녀교육비 등 개인 용도로 수급비 횡령
인권위에 따르면 A시설장은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 기간 중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수급비와 후원금, 입소비 등 총 4억4670만6000원 중 1억1300만 원을 사적용도로 사용했다. A시설장은 범칙금, 양도소득세, 보험료, 자녀교육비 등으로 이를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열린 집회에 참석한 장애인들. ⓒ프레시안 |
뿐만 아니라 회계증빙자료가 없거나 사용용도가 불분명한 금액도 3억2400만 원에 달했다. 배대섭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 장애차별조사과장은 "조사 과정에서 A시설장은 장애생활인의 수급비가 들어오는 개인통장을 일괄적으로 관리·인출해 사용하면서 당사자인 장애생활인들에게는 입출금 내역은 물론 개인통장 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설장이 수급비를 사용할 경우, 장애생활인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
배대섭 조사과장은 "이번 횡령은 '장차법'에서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재산권 행사 배제' 및 '금전작취'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위탁된 금액인 수급액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배대섭 조사과장은 "우리가 실시한 조사는 장차법이 시행된 2008년 4월부터였다"며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도 이런 일(횡령 등)이 있었으리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비인가 시설에 대한 조사권이 없었다.
비밀번호 키 설치해 장애인 이동 통제, 손과 허리 묶기도
횡령뿐만 아니라 장애생활인의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학대행위도 있었음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의사소통과 행동조절 등이 안 되는 일부 지적장애 생활인들에 대해 A시설장은 임의로 손, 허리 등을 천으로 묶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문에 비밀번호 키를 설치, 장애생활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2명의 장애생활인이 퇴소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으나 이를 묵살한 정황도 밝혀졌다. 배대섭 조사과장은 "시설장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행동조절 등이 안 되는 일부 지적장애 생활인들을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 없이 임의로 강박을 시키고, 허리와 손목을 묶는 등의 행위는 '장차법' 32조 제4항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경숙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은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행위는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선 시설에서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학대 행위를 관행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경숙 위원장은 "인권위에서 '장차법' 32조를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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