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포르투갈전에 기록한 7골 차 패배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전에서 기록한 8골 차 참패 이후 월드컵 최다골 패배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예선 통과 팀들은 모두 한 경기씩 대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국과 호주는 아르헨티나와 독일에 4골씩을 허용했다.
관심을 모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작년 2월 핀란드와의 친선전 이후 16개월 만에 A매치 골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여섯 번째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은 브라질전에서 호평을 받은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 방식을 버리고, 전반전부터 거세게 상대 진영을 공략했다. 양쪽 윙백을 브라질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활용했다. 예상외의 거센 공격에 당황한 포르투갈은 전반 25분이 지나도록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은 전반 10분 수비수 차정혁이 위력적인 중거리슛을 기록했고, 전반 17분에도 정대세가 미드필드에서 가로챈 공을 받은 홍영조가 좋은 슈팅을 보이며 포르투갈을 압박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그대로 결승골로 만드는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전반 29분 하울 메이렐레스(FC포르투)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티아구 멘데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받아 가볍게 골대로 밀어넣었다.
후반전은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후반 7분 만에 시망 사브로자(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역습 찬스에서 뒤로 흐른 볼을 가볍게 밀어 넣었다. 이후 북한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이었다. 2분 뒤에는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뚫은 파비우 코엔트랑(벤피카)의 크로스를 우고 알메이다(베르더 브레멘)가 헤딩골로 연결했다.
북한은 박남철과 문인국을 빼고 김금일, 김영준을 투입해 경기 흐름을 바꿔보려 했으나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경기를 주도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후반 14분경 호날두가 왼쪽 측면에서 북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가볍게 뚫은 후 땅볼패스를 연결했고 티아구 멘데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골로 연결했다. 티아구는 주전 미드필더인 데쿠(첼시)를 대신해 이날 경기에 출전,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포르투갈은 4골을 넉넉히 앞선 상황에서도 경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후반 35분에는 리에드손(스포르팅 CP)이 북한 수비수가 헛발질로 생긴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이어 후반 42분에는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은 호날두가 오랜만에 A매치 골을 기록했다. 북한 수비진의 실수를 틈타 공을 가로챈 호날두는 리명국 골키퍼까지 제친 후 텅빈 골대로 공을 넣었다. 다시 1분 후, 이번에는 티아구가 다시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하울 메이렐레스(FC 포르투)가 전반 29분 선제골을 뽑아낸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호날두는 이날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제 기량을 과시했다. 특유의 돌파력과 몸싸움은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북한의 측면 수비를 수차례 돌파했고 동료 선수를 이용하는 날카로운 패스도 돋보였다.
이날 비가 오면서 북한이 자랑하던 체력전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전반전만 해도 파울을 하지 않고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던 북한 특유의 모습이 주목을 받았으나, 후반 추가골을 내준 후에는 완전히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정대세는 프리킥 찬스를 비롯해 수차례 공격찬스를 잡았으나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44년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에서 북한 골문을 네 차례 연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우도 직접 관람해 관심을 모았다. 이 대회 8강전에서 북한은 전반 3골을 먼저 넣어 승기를 잡았으나 후반 5골을 내리 내줘 4강 진출권을 포르투갈에 내줬다. 이 경기에서만 4골을 기록한 에우제비우는 이 대회에서 총 아홉 골을 기록, 득점왕에 올랐다.
▲공을 다투는 정대세. 정대세는 볼을 지켜 역습을 이어주는 역할은 잘 했으나, 위협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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