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보적 성향이) 너무 강성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얻은 표를 다 합치면, 당선자가 얻은 표보다 많다"는 지적을 받고 한 이야기다. 당시 곽 당선자는 자신이 강성인 영역이 '부패'와 '약자에 대한 괴롭힘',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괴롭힘 당하는 약자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곽 당선자가 모든 공약에서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는 곽 당선자 개인의 경험도 반영돼 있다. 그는 지금도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왼쪽 눈이 사시인 까닭이다. 수술을 받고난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어린 시절에는 심한 놀림을 받았다. 그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혼자 방에서 책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의 이런 경험 때문에 그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번 선거에서도 유세장에 수화 통역사를 대동하곤 했다.
"자율고·특목고 싹쓸이에 일반계 고교는 '슬럼'이 돼 간다"
'약자'에게 민감한 그는, 교육 여건이 낙후한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대표적인 게 낙후 지역에 300곳의 혁신학교를 세우겠다는 공약이다. 보수 후보의 공약이 이미 잘 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현 정부가 대폭 늘리기로 한 자율형사립고는 추가 지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낙후 지역에 짓는 혁신학교와 짝을 이루는 입장이다.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 하는 통에 일반계 고교는 '슬럼(빈민가)'이 돼 간다는 것.
그렇다면, 자율형사립고를 강조하는 현 정부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까. 여기서 강조하는 게 '법'이다. 교육감은 법을 집행하는 자리이므로 '법대로'할 수밖에 없다는 게다. 그리고 '법'에 따르면, 현재의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는 궤도를 벗어나 있다. 이들 학교의 운영 목표는 '사학의 건립 취지', '특수 분야 재능 발굴' 등인데, 이들 학교는 이런 목적에 충실하기보다 입시 교육에만 힘을 쏟는다는 것. '명문대 많이 보내기'를 설립 취지로 삼은 자율형사립고는 없으니까 말이다.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연합뉴스 |
"전교조 징계한 정부 역시 적법 절차 거쳐야"
이미 법적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 있게 의견을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파면·해임 등 징계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곽 당선자는 "교사들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그것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다만 현행법이 교사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제한하고 있다면 그 법의 적용은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그게 법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선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징계 역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 징계 처분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법'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법'이 '주권재민(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 원칙의 반영태라는 믿음이 있다. '법치'와 '민주주의'는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교육 분야에서 권력을 나누고 민주화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한다는 게다.
대표적인 예가 교장 공모제에 대한 입장이다. 학교장의 문호를 여는 교장 공모제는 교육 비리 근절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 교장 자격증 소지자만 참여할 수 있는 초빙형으로 한정돼 있어 '무늬만 공모제'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곽 당선자는 "(경기도에서 조사한 결과) 임명된 교장에 비해 공모 교장에 대한 학교 현장의 만족도가 높고, 특히 내부형 교장(평교사 출신)의 평가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의 경우 내부형 공모제의 비율이 미미해 교과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교장에 대한 임명권을 교육감이 갖는 것보다는 다양한 공모제를 통해 학부모와 학교가 자율적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도 밝혔다.
고교 선택제 재검토…"획일적 경쟁만 부추긴다"
이어 그는 지난해 말 일반계 고교에 처음 적용된 고교 선택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고교 선택제가 학교 간의 경쟁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도하지 못하고, 국어·영어·수학 성적 중심의 획일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의 획일화를 낳았다는 것. 곽 당선자는 "과감한 학교 격차 해소 프로그램 도입이 먼저"라며 "시행 첫해 발견된 문제점 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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