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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검객…'보수 교육' 괴물을 향해 돌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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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검객…'보수 교육' 괴물을 향해 돌진한다!

[해설] '강남', '김상곤', '지방'…키워드로 본 교육감 선거

교육은 그 속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변화를 꺼린다는 뜻이다. 소중한 아이들에게 검증이 안 된 이론이나 방식을 함부로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과학이나 예술 활동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다.

진보 교육, 수난의 역사…"교육의 변화, 더딘 만큼 강력하다"

그래서였을까.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교육에 뛰어든 이들은 유난히 심한 고초를 겪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최근에도 탄압받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이런 예다.

아이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므로 변화는 조심스럽게 시도해야 한다는 보수적 원칙과 이념적 보수성이 꼭 짝을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보수적 원칙과 진보적 이념을 결합한 교육이 폭넓게 시도돼 왔다. 그러나 한국에선 이런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서울, 경기, 강원, 광주, 전북, 전남 등에서 일제히 '진보 교육감'이 탄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교육감 취임과 동시에 거대한 도전에 부딪히게 된다. 한국 교육에 깊이 뿌리내린 보수적 문화는 대표적인 예다.

학연(學緣) 등 연줄에 따라 이뤄지는 인사 행정, 교장과 교사 사이의 권위적 위계, 체벌에 거리낌이 없는 반인권적 수업 방식, 부와 권력에 따른 서열을 학교 안에 그대로 들여오는 속물적 문화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교육 영역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보수의 뿌리, 그 자체다.

이는 새로 탄생한 '진보 교육감'들이 뚫어야 할 장애물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뜻하는 동시에, 이들의 도전이 성공할 경우 한국 사회에서 생겨날 변화의 폭 역시 만만치 않다는 뜻이 된다.

역시 가까운 사례가 있다. '원조 진보 교육감'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경우다. 그가 추진한 무상 급식, 학생 인권 조례는 단지 교육계 내부의 회오리로 그치지 않았다.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을 정치권에 소개한 계기였고, 대중의 인권 감수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였다. 그렇다면, 여섯 명의 진보교육감이 발을 맞출 때 생겨날 변화의 폭은 결코 작지 않다.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그 전망과 의미를 살펴봤다.

강남 vs 비강남, '사교육 치킨게임' 끝낼 수 있을까

첫 번째 키워드는 '강남'이다. 한국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못 살겠다. 갈아보자" 식 분노로 바뀐 계기는 따로 있다.

1990년대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사교육비가 결정적이다.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 신화 탓에 서민 가정도 교육비만큼은 아끼지 않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나 경제적 양극화와 사교육비 폭등이 함께 일어나면서, 분리가 생겨났다. 막대한 사교육비 지출을 견뎌낼 수 있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사이의 분리다.

지리적으로는, 강남, 서초, 송파 등 서울 강남3구와 다른 지역의 구분이다. 그리고 이런 구분은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 신화의 붕괴로 이어졌다.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3구 주민은,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는 대상이 됐다. 이른바 '대치동 엄마'의 교육 방식을 한편 비난하면서도 한편 따라하는 양상이 확대되면서, '강남'은 한국 교육의 중요한 아이콘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선거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촛불 집회의 여진에도 불구하고, 친 정부 성향의 공정택 후보가 승리했던 지난 2008년 교육감 선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진보 성향이었던 주경복 후보는 서울시 내 대부분 지역에서 공 후보를 압도했지만,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크게 밀린 결과 패배했다.

공 후보에 대한 이들 지역 주민들의 몰표는 '누가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쓸 수 있나'를 놓고 겨루는 치킨게임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취한 집단적 정치 행위로 읽혔다. 이른바 '부자들의 계급 투표'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다.

여전한 '강남 몰표'…"강남 학부모도 피해자"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 ⓒ프레시안
그리고 같은 양상이 이번 선거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개혁 진영 단일 후보였던 곽노현 당선자는 강남 3구에서 저조한 득표를 했다. 2008년과 달리, 다른 지역 투표율이 높았던 까닭에 그는 당선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곽 당선자가 자신을 거부한 강남 유권자들을 적대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거운동 초기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강남 학부모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를 옮기면 이렇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를 써가면서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학원에 잡아두는 강남 학부모들 가운데 '지금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이가 얼마나 있나? 그들은 현재의 구조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는다. '죄수의 딜레마'를 넘어서 개인과 전체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길은 개인과 개인이 협력하는 것이다. (…)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이를 피해자로 만드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이번 선거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교육감 취임 뒤, 이런 발언 내용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게 곽 당선자의 과제다. 요컨대 '강남 학부모'를 전국적인 아이콘으로 만든 사교육비 문제에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가도 크다. 어떤 식으로건 이 문제에 해법을 내놓으면, 전국적인 정치 의제를 만들게 된다.

레임덕 MB 교육, 진보 교육감이 묶어둔다

▲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프레시안
두 번째 키워드는 '김상곤'이다. 교육 의제를 전국적 정치 쟁점으로 만든 대표적 사례가 바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다. 다른 진보 교육감과 달리, 그는 2위와 큰 차이를 두고 당선됐다. 선거 기간 동안, 그는 다른 지역 유세를 돕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무상 급식, 학생 인권 조례를 통해 거둔 성취 때문이다.

'원조 진보 교육감'으로서 그는 이런 성취를 제도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제2의 김상곤'을 내세워 당선된 '진보 교육감'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가 실패할 경우 입게 될 타격이 경기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런 우려는 그와 함께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떠올리면 더욱 증폭된다. 지난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와 경기도 교육청의 갈등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양면이 있다. 교육에 관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장에는 현 정부의 교육 철학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렇다면, 김 도지사를 견제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지역 단위에서 막는 게 된다.

여기에 다른 진보 교육감이 함께한다면, 경쟁 만능주의라는 지적을 받는 이른바 'MB 교육'은 사실상 작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임기가 2012년에 끝나는 반면, 이번에 뽑힌 교육감의 임기는 2014년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 겹쳐 당선 2기를 맞은 김 교육감이 안정적인 행정을 펼치는 데 성공한다면, 그는 '의제 제기자'를 넘어 '대안의 현실적인 구현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진보 진영은 그저 비판하거나 평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권력을 수임할 능력이 있는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경제와 함께 국민의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교육 부문에서 수권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진보 진영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된다.

강원, 전남, 전북, 광주…숨은 주인공에 주목해야

이번 교육감 선거의 숨은 주인공은 지방에 있다. 주류 언론은 서울과 경기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그 사이 지방 교육은 권력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읽어내는 키워드로 '지방'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그 자체로 '소외'의 다른 이름이다. 교육 영역은 더 그렇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낸다"는 속담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공부께나 하는 아이라면, 으레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줄 안다. 지방에 남은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은 이중으로 병리적이다. 지방의 소외감은, 역설적으로 서울의 명문학교 진학률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과 짝을 이룬다. 그리고 이는 지방 교육을 더욱 거센 경쟁으로 몰아간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될 당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한 이유다.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이 'SKY 대학 진학률'을 놓고 대중에 영합하는 선동 경쟁을 한다면, 지방 교육은 붕괴를 피할 수 없다는 게다.

그러나 입시 지상주의와는 거리를 둔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지방교육은 새로운 궤도에 오르게 됐다. 장만채 전라남도 교육감 당선자, 장휘국 광주 교육감 당선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당선자,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당선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소외된 지방 교육 현실에 깊이 파고드는 한편, 전국적인 울림을 낳는 교육 의제를 발굴하는 게 이들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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