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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노무현 무덤을 파헤치는 것만은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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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들이 노무현 무덤을 파헤치는 것만은 막아달라"

[현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 문화제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렇게 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 그를 따라 서울광장에 모인 3만여 명의 시민들도 함께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23일 서울광장과 부산대학교에서는 노무현 재단, 노사모, 시민광장 등 주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 문화제 'power to the people' 이 동시에 열렸다. 이날 문화제는 이원 생중계로 진행됐다.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노란색 바탕에 검정 글씨로 '6.2 복수할거야!!', '바보들, 바보를 추억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반대 손에는 노란색 풍선을, 왼쪽 가슴에는 노란색 리본을 달고 있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서울 광장은 노란색 물결이었다.

이날 서울광장과 부산대학교 문화제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김유정 민주당 국회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 등이 참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고동락을 했던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등도 대거 참석했다.

▲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 ⓒ프레시안(박세열)

"지방선거에서 저들이 이기면 노무현가 장녀 한명숙은 감옥 갈 것"

이날 참여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자고 촉구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문화제에 참석한 유시민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를 '배려와 연대'라고 했다"며 "다른 그대로 친구가 되고,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라는 게 그의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유시민 후보는 "1년 전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죽었다"며 "그의 죽음은 심판이 아니라 정치보복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목격된 거짓, 위선, 몰상식의 상징"이라며 "저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회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을 빼앗았다. 인격살인, 명예살인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분노했다.

유시민 후보는 앞으로도 정치보복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6.2 지방선거에서 자기네가 원하는 선거 결과를 얻으면 그들은 노무현가의 장녀인 한명숙을 감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후보는 "1심 무죄 선고 이후 검찰은 복수의 칼을 갈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며 "이것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시민 후보는 "저들이 다시 심판을 하겠다는 건 노무현의 무덤을 다시 파헤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힘으로 이것을 막아 달라"고 당부했다.

"깍듯이 예우하겠다고 해놓고 죽음이 예우가 됐다"

서울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영화배우 문성근 씨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보복"이었다고 주장했다. 문성근 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내정자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깍듯이 예우하는 전통을 만들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죽음이 예우가 됐다"고 분노했다.

문성근 씨는 "민주 정부 10년 동안 정치보복은 없었다"며 "과거 많은 사람들이 죽고 투옥을 당했지만 민주 정부는 전 정권 사람들에게 정치보복은 하지 않았다. 보복은 보복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성근 씨는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렇지 않았다"며 "왜 이렇게까지 그간 세웠던 기준을 더럽히고 뒤집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프레시안(박세열)
문성근 씨는 "정치인 노무현은 지역감정이 없는, 특권, 반칙이 없는 세상을 꿈꿨다"며 "그렇기에 그가 간 뒤 그의 꿈이 더욱 그립다"고 했다. 문성근 씨는 "한반도 평화는 물 건너갔고, '고소영, 강부자' 정권의 특권이 난무하며 세종시 백지화, 문화계 인사 탄압, 4대강 사업 단행 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디에도 원칙과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성근 씨는 "이제라도 우리가 노무현의 꿈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우리가 이겨야 한다"고 지방선거에서의 지지를 독려했다.

부산 추모 문화제에 참석한 영화배우 명계남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시종 오열을 했다. 그는 "우리에게 미안해서 눈물을 흘렸던 사람이 노무현이었다"며 "또한 자기 때문에 아플까봐 눈물도 제대로 흘리지 못한 단 한 명의 대통령이었다"고 설명했다.

명계남 씨는 "허전하고 그리워서 미치겠다"며 "당신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운명이었더라도 마지막으로 그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는지 안타깝다"고 울먹였다. 명계남 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죽음으로 저항했지만 우리 같은 하잘 것 없는 이들은 깨어있는 의식을 보여주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주먹 진 손을 펴지 않고 끝까지 당신을 배우며 당신을 따라 갈 것"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명박 대통령이요? 말해서 뭘 하겠어요"

지난 22일부터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22일 하루 동안 주최 측 추산 7500여명의 조문객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23일에도 오후 4시까지 약 5000명이 발걸음을 했다. 23일 오후에는 시민들이 조문을 위해 300미터 이상 줄을 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줄을 더 이어갔다.

부인과 함께 줄에 합류한 김명진 씨(가명, 38)는 "경기도 동탄에서 왔다"고 했다. "줄이 너무 긴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웃었다. 김 씨는 "일을 하고 있는데 부인이 추모 문화제에 가자고 전화를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의 부인 정승혜 씨(가명, 38)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지금 정부는 그들과 너무나 상반되는 것 같다"며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현 정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에서 온 박수형 씨(가명, 30)는 "노무현 하면 소탈함,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잊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와주니까 개인적으로 고마운 마음도 들고, '아직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그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잊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했는데, 이번 추모 행사에 참여해 다시 되새기는 계기도 됐다. 이런 힘들이 지방선거에 모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봉구에서 왔다는 이수명 씨(가명, 34)는 "솔직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를 했었는데, 재임기간 동안 많이 실망을 했었고, 그래서 작년에는 추모 행사에 한 번도 안 갔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참여한 이유를 두고 "개인적으로 이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왔다"며 "다른 사람들도 그로 인해 대부분 모인 거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

"지방 선거에서 꼭 투표를 하겠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화두는 단연 6.2지방선거였다. <프레시안>이 만난 시민들 대부분은 "지방 선거에서 꼭 투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분위기는 행사장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다. 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로 나온 곽노현 캠프에서는 친환경 무상급식 홍보를 했고,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후원회는 행사장 한편에서 후원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들은 "6월 2일 투표로 복수하자", "투표 안하면 파란색 '1번' 어뢰", "1타 8피", "NO VOTE NO KISS(투표 안하면 키스도 없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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