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서울 도심에서 촛불 집회가 열렸다. 2년 만이다. '2010유권자희망연대' 등이 주최하는 '5 18 광주 민중 항쟁 30주년 추모 기념 및 투표참여 콘서트'가 1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최됐다. 집회는 시작부터 여의치 않았다. 경찰이 금지한 집회를 법원에서는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해 겨우 열리게 됐다.
집회 사회를 본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어렵게 콘서트를 열게 됐다. 그간 경찰은 모든 시민단체 행사를 금지해왔다"며 "이번 재판부 판결을 경찰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실 국민주권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집회는 표현의 자유의 기본"이라며 "이게 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강실 대표는 "오늘 행사도 법원의 판결을 통해 간신히 열리게 됐다"며 "광주 항쟁 이후 30년이 됐지만, 오히려 우리 사회는 거꾸로 돌아가는 듯하다"고 밝혔다.
▲ 18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2010유권자희망연대' 등이 주최하는 '5 18 광주 민중 항쟁 30주년 추모 기념 및 투표참여 콘서트'가 열렸다. ⓒ프레시안(허환주) |
경찰, 신청 단체의 과거 시위 전력 등을 이유로 집회 금지
이번 행사를 공동주최한 '2010유권자희망연대'는 오후 4시부터 일몰 때까지 청계광장 입구에서 콘서트를 열겠다고 관할 기관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신청 단체의 과거 시위 전력 등을 이유로 금지했다.
역시 공동주최 단체인 국민주권운동본부도 오후 2시부터 일몰까지 보신각 앞 인도에서 '5 18 30주년 기념식 및 민주주의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었으나 종로경찰서는 같은 이유로 이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서울행정법원에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집회금지 통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종로경찰서장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집회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집회를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보수단체 행사는 되고, 시민단체 행사는 안 되고
이번 행사 이외에도 경찰과 서울시에서는 시민단체의 도심 집회를 불허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사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시민추모위원회가 22일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추모행사를 서울시에서는 불허했다. 다른 행사가 먼저 예약돼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추모행사 불허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지자 서울시는 23일 저녁 시간대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주최 측은 19일 오후 2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모 문화제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반면 보수단체 행사는 허용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조전혁 대책위원회'는 청계광장에서 '올바른 교육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대한민국 교육 살리기, 희망나눔 콘서트'를 개최했다.
비록 출연 가수들이 공연 직전 정치적 성향이 짙은 행사임을 알고 모두 고사해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 끝났지만 서울시에서는 여러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던 청계광장의 사용을 허락한 것이다. 지난 14일 보수단체 주최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전사자 추모 국민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
유권자 희망연대 등은 "서울행정법원은 우리가 제기한 '집회금지 통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보신각 앞 추모식 및 콘서트 개최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로써 경찰의 자의적이고 무차별적인 집회금지 행태가 위법하다는 것이 법원에 의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과 서울시는 그동안 시민단체 행사를 모두 금지했었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이명박 정권과 경찰은 서울시내 주요 장소에서 시민행사 및 의사표현 집회를 금지해온 그동안의 잘못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4월 1일 대한문 앞에서 천안함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촛불을 들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며 "혼자서 촛불을 들어도 이 정권에서는 불법 집회로 여기고 잡아 간다"고 비판했다.
최승국 사무처장은 "우리가 이렇게 집회를 연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며 "6.2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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