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사관은 파렴치한 미국 기업 파카하니핀에 대한 비호를 중단하라"는 팻말을 든 조남국(36) 씨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1년 가까이 복직 싸움을 하는 그였다. 그는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 분회 조합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해고된 조합원이다. 그는 2004년부터 이곳에서 일하다 지난 2009년 5월 30일자로 정리 해고됐다.
경찰은 1인 시위를 하는 조남국 씨에게 "테러 위협도 있고 모양새도 좋지 않으니 다른 곳에서 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조 씨는 "해고된 뒤 해보지 않은 게 없다"며 "여기서까지 이렇게 1인 시위를 하는 걸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말마따나 해고된 이후 해보지 않은 게 없는 조남국 씨였다.
출근 선전전, 집회 등에도 꿈쩍 않는 회사
ⓒ금속노조 |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회사 측은 정리 해고 인원을 113명에서 34명으로 줄였다. 조 씨는 34명에 포함됐었다. 이후에도 회사는 일방적으로 희망 퇴직을 실시해, 2010년 4월 직원 수는 120여 명으로 40퍼센트가 감원됐다.
이렇게 인력을 감축하는 배경은 2008년 신설된 파카하니핀의 자회사 파카코리아 장안 공장에서 파카한일유압의 '굴삭기용 유압 콘트롤 벨브'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카하니핀은 한국에 있는 파카 계열사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본사'다.
결국 파카하니핀은 파카한일유압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다른 자회사로 옮겨서 여전히 생산하면서, 주문량이 떨어져 경영이 어렵다고 기존의 자회사의 노동자를 해고한 것. 조 씨는 회사 앞에서 집회와 선전도 했다. 서울 양재동 파카하니핀 본사에서 규탄 집회도 열었다. 사장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장안 공장 입구에서 아침마다 출근 선전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선전전 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사무실 압수 수색당해
억울한 마음에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구했다. 파카코리아 장안 공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가 만든 장안 외국인 전용 산업 단지에 만들어졌다. 이곳에 공장을 만들면 '외국인 투자 촉진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서, 공장 부지 임대료 감면(100퍼센트 임대료 감면)과 조세 감면 확대, 고용 보조금과 시설 보조금에 대한 현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조남국 씨는 "이런 혜택을 주고 만든 공장이 과연 경기도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의심해봐야 하지만 김문수 도지사는 그런 것은 일체 하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의 관리 감독만 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황당하게 해고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9년 5월부터 장안 외국인 산업 단지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가지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면담을 촉구했다. 경기도청 앞에서 노숙 농성도 진행했지만 도지사는 면담을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조남국 씨는 해고된 동료와 경기도 수원역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장안 외국인 산업 단지의 문제점을 시민에게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막혔다. 지난 28일 선전전을 진행하던 조남국 씨는 동료와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조 씨는 너무 황당해서 "왜 연행을 하느냐"며 강하게 항의를 하다 손에 수갑까지 차야 했다. 조 씨는 '경기도가 투자 유치한 외국인 투자 업체가 대량 해고를 자행하는데도 경기도지사는 관리 감독을 않는다, 도민을 지원하는 사람이 도지사냐 아니면 도둑을 지원하는 사람이 도지사냐'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있었다.
경찰은 선전물에 출마 의사를 밝힌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조남국 씨를 연행했다. 동시에 경찰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파카한일유압 분회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했다. 선거를 앞 둔 김문수 도지사를 비판하는 선전전은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 수원역에서 선전전을 하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조남국 씨. ⓒ파카한일유압 노동조합 |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막막하다"
결국 조남국 씨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4일로 3일째다. 외국 자본인 파카하니핀을 압박하기 위해 마지막 선택 수단이었다. 조 씨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아무 관심도 변화도 없는 게 답답하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걸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그다지 없다. 조남국 씨가 배운 유압 기술은 국내 유일의 기술이라서 파카한일유압 말고 다른 곳에서는 쓸 수도 없는 기술이다. 결국 비정규직으로 일하든가, 아니면 어린 친구와 같이 처음부터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할 판이다. 그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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