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 양상이던 서울시 교육감 후보군이 정리되고 있다. 12명에 달하던 후보들이 대부분 사퇴하고, 실제 선거전은 3~4강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진보, 곽노현-박명기', '보수, 이원희-김영숙' 최종 단일화 논의 활발
진보·개혁 성향 후보 가운데서는 이삼열 예비후보(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가 지난 11일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진보·개혁 진영에서는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시민추대위원회'에서 단일 후보로 뽑힌 곽노현(한국방송통신대학 교수) 후보와 추대위 경선을 이탈했던 박명기(서울시 교육위원) 후보만 남았다. 이들 사이에도 단일화 논의가 활발하다.
이보다 복잡한 양상이던 보수·중도 성향 후보 사이에서도 단일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이경복 예비후보(전 서울고 교장)가 사퇴를 선언했다. 하루 전에는 김호성 예비후보(전 서울교대 총장)가 김영숙 후보(전 덕성여중 교장)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권영준(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김성동(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남승희(전 서울시 교육기획관), 이상진(서울시교육위원) 후보 가운데서도 사퇴를 준비하는 이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 단일화의 구심점은 이원희 후보(전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와 김영숙 후보다. 이원희 후보는 300여 보수 성향 단체로 구성된 '바른교육국민연합'에 의해 보수 단일후보로 뽑혔다. 그러나 경선에 참가한 보수 후보는 4명에 불과했다. 특히 보수 단일화 논의의 다른 축인 김영숙 후보가 빠진 채 치러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경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선거 비용도 단일화 논의의 한 변수
진보 진영 원로들이 곽노현, 박명기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것처럼, 보수 인사들 역시 이원희, 김영숙 후보의 단일화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리틀 MB 교육감' 또는 '전교조 교육감' 탄생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후보 단일화의 배경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막대한 선거 비용이다. 과거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까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선거 전에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런데 교육감 후보는 교육계 출신으로 한정된다. 변호사나 사업가 등과 달리, 이들은 공직에서 물러나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선거 비용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고, 낙선하면 사실상 실업자가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에서 총 유효투표 수의 10퍼센트 이상을 얻지 못한 후보는 선관위로부터 선거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후보 사퇴의 요인이 되는 것은 군소 후보에게만 통하는 논리다. 10퍼센트 이상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후보라면, 그리고 일정한 수입원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후보라면, 굳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 진보-보수 양강 구도가 아닌, 3~4강 구도로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