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을 안 찍어도 괜찮은데, 삼성 불매만은 꼭 해 달라."
다름 아닌 진보신당 관계자의 말이다. 6일 저녁 '광주 KBS 쟁점토론-지방선거, 정당 초청 토론회'에 참가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말이다.
"누가 MB 정부를 낳았나?"
한국 사회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통하는 삼성 가문의 문제를 정치권이 앞장서서 해결하도록 촉구해 왔던 김 교수는 진보신당 광주시당 선거대책본부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관련 기사: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가? 그럼, 삼성과 싸워라!")
강기정 민주당 국회의원, 황세연 국민참여당 광주시당 위원장, 윤민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이 함께 참가한 이날 토론회에서 김 교수는 '반(反)MB'라는 구호에 갇혀 있는 야권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임기가 3년이 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다한들, 현 정부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는 반복되리라는 게다. 부조리의 뿌리를 뽑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 교수가 지목한 뿌리는 역시 삼성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피 흘려 쌓아온 민주주의 전통과 성과가 허물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가 현 정부 심판이라는 정서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건 표면"이라고 규정했다. 어차피 2년 남짓만 지나면, 현 정부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난다는 게다.
그는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탄생했느냐"라고 했다. 민주정부가 집권한 지난 10년은,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뿌리내린 시기였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재벌, 특히 삼성이었다. 김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삼성이 재계 서열에서 3위였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1위가 됐고, 사실상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현 정부의 탄생은 이런 흐름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5·18 30주년, '反독재'에서 '反삼성'으로 넘어갈 때"
1980년 5·18 민주항쟁으로부터 30년째인 올해가 '반(反)독재 민주화'에서 '반(反)삼성, 반(反)신자유주의'라는 의제로 넘어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굳이 '광주'에서 정당 관계자로서는 첫 번째 '반(反)삼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동시에 그는 분단과 독재 등 과거 한국정치를 규정했던 의제에 갇혀 있는 주류 정당의 역할은 이제 시효가 다 됐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 공산주의와의 대립에서 남한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은 소중한 존재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부 독재와 우리가 싸워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크게 기여했다. 광주 역시 도시로서 정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기까지라는 게다. 그는 "5·18 30주년인 지금,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양극화다. 그런데 모든 정당이 재벌, 특히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금 중요한 문제'에 매달리는 정당이 없다는 뜻.
"광주가 한국 정치에 기여하는 길, 민주당과의 결별"
그는 "광주가 지금의 한국 정치에 기여하려면 민주당과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새로운 한국 정치를 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다. 30년 전, 계엄군과 싸워서 이뤄냈던 역할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는 "광주에서 민주당의 일당독재는 끝내야 한다. 모든 독재는 없어져야 한다"며 "정당명부 비례투표가 있다. 무조건 민주당 아닌 정당에게 표를 줘야한다"고 마무리했다.
진보신당 광주시당의 다른 관계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과거 30년의 싸움이 마무리 된 지금, 새로운 30년의 싸움을 광주에서 시작해야 한다. 바로 삼성 등 재벌과의 싸움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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