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비리 척결이 온 나라의 화두인 때, 멀쩡한 대학을 범법자에게 넘기다니…."
지난달 28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결정 내용을 접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이 대학 운영권을 사실상 넘겨받는 결정이다. 상지대 정이사 9명 가운데 5명이 옛 재단, 즉 김 전 이사장 쪽 인사로 채워진다는 것.
"부패 척결이 선진화 관건이라면서…"
이런 결정이 충격적인 이유를 알려면, 17년 전인 김영삼 정부 출범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민자당 3선 의원이었던 김 전 이사장은 '문민 정부 사정 1호'로 지목됐고, 편입학 부정, 횡령 등 다양한 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이사장이 수감된 뒤, 상지대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김 전 이사장이 상지대를 운영하던 1992년과 최근을 비교하면, 인플레에 따른 자산 가치 상승분을 제외해도 자산 총액이 5.8배 늘었다. 교수 수는 2.5배, 중앙도서관 장서 수는 3배, 교외 연구비 수탁 총액은 740배, 교내 연구비 총액은 281배 늘었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재단 운영이 교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상지대가 꼽히는 이유다.
시민사회가 사분위 결정에 충격을 받은 것도 그래서다. 참여연대는 3일 내놓은 성명에서 "가장 투명해야할 교육 분야에서 가장 부패했던 구재단의 복귀를 결정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참여연대는 "이명박 대통령은 부패의 척결이 선진화의 관건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서 말했지만,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균형 깨진 사분위, 분쟁만 키울 뿐"
이런 지적은 사분위의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사립학교에서 일어난 분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분위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는 게다. 김문기 전 이사장이 상지대를 운영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사분위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사분위 위원) 11명 가운데 무려 10명이 보수적인 인물"이라며 "이 때문에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미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비판마저 듣고 있다"고 밝혔다. 사분위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는 게다.
사분위가 출범 당시부터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진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구성된 1기 사분위는 보수와 진보의 비율이 6:5였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이런 균형이 깨졌다.
이날 성명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여연대는 "토건 부패와 교육 부패는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양대 부패라고까지 평가되고 있다"며 "양적으로는 토건 부패가 가장 큰 부패 문제이지만, 질적으로는 교육 부패가 가장 위험한 부패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추악한 교육부패의 복귀…시대 역행의 가장 명백한 증거"
이어서 참여연대는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교육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의 발언과는 정반대로 가장 추악한 교육 부패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비리 재단이 어떻게 다시 복귀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명박 정부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므로 이번 결정의 최종 책임도 이명박 정부가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교육 비리를 뿌리뽑겠다는) 대통령의 말의 진정성도 바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보다 더 명확하게 시대의 역행을 보여주는 증거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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