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자와 회사의 오랜 싸움이 피해자의 승리로 끝났다. 상사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이를 공개한 뒤에는 집단 따돌림을 겪었던 삼성전기 직원 이은의 씨의 일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 15일 성희롱 가해자 박모 씨와 삼성전기가 각각 200만 원을 피해자 이 씨에게 지급하고, 삼성전기가 추가로 3000만 원을 이 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가해자가 속한 회사를 가해자와 동등한 불법 행위 책임자로 간주했다. "피고 삼성전기는 공동 불법 행위자"라고 못 박은 것. 삼성전기가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방치했다는 점,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점 등이 이유다. 가해자 박 씨와 삼성전기가 각각 지급해야 하는 200만 원은 불법 행위에 따른 책임이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기가 피해자 이 씨에게 지급해야 하는 3000만 원은 이 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다. 성희롱과 집단 따돌림을 겪은 뒤, 이 씨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법원의 이런 판결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는 21일 환영 성명을 냈다. 이 사건에 대해 여성민우회는 "성희롱 이후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이 없었을 때의 성희롱의 피해가 얼마나 증폭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단체는 "직장 내 가해자의 절대 다수가 상사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성희롱 피해를 막기 위한 고용주의 적극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피해자 이 씨가 겪은 사연이 알려진 뒤, 국가인권위원회는 삼성전기 측에 성희롱 방지 교육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전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했다. 이후 재판에서 법원은 인권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 이 씨는 삼성전기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냈는데, 그 결과가 지난 15일 나온 원고 승소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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