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30주년인 20일, 장애, 인권, 노동, 사회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주최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장애인 정책을 규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시종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진다? 참으로 감사한 이야기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보건복지가족부 주최로 열린 '제30회 장애인의 날' 행사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가 더욱 내실 있게 시행되도록 하겠으며 일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을 위해 장애인 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이날 결의 대회에는 100여 명의 장애인과 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박경석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중증 장애인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얼핏 들으면 너무나 감사한 이야기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경석 대표는 이런 발언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표현했다.
박경석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힘주어 말한 장애인 연금의 경우 한 달에 15만1000원을 받는다"며 "하지만 이미 기존 장애인 수당은 한 달 13만 원이고 여기에 서울시에서 보조해주는 3만 원을 합하면 16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 연금을 도입한다는 이유로 장애인 수당을 없애놓고선 이걸 자랑한다"며 "얼마나 야만적이고 기만적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장애 등급 재심사를 진행하는 활동 보조 서비스와 관련해 박경석 대표는 "장애의 상황, 특수성 등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의학적 기준으로 서비스 대상 장애인을 잘라내고 있다"며 "이명박은 우릴 선착순으로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을 나락으로 내몰면서 정작 당사자는 장애인을 책임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장애인은 대통령 잘못 만난 이유로 개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고서 사랑한다고 '뻥'을 친다"고 말했다.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도 "4대강 사업에는 2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장애인 복지 예산은 10년 넘게 GDP대비 0.1퍼센트에 불과하다"며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OECD회원국 중 뒤에서 두 번째인 수치다.
박홍구 회장은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활동 보조 서비스 이용자 등이 많다며 장애 등급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용자가 많은 게 아니라 예산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에서도 활동 보조 서비스 이용대상을 30만 명으로 책정했으나 현재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3만 명에 불과하다.
▲ 이날 결의 대회에는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진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참석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장애인의 삶 더욱 짓밟히고 있다"
이날 결의 대회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이명박 정권 하에 장애인의 삶은 더욱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며 "활동 보조 서비스는 날치기 예산통과와 지침 개악으로 신규신청마저 금지된 채 시장화의 구렁텅이에 처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뿐만 아니라 기존 장애수당을 바꿔치기한 수준도 못되는 장애인연금은 장애인의 생존권을 농락했으며 탈 시설과 관련해서는 시설자본의 배불려주기 식 개편만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발달장애인과 장애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는 허공을 맴돌고 있으며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등도 무력화되거나 기본적인 계획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활동 보조 서비스 지침 개악 철회 및 장애인 장기 요양 도입 음모 중단 △장애 아동 복지 지원 확대 및 발달장애성인 자립 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 수립 △탈 시설 권리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기초 장애 연금 현실화 및 실질적인 소득보장 정책 마련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정책 수립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 이행을 위한 특단의 조치 강구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의 실효적 이행을 위한 정책 마련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책 시행 등 9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 광화문광장에 가려다경찰에 저지돼 가지 못하고 대치 중인 장애인. ⓒ프레시안(허환주) |
한편, 결의 대회에 앞서 장애인들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자신들의 억울한 사연을 밝히는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경찰은 신문고 행사가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는 걸 원천봉쇄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려던 장애인 50여 명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나 별다른 충돌 없이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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