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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회장님, 돈을 금고에만 쌓아두지 마세요"

[기고] 현대차·삼성 현금성자산 28조, 10%만 투자해도 3만 일자리

최근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대기업의 영업실적 수치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상최대의 실적'에 의한 '재벌의 돈 잔치'가 가관이다. 하지만 한국사회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는 청년인턴의 '확대'와 희망근로의 '연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가시화되고 있는 '고용대란'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의 결정적인 변수인 투자에 대해 대기업이 '허울뿐인 약속'만 남발하고 있으며,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 방안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렇다면 2010년 한국사회의 대기업은 어떤 모습인가?

사상최대 실적과 돈 잔치의 이면

먼저 지난 수년간 대기업의 영업실적과 투자현황을 중심으로 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0대 상장사의 매출액은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9년은 약 880조7667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지난 3년 평균치 보다 약 17.8%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 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의 경우 2009년 47조7412억 원으로 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평균치 보다 약 13.2%가 증가한 것이다. 지난 4월 8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500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의 현금성자산의 총액도 84조732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19.5%가 늘어났다.

하지만 대기업의 투자에 대한 태도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1534개의 현금성자산 규모는 2000년 이후 매년 14.4%씩 증가하였는데, 이는 매출액증가율(7.1%)과 자산증가율(8.0%)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유형자산(토지 제외) 보유규모는 2000년 285조4000억 원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395조 원으로 연평균 2.8% 증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유형 자산의 비중도 전체자산의 34.6%에 그치고 있으며, 총투자금액 대비 감가상각누계액으로 추계한 생산설비 노후화정도는 2000년 35.5%에서 2009년 말 현재 56.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수치는 대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위험이 낮은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반면, 생산적 설비증설과 고용창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금고에 쌓여만 가는 돈

과연 그렇다면 재벌 대기업을 대표하는 10대 그룹의 2009년 경영실적은 어느 정도 수준이며, 최근 몇 년간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2009년 영업실적의 평균치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출액의 경우 2009년 476조455억 원을 기록함으로써 지난 3년간 평균치에 비해 26.59% 증가했다. 또 당기순이익은 2009년에 31조5864억 원으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치 보다 무려 33.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10대 그룹 영업실적 변동추이 (단위: 억원) ⓒ프레시안

재벌 대기업이 지난 수년 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재벌 대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생산적인 국내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기업내부에 계속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여력이 어느 정도 풍부한지를 나타내는 현금성 자산의 규모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0년 3월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업(비금융법인)의 현금성 자산의 규모는 총 400조2225억 원에 이른다. 이는 2004년 대비 약 2배가 늘어난 수치다. 더욱이 10대 그룹의 경우 2009년 12월 말 현재 10대 그룹의 현금성자산 총액은 약 52조1461억 원으로 2008년 대비 약 19.04%가 늘어났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풍부한 자금능력은 지난 10년 동안 사내유보금과 이익잉여금의 지속적인 증가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00년 1조701억 원에 불과하던 사내유보금이 2005년 4조5116억 원에 도달하고 2009년 12월 말 현재 5조2286억 원을 달성했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의 장기적 자금여력을 나타내는 이익잉여금은 2000년 1조847억 원이었지만, 계속 증가하여 2005년 16조3673억 원에 이르고 2009년 12월 현재 29조786억 원에 도달하였다. 한마디로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그룹의 금고에 돈이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의 자본축적규모 변동추이 (단위: 천억원)ⓒ프레시안

삼성그룹은 사내유보금이 2000년 6조2057억 원에 불과하였지만, 2005년 7조3967억 원에 이르고, 2009년 12월 말 현재 10조2855억 원을 달성한다. 더욱이 이익잉여금의 증가추세는 더 급격하다. 2000년 12조5252억 원에서 2009년 74조7378억 원으로 지난 10년 사이 무려 6 배가 증가하였다.
▲ 삼성그룹의 자본축적규모 변동추이 (단위: 천억원) ⓒ프레시안

일자리만들기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무책임한 태도

이런 높은 수익성과 풍부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재벌 대기업이 지난 10년간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였다는 사실은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지난 10년간 당기순이익과 고용인원수의 반비례관계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당기순이익 1억 원당 노동자수는 2006년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06년 12월 말 당기순이익 1억 원당 고용된 노동자수가 3.54명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그 수는 1.79명으로 50%에 그치고 있다. 이와 달리 고용되어 있는 소속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2006년 말 2800만 원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5600만 원으로 2배가 증가하였다.

삼성그룹은 이런 역관계가 더욱 심하다. 삼성그룹은 2008년 경제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2008년, 2009년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산하 주요 비금융기업의 2009년 매출액 총액은 134조3900억 원이며, 이 수치는 전년 대비 17.6%가 늘어난 것이다. 한편 당기순이익은 지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08년 7조3174억 원으로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2009년 다시 11조9874억 원을 기록함으로써,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사상최대의 수익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은 고용의 절대치가 줄어들고 있을 정도로 고용축소경향이 뚜렷하다. 2007년 12월 말 당기순이익 1억 원당 고용된 노동자수는 1.64명이었는데 2009년 12월 말 현재 1.1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고용되어 있는 소속 노동자 1인당 당기순이익은 2007년 말 6100만 원에서 2009년 12월 말 현재 8600만 원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엄청난 수익에 기반해 자신의 금고에 돈을 계속 쌓아가고 있지만, 일자리 만들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두 재벌 모두 당기순이익 대비 고용인원의 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생산적 국내투자에 사용하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는 경영권승계를 위한 지분확보, 무분별한 해외투자, 문어발식 경영을 위한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이처럼 주요 대기업, 특히 재벌 대기업은 작년은 물론, 지난 10년 동안 엄청난 영업실적에 힘입어 대규모의 사내유보금, 이익잉여금과 현금성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금고에 돈만 쌓아 두고 투자부진과 일자리축소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서민과 노동자의 바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제라도 재벌 대기업은 산업기반의 부실과 고용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2010년 한국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주체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국내투자방안을 제시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재벌 대기업의 경영성과가 단지 회장님의 '선견지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소속 노동자의 장시간고혈노동,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와 불공정한 원하청관계,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투입, 소비자가격에 대한 전가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 '사회적 희생'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속노조가 2010년 교섭요구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지난 3년간 순이익 평균치 대비 2009년 순이익 증가분에 해당하는 만큼 청년노동자를 신규채용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촉구하는 정당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기업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의 고용안정기금, 협력업체의 지원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지역사회의 사회문화복지 시설에 대한 사회연대기금 등의 사회적 출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표적인 재벌 대기업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00년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매출액과 2009년 사상최대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고용 없는 성장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들 두 재벌의 당기순이익 1억 당 고용된 노동자수가 지난 10년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재벌 대기업은 고용창출을 위해서 더 많은 규제완화와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엄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재벌 퍼주기'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투자와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재벌 대기업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다. 결국 결단과 실천의 문제이다.

이미 2009년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총 28조1020억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중 10%만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직간접적인 고용창출효과 또한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 산업 고용유발계수(10억 원당 9.9명)에 근거할 때, 현금성자산 총액분의 10%(약 2.8102조)를 재투자할 경우 약 2만7820명의 신규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재벌 대기업은 '질 좋은 일자리 만들기'라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국내투자 확대와 고용창출을 위해 '금고에 돈만 쌓아두지 말고 곳간을 열어 달라'는 사회적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 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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