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7일 08시 00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오동진
오동진은 신문,통신,방송사 문화부 기자로 경력을 시작했다.영화전문지 FILM2.0과 씨네버스의 창간멤버와 편집장을 지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부산국제영화제 마켓 운영위원장이었다. 현재 영화 글만 쓰고 산다.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이기는 하다.
스스로 사회적 욕망을 제거한 한 지식인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영화, 시대를 넘다] 퍼펙트 데이즈
평온한 일상을 산다는 것은 지루함의 반복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지루함을 지루함이 아니라 편안하고 평화롭게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혼자여야 한다. 사람이 얽히고 관계가 엮이면 평화는 있을 수 없다. 도피 아닌 도피, 은둔 아닌 은둔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평화 추구 행위이다. 평이한 일상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 또
오동진 영화평론가
일본영화 <정욕>이 우리사회에 주는 경고음
[영화, 시대를 넘다] 정욕
아사이 료 원작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정욕>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하기가 이를 데 없는 작품이다. 영화가 그 사회의 일면을 반영한다는 얘기가 맞는다면 <정욕>이 지루한 건 일본사회 자체가 지루하고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모든 욕망이 억압돼 있거나, 수치스러운 무엇으로 감추어져 있고, 그래서 음지 속에서 존재하며, 그래서 더
전염성을 가진 아우슈비츠의 악의
[영화, 시대를 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지난 해인 2023년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24년 제96회 아카데미 영화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수많은 해외 영화상을 수상하며 극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번역하면 이득 구역, 취득 구역이 된다. 아우슈비츠 주변 강제노역과 학살이 자행됐던 수용소 구역을 의미한다. 영화는 학살의 정면이 아니라 만행의 이면을 보여 주
예술을 한다는 것, 예술이 복무해야 하는 것에 대하여
[영화, 시대를 넘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영화는, 특히 다큐멘터리는 종종 전혀 몰랐던 사람과 사건을 알게 해준다. 아주는 아니더라도 잘은 몰랐던 일들을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려 준다. 꽤나 알고는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면의 상대적 진실을 숙고하게 해 준다. 특히 영화는,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게 해준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이나 데이비드 보이나로비치, 그리
돈이 있어야 정의가 빛나고 정의로워야 돈의 가치가 산다
[영화, 시대를 넘다] <공포의 보수>
넷플릭스를 통해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걸작 <공포의 보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하다. 넷플릭스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클루조의 1953년 원작을 볼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는 아마도 <공포의 보수> 제작 7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리메이크작이 기획된 모양이며 그 결과 올해 완성돼 공개됐다. 그
세상과 영화는 종종 위험한 섹스의 반란을 꿈꾸고 그것을 실현한다
[영화, 시대를 넘다] <라스트 썸머>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여성감독 카트린느 브레야의 영화는 역설적으로 일본 로망 포르노의 내러티브 구조를 닮았다. 로망 포르노는 20분 안에 한 번씩 성애 묘사, 그것도 노골적인 섹스 장면을 넣을 것을 규칙으로 한다. 브레야의 영화들도 그렇다. 다만 일본 로망 포르노의 섹스 신은 얄팍한 서사를 감추고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기 위해서지만 카트린느 브레야의 그것은
영화 <댓글 부대>, 4월 총선에 영향 줄까? 글쎄 그리고 설마
[영화, 시대를 넘다] <댓글 부대>
민감한 시기에 나온 영화 <댓글 부대>는 과거의 '댓글 조작' 사건을 연상시키지만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가 않다. 댓글 조작 사건은 국정원(국가정보원)과 국군 기무사령부, 경찰청, 국군 사이버 사령부 등 국가 정보 조직이 총 동원 돼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다. 2009~2012년간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
끔찍한 선거판 세상, 탐정 영화는 과연 한가한 얘기에 불과할까
[영화, 시대를 넘다] <탐정 말로>
리암 니슨 주연의 <탐정 말로>는 전설의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매력의 캐릭터, 필립 말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탐정 영화이다. 할리우드 역사에서 필립 말로 역은 그 오래 전 험프리 보가트(<명탐정 말로>, 1946년, 하워드 혹스)나 엘리엇 굴드(<긴 이별>, 1973년, 로버트 알트만)가 해냈지만 그 둘을 대체할 배우
위대한 통찰의 러브 스토리, 모두 전생(前生)에 있다
[영화, 시대를 넘다]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근래에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오프닝 시퀀스를 보여 준다. 심야의 나이트 바에 세 남녀가 앉아 있다. 가운데가 여자, 양쪽이 남자이다. 여자와 한 남자는 아시안이다. 세 남녀의 대화는 저 멀리 떨어져 있어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바 이쪽 편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두 남녀의 관찰자 시점으로 보여진다. 보이스 오
무지와 순진으로 용감하게 무장한 역사 괴수 드라마 <경성크리처>
[영화, 시대를 넘다] <경성크리처>
뒤늦은 얘기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다소 위험한 역사관을 지녔다는 점에서 요즘 국내 극우주의자들의 환호를 받는다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의 노선을 닮아 있다. 그래서라도 늦게나마 다루고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물론 <건국전쟁>마냥 그렇게까지 노골적이지는 않다.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심사보다는 공부가 게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