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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현 영진위에 사실상 '불신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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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현 영진위에 사실상 '불신임' 선언

[뉴스메이커] 영진위 정상화 촉구하며 기자회견 개최, 서명에 1,600여 명 참가

연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이하 '영진위')를 향해 영화인 1,600여 명이 성명을 발표하고 영진위 정상화 촉구에 나섰다. 16일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1천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은 당초 목표치였던 1천 명을 훌쩍 넘긴 1,681명의 이름으로 영진위에 '공모 백지화 및 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말하자면 영화계가 현 조희문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에 사실상의 '불신임'을 선언한 셈이다.

▲ 독립영화 진영과 충무로, 대학 영화과 등에 속한 다양한 영화인들 1,681명이 참여한 '영진위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1천인 선언' 기자회견이 16일 오후 2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연단에 오른 이들은 한목소리로 현 영진위를 규탄하며 영진위에 책임을 물었다. 왼쪽부터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변영주 감독, 최진욱 영화노조 위원장, 홍형숙 감독, 방은진 감독 겸 배우, 이용배 감독, 김영덕 프로듀서. ⓒ프레시안

영화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 최현용 사무처장의 사회로 시작된 기자회견은 <낮은 목소리>,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과 <오로라공주> 방은진 감독 겸 배우, <경계도시 2>의 홍형숙 감독,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프로듀서조합) 소속의 김영덕 프로듀서, 전국영화산업노조(영화노조) 최진욱 위원장,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 비상대칙위원회(영화아카데미 비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배 감독 등 7명이 연단에 오른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현 영진위의 조희문 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을 향해 거센 비판을 가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자로 나선 이들은 "현 사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영진위의 무능과 비리에 관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리에 가깝도록 공모를 진행해놓고,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서 부정과 무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현용 연대회의 사무처장에 의하면 "중장기 영화진흥사업안을 내는 것을 영비법이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데도, 강한섭 전 위원장과 조희문 현 위원장의 4기 영진위 체제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나도록 이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현 영진위는 올해 사업계획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영주 감독은 이를 "개학 전날에야 밀린 방학숙제를 해치우는 초등학생 같다"고 비유하면서 "제발 일 좀 제대로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홍형숙 감독은 조희문 위원장과 유인촌 문광부 장관을 향해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사퇴하시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현장 영화계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며, "영화인들을 여기서 더 코너로 몰면 어떤 일을 더벌일지 모른다"(최진욱 노조위원장)는, 지속적인 저항을 예고하는 발언도 나왔다. "영진위가 현장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 기자회견 중 발언에 나선 <낮은 목소리>, <밀애>의 변영주 감독. 변영주 감독은 현 영진위가 '도무지 일을 하지도 않고 모처럼 하는 일은 죄다 불투명하다"면서 영진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레시안

한편 기자회견 중 이용배 감독과 방은진 감독 겸 배우가 낭독한 이번 선언서에서, 영화인들은 영진위가 실시한 공모제에 대해 "'나눠먹기'와 '제사람 챙기기'가 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규정하면서, "문화의 공공성과 다양성, 관객의 문화향유권을 위한 사업들이 애초에 민간에서 제안해 주도해 왔음에도 구체적인 평가나 의련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공모를 진행했기에 필연적으로 파행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비민주적이고 비문화적인 독단적 행정 집행이 낳은 당연한 결과"이므로, 결국 "모든 책임은 영진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파행운영으로 재학생 및 동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영화아카데미 문제도 마찬가지다. "온전한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언에 참여한 영화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영화인들은 영진위를 향해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행정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정상화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재공모, 비상석적인 공모 철회 및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가 정상화될 때까지 두 곳의 어떤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3월 18일 <경계도시 2>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홍형숙 감독은 "영진위 때문에 인디스페이스가 없어지면서 개봉관 하나를 잃었고, 배급지원 등의 제도를 없애면서 고생했다. 나는 영진위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희문 위원장과 유인촌 장관을 향해 "함량미달인 이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다. 차라리 일을 하지 말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시라."라며 격앙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퇴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남으실 터이니 꼭 <경계도시 2>를 보러 오시라, 자리를 꼭 마련해 드리겠다"며 유머를 잃지 않았다. ⓒ프레시안

한편 기자회견에서 방은진 감독 겸 배우와 이용배 감독이 낭독한 선언문에는 다수의 독립영화 감독들과 스탭들은 물론, 봉준호, 최동훈, 허진호, 류승완 등 스타급 감독들과 문성근, 권해효 등의 배우들도 참여했다. 그간 영진위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에 대해 앞으로 나선 적이 거의 없던 감독들의 이름도 대거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파주> 박찬옥 감독, <그림자 살인> 김대민 감독, <알포인트> 공수창 감독,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 <작업의 정석> 오기환 감독, <10억> 조민호 감독, <그 해 여름>, <품행제로>의 조근식 감독, <싸움> 한지승 감독, <페어러브> 신연식 감독과 <마녀의 관> 박진성 감독도 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충무로와 독립영화를 막론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 스탭들과 평론가, 제작사 대표, 프로듀서들도 힘을 실어줬다. 그런가 하면 미래의 영화인이라 할 수 있는 각 대학 영화과 재학생들도 대규모로 선언에 참여했다.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이들이 "최근 5년간 충무로에서 활발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영화인들을 망라하고 있다"(변영주 감독)거나, "전체 현장 영화인들의 반이 훌쩍 넘어가는 수치"(최진욱 영화노조 위원장)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현용 사무처장은 "이 명단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선언에 참여한 영화인들의 숫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또한 최현용 사무처장은 "그간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당사자들이 주로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이번 선언은 영화계 전반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이번 선언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간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공모제를 둘러싼 논란에 "절차에 하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독립감독들의 독립영화전용관 보이콧 등 일련의 저항과 반발에 대해서는 "저의를 가진 집단들의 행동"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해당사자들이 주가 된, 영화계 일각 및 일부의 반발일 뿐"이라며 애써 논란을 축소해왔다. 이번 기자회견과 선언에 영진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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