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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대강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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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4대강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냐"

[인터뷰] 사회복지세 발의한 조승수 의원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증세'는 사실 대다수 정치인들에게 말하기 힘든 얘기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얘기에 기뻐할 유권자는 아무도 없기 때문. 특히 한국처럼 세금에 대한 대가인 복지 혜택이 사실상 전무한 국가에서 '증세'는 재선을 바라는 정치인 입장에서 꺼내기 어렵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도 집권기간 동안 소득세, 법인세 등 '감세정책'을 실시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강조했던 '국가 백년지계'를 생각한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는 의원이 있다. 보수세력에선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높아서 '감세'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OECD 30개국 중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끝에서 두 번째로 매우 낮은 편이고, 공공사회복지지출 역시 끝에서 두 번째로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게 '증세'를 주장하는 근거다. 막연히 말로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법안까지 내놓았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지난 3일 소득 상위 5%, 대기업 1%에게 세금을 추가로 걷어 사회복지에만 쓰도록 하는 사회복지세법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은 사회복지세 발의를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의미부여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이슈가 부각되면서 여권의 '선택적 복지' 대 야권의 '보편적 복지'라는 큰 대립구도가 그어졌다.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인 '선택적 복지'와 달리 '보편적 복지' 주장에 반드시 뒤따라야하는 것은 늘어나는 복지 혜택에 따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점이다. 재원 확충 방안이 없는 '복지국가' 주장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조 의원은 지적했다. 조 의원은 그런 면에서 무상급식, 일자리 정책,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모두 4대강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민주당의 태도에서 '복지국가'에 대한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을 점하는 여당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조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며 당장 눈앞의 6월 지방선거 이후 좀 더 본격적인 정치질서 재편의 중요한 의제의 하나로 내놓은 것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단지 김대중-노무현 시절로 컴백하는 정도의 정책이라면 서로 같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를 패러다임이 다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그 목표는 결국 복지국가일 수밖에 없다." 갈수록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개인의 욕망이 날 것으로 확인되는 '막장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는 이념적 좌표로는 가장 왼쪽에 있는 진보신당의 유일한 원내 의원인 조승수 의원이 던진 사회복지세가 18대 국회와 함께 소멸될지, 아니면 하나의 시작점이 될지는 주목하는 이유다.

다음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편집자
▲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프레시안(여정민)

5% 고소득자, 1% 대기업에 사회복지세 걷자

프레시안 ; 지난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사회복지세를 발의했다. 일단 많은 이들에게 사회복지세라는 것 자체가 생소할텐데 간략한 설명을 부탁한다.

조승수 : 법안의 형태로 발의된 것은 이번이지만 사회복지세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사실 꽤 됐다. 민주노동당이 지난 2005년 사회연대임금을 민주노총 등에 제안했고, 당시 원내 대표였던 천영세 전 의원이 정당 대표 연설하면서 사회연대임금과 더불어 사회복지세 주장을 처음 밝혔었다.

사회복지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를 어떻게 만회하고 회복할 것인가.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확충을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걸 넘어서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 어떤 국가로 갈 것인가. 나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실현 수단과 정책이란 차원의 큰 프레임에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부세를 내고 있는 개인과 법인이 그 납부세액의 약 15-30%를 추가로 더 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세 400-1000만 원을 내는 개인에게는 15%의 세율을 적용하고, 1000만 원을 넘으면 30%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적인 방식으로 부과한다. 기업에 대해서도 법인세액을 5-100억 원을 내는 기업은 15% 세율을, 100억 초과 법인세액에 대해서는 30% 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상속증여세와 종부세에 대해서는 금액에 관계없이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세 400만 원 이하의 서민중산층과 법인세 5억 이하의 중소기업은 세금 부담이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세는 소득 상위 5% 개인과 1% 대기업이 전부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프레시안 : 그렇게 해서 걷은 규모는 얼마 정도 되나?

조승수 : 15조 원으로 추산한다.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이 200조 정도니까 15조 원이면 7.5% 수준이다. 작은 규모는 사실 아니다.

부유세의 변형? 좀더 전면적인 복지 재원 확보

프레시안 : 법안 내용을 보고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내놓았던 부유세의 변형이 아닌가 생각했다. 부유세와 어떤 차이가 있나?

조승수 : 부유세는 보유과세다. 부동산 등 자산을 가진 사람에 대해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사회복지세는 소득을 주된 과세 대상으로 한다. 이 얘기는 시스템적으로 복지국가의 재원을 마련하는 성격으로 사회복지세를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의 종류도 조금 다르다. 부유세는 보통세로 중앙정부의 세입으로 잡혀 어디에 써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세는 목적세다. 사회복지에만 쓰도록 했다.

프레시안 : 우리나라 과세에서 불평등이 더 두드러지는 부분은 자산에 대한 과세다. 부동산세 등 자산에 매겨지는 과세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점에서 부유세처럼 자산에 대해 추가 과세를 하는 게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조승수 : 한국이 전반적으로 세금이 낮지만 부동산, 주식 등 자산에 대한 세금이 제대로 안 매겨지는 점에서 세금의 중요한 역할인 부의 재분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도입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사실상 폐지되기도 했다. 보유 자산에 대해 세금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것은 여권에서 선진화를 외치지만 국가의 기본이 제대로 안 갖춰진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별개로 사회복지세를 소득을 중심으로 과세하려는 것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재원 확보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복지세와 같은 세금을 찾아볼 수 있나?

▲ ⓒ프레시안(여정민)
조승수 : 한국은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7.48%로 OECD 30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OECD 평균은 20.6%로 우리의 세배다. 조세부담률도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5.7%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GDP 규모가 대략 1000조 원 정도인데, 만약 우리나라가 OECD 평균으로 세금 거둔다고 하면 매년 한 57조 원을 걷어야 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한국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국민의 사회보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은 우리가 여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세는 낮은 단계에서 출발하자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프레시안 : 선진국의 선례가 있기보다 선진국은 사회복지 지출 규모가 우리보다 훨씬 크니까 우리가 그 규모를 따라잡기 위해 사회복지세를 신설하자는 차원으로 보면 되나?

조승수 : 그렇다. 담세도 외국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대체로 외국은 소득세의 형태로 주로 걷는다. 북유럽 국가들은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고 하지 않나.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에 대한 홍보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바로 소득세를 증세하는 것에 비해 조세저항을 좀 누그러뜨리자는 측면도 있다.

MB '부자감세'로 폭탄 맞은 지방정부…지방채만 36% 늘어

프레시안 : 사회복지세와 같이 발의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등을 통해 사회복지세의 50%를 지방 교부금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방 재정난이 크게 악화됐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조승수 : 현 정부의 부자 감세로 지방정부의 빚도 엄청나게 늘었다. 2004년 57.2%였던 재정자립도가 2009년 현재 53.6%에 불과하다. 필요한 돈의 절반 정도만 스스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하니까 지방정부의 재정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지원하는 재원 중 가장 큰 것이 지방교부세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와 종부세 전액을 지자체에 교부하도록 돼 있는데 이명박 정부 감세 정책으로 연간 6조 원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5년으로 치면 30조 원이다.

그래서 지방채가 지난 한해 7조원, 36%가 늘어나는 등 '빚'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또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도 매년 5조 원씩 줄어들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호화청사 등으로 지자체의 재정운용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지방으로 교부되는 세금도 반드시 사회복지로 쓰도록 돼 있나?

조승수 : 그렇다. 지방재정이 열악해지면서 가장 먼저 깎여 나가는 부분이 복지 관련 예산이다. 사회복지세의 30%를 지자체에, 20%는 시도교육청으로 지원하게 되면 각각 4.5조 원과 3조 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부자감세로 감소되는 금액을 상당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방으로 교부할 때 각 지역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도록 돼 있어 수도권과 지방간 재정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민주당, 집권당일 때는 무상급식 반대하더니

프레시안 : 법안을 발의하기까지 과정도 궁금하다. 발의에 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했다.

조승수 : 11명 의원이 발의를 했는데 법안 발의를 위한 최소 인원인 10명을 채우는 과정이 지난했다. 민주당은 복지국가를 말하면서도 이에 대한 전략이 부족하다. 사실 재원 대책이 없는 복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감세를 주로 해왔지 증세를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당 차원의 전략은 없다. 또 민주당은 복지예산에 대해 4대강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무상급식도 4대강 예산으로, 일자리 추경도 4대강 예산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도 4대강 예산으로 하자고 하면서 국가채무 또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4대강 예산이 도깨비 방망이냐. 복지예산 확충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법안에 김영진, 최문순 의원 등 다섯 분이 서명해주셨는데 이 분들은 민주당 내에서 개혁적인 성향의 분들이고 복지국가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분들이라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다.

프레시안 : 민주당 의원들이 제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조승수 : 모든 의원은 증세에 대한 부담이 있다. 표하고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같이 잔여주의 시혜적 복지시스템을 가져 온 나라에서 세금을 더 내라고 하기는 힘들었다. 당장 정부가 뭐해줬냐. 애 낳기도 힘들고 공부시키기도 힘든데 국가가 아무 것도 안 해주면서 세금만 더 내라고 하냐.

저는 민주당을 포함해 집권 경험이 있는 세력이 야당이 됐을 때 당론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집권당일 때 무상급식 반대했었다. 당론은 아니었지만, 민노당에서 무상급식 법안 발의해도 동의 안 해줬다. 그러다 야당이 되니까 찬성하는데 민주당도 정책에 대해 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사회복지세는 사실상 증세로 전환하자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걸리는 문제는 조세 저항이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가 하나의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논란 끝에 도입되면서 그 과정에서 애초보다 많이 후퇴하기도 했지만 정권이 바뀌니까 사실상 폐지됐다. 반대 여론에 대한 대응 논리가 있다면?

조승수 : 사회복지세라는 세금을 신설하는 것인 만큼 증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증세라기보다는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부자감세를 철회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규모가 임기동안만 90조 원이고, 감세효과가 전부 발효되면 매년 25조 원의 세수가 줄어들고 그중 75%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그 혜택이 돌아간다. 이렇게 봤을 때 15조 원의 사회복지세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로 혜택을 입는 부유층과 대기업의 감세를 철회하는 셈이다.

반대여론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부유세나 종부세의 경우 국민 전반의 지지여론은 오히려 높았다. 그만큼 조세불평등에 대한 국민 불만이 팽배해 있고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높기 때문에 사회복지세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여론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종부세의 경우를 보면, 전국민의 2% 밖에 안 되는 과세 대상자들이 우리 사회의 주요한 영향력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재계, 정치권, 언론, 심지어 종부세를 허무는 판결을 한 법조계까지 종부세 대상자들이 다수였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숫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종부세에 대한 이들의 주장에 나머지 98%의 국민들이 다 찬성했느냐. 그건 아니었다. 다수가 종부세 폐지에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서는 떠들면 떠들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세 도입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10일 복지사회소사이어티 등 시민단체 등 11곳을 불러 사회복지세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많은 단체가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집요하게 진행할 것이다.

한국 조세부담율 OECD 30개국 중 29번째에 불과

프레시안 : 보수세력은 법인세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조세부담이 높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조승수 :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은 OECD 30개국 중 29번째다. 법인세 최고세율만 보더라도 OECD 30개 국가 중 8번째로 낮은 편이다.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는 주로 구 동구권 국가들과 최근에 문제가 된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외국자본이 그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와는 경제규모나 조건에 큰 차이가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가 조세부담이 높다는 것은 그냥 일반 국민들이 내가 낸 세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한다는 정서에 보수 세력이나 자산가들이 편승하는 것일 뿐이다.

프레시안 : 이 법안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한테 설명한 적은 있나?

조승수 :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따로 한 적은 없다. 법안 발의하고 나서 한나라당 내 개혁파 의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동의는 하지만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뭐 그런 얘기를 많이들 한다.

프레시안 : 그 질문을 한 이유가 실제 제정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프레시안(여정민)
조승수 : 나는 생각이 다르다. 빠른 시간 안에 관철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상당히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 어차피 정권의 성격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복지국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회복지세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사회복지에 필요한 재원 확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조 의원이 계속 강조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조승수 : 정교하게 당 차원에서 정리된 것은 아니다. 노회찬 대표는 복지동맹 얘기를 많이 하고 심상정 전 대표는 서민 복지 얘기를 많이 한다. 당내에서 조금 더 정교하게 정리가 필요하다.

나는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당선되고 5월 3일 취임 선서를 하고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이 얘기를 꺼냈다. 나는 한국사회가 경쟁과 효율만 주장하는 시장국가로 가고 있다, 이럴 경우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이른바 민주정부 10년도 그런 시장국가론이 확산에 기여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을 포함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진보정당도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대를 모았던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을 좀 더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선거 전에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진보신당이 과거 진보정당과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내가 세금을 적절하게 내면 먹고 사는 문제, 교육, 의료, 주거, 이 4가지 문제에 노후까지 해결되는 국가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그러지 못한 것은 우리 경제력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분배 시스템을 만들지 못해서다. 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들은 보통 1만 달러 소득 시대부터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서 발전시켜 왔다. 우리는 2만 달러 언저리이지 않나. 경제력이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다.

과거 복지국가를 얘기하면 진보정당 내에서는 개량주의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제는 좀더 과감하게 과거 운동권의 원칙주의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정말 보통 사람이 제대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안전한 사회도 보수적 담론으로 많이 쓰인 것인데 나는 써야 한다고 본다. 진보가 추구하는 것이 불안한 사회나 싸우는 사회는 아니지 않나.

또 다른 복지국가보다 좀 더 정교히 해야 하는 측면은 생태다. 생태가 전제되지 않는 복지국가는 성장주의 포로가 되는, 무한 욕망만 실현하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생태에 기반한 복지국가, 초록복지국가란 표현을 쓴다.

진보개혁진영, 지방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

프레시안 :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길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욕망의 정치'였다.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했고, 실제로 대중들은 거기에 포섭돼 도덕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됐던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이명박 정권 2년 동안 일반 국민들이 민주주의 역행 등과 관련해 당혹스러워하고 있지만 지금 다시 대선을 치룬다고 해도 과연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고도성장을 원하는 '욕망의 정치'를 뛰어넘는 대안적 담론은 여전히 일반 국민들에겐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승수 : 이명박 정부 이후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이 정부의 경험이 우리 국민의 사회적, 정치적 의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이명박의 등장 자체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패 이 부분에 대해 묻지마 투표를 한 것이다. 부도덕해도 좋고 민주주의 후퇴도 좋으니 경제 한번 살려봐라. 이건 과거 50년 동안 우리 국민이 성장주의의 포로가 돼 왔는데, 외환위기 이후 고도성장이 멈춰버리니 그 금단증세를 온 국민이 집단적으로 앓았던 셈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과거의 고도성장은 올 수 없다고 본다. 이미 우리 산업구조가 고도화돼 있어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에서 1-2% 정도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도성장이 올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하고 금단증세를 치유되는 것이 이명박 5년이 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현재 조건에서 안전한 사회로 갈 방법은 복지국가 밖에 없다는 집단적 경험이 이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집단적 각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것은 고성장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진보개혁세력의 무능력에 대한 실망도 크다. 진보가 능력있고 책임감 있는 대안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 만으로 진보개혁세력을 선택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조승수 : 그런 점에서 6월 지방선거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방선거 결과 야권이 이기거나 지나 근원적 차이는 없을 것이다. 설사 이긴다 해도 지방정부 차원이라 중앙 정치의 흐름을 바꿔 놓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른바 보수우익세력이 40년 집권했고, 자유주의세력이 10년 해 봤지만 민주주의, 남북관계의 몇몇 영역을 빼고는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차별을 못 느꼈다. 국민들은 진보가 더 잘해야 하고, 이른바 성찰적인 개혁 세력에게도 기대를 조금 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가져갈지, 2012년 총선, 대선이라는 전면적인 선택의 시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정치질서를 형성해야 한다. 진보개혁세력이 국민들에게 과거 오류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어떤 한국 사회 만들 것인지 새롭게 보여주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작용만으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지방선거 이후부터 2012년 사이다. 그 연장선에서 민노당, 진보신당 통합도 협소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사회복지세 발의에 민주당에서 5명이 참여했다. 아직은 민주당조차 설득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방선거를 거친다 하더라도 복지국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야권이 어느 정도 세를 모을 수 있을까?

조승수 : 현재 정치세력 전체를 놓고 보면 다 동의할 의제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 지금과 같은 정당 구조가 아닌. 진보 개혁 세력이 한국 사회 책임져야 하는 결정적 시기가 2012를 매개로 진행될 텐데 그때 그 세력이 뭐하자고 얘기할 것이냐? 단지 김대중-노무현 시절로 컴백하는 정도의 정책이라면 서로 같이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한국 사회를 패러다임이 다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그 목표는 결국 복지국가일수밖에 없고, 이는 이념 정책 수준을 넘어서서 가치 구현할 정치세력이 새롭게 형성될 필요가 있다. 복지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큰 지향에 동의한다면 과거에 모든 것을 넘어서서 새롭게 시작할 시기 아닌가 본다.

감세가 오히려 포풀리즘

프레시안 :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해 한나라가 들고 나오는 비판이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 ⓒ프레시안(여정민)
조승수 : 민주당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에 할말이 없을 것이다. 집권당일 때는 반대해 놓고 한나라당이 반대하니까 이제 와서 당론으로 찬성하니까. 다만 무상급식이 다른 이슈에 비해 민감한 문제다. 아이들 밥 먹이자는데 뭐가 포퓰리즘이냐. 사실은 왜 지방자치가 필요하고 교육자치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것을 통해 우리가 원래 하고자 했던 지방자치가 무엇인가의 쟁점을 확산하는 데는 오히려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포퓰리즘이라는 여당의 특히 청와대의 비판은 무상급식 뿐 아니라 굉장히 많은 서민정책에 다 적용될 수 있는 비판이라는 점에서 여권 입장에서 매우 주요한 공격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런 프레임이 공감대를 얻기 시작하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조승수 : 그래서 무상급식 자체가 현실 정치에서 쟁점화가 됐다면 그걸 매개로 해서 논쟁 벌일 필요도 있지만 그 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교육 보편의 문제, 의료, 주거 등 보편적 복지의 쟁점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제를 다양화하고 확장하는 게 더 적절한 대응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은 선택적 복지를 주장한다. 한정적인 복지재정에서 서민층에게만 복지혜택을 집중하는게 오히려 서민층에게 돌아가는 것이 많다는 주장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부자 자녀 점심값 내줄만큼 우리 정부가 한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정부도 한편으로는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면서 복지재정이 오히려 늘었다고 강조한다.

조승수 :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복지재정이 늘었다는 것은 통계 조작이다. 국민연금 등 자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증가분까지 포함시켜 복지재정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인 공공지출 개념으로 보면 오히려 줄었다.

사실 감세가 오히려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하다. 여권은 누구나 느끼는 세금에 대한 저항을 교묘하게 이용해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공격하고 있다. 증세에 기반하지 않는 선택적 복지 주장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덜 걷고 서민들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결국 유권자들이 누가 조금 더 내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해줘야 한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 등이 주도하는 복지국가 소사이어티는 재미있는 주장을 하더라. 10년 정도 국가 빚이 좀 늘어도 교육, 의료, 주거, 일자리, 노후 이 다섯 가지만 지금과는 훨씬 다른 수준의 복지를 시행하면 국민들이 과거로 돌아가려 하겠느냐. 그때 증세를 얘기하면 뭔가 통하지 않겠느냐. 또 우리 국민들의 삶이 실제로 평등하진 않지만, 국민들의 평등 의식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이를 정치권에서 잘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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