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를 기발한 방식으로 공격한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예스맨 프로젝트>(앤디 비클바움·마이크 버나노·밥 스펀크마이어 지음, 정인환 옮김, 빨간머리 펴냄)가 그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로저와 나>, <식코>, <화씨 911> 등으로 유명해진 마이클 무어가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다.
'예스맨(Yes Men)'이란 공동 저자 3인이 설립한 '명의 보정(Identity Correction)' 단체다. 명의 도용은 아니고, '보정'이다.
▲ <예스맨 프로젝트>(앤디 비클바움·마이크 버나노·밥 스펀크마이어 지음, 정인환 옮김, 빨간머리 펴냄). ⓒ프레시안 |
책은 이들이 세계무역기구(WTO)를 명의 보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먼저 이들은 'GATT.org' 도메인을 선점해 WTO의 공식 사이트(WTO.org)와 비슷하게 꾸몄다. 당연히 보정 들어갔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WTO 파견 인사를 자처하고 세계 각지의 강연회에 참석해 WTO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 사실 원래 검은 얼굴에 바른 분을 대신 지워주는 셈이니 역시 보정이 맞다.
기상천외한 방법에 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미리 기사로 소개하기에는 아깝고, 약간 민망하기도 하니 직접 책으로 확인하는 게 맞다(물론 극장에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이들은 WTO 명의 보정 작업을 일단 5회롤 끝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상공회의소 명의를 보정해주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19일, 미국 주요 언론이 일제히 "상공회의소가 '기후변화협약 관련 규제 법안'에 찬성키로 했다"고 보도한 사건이 그 결과다. 물론 오보였다. 예스맨의 보정 작업이었던 셈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냐고? 역시 책이나 영화를 보면 된다.
일견 워낙 터무니없어 보여 그저 한번 웃음거리로 넘어갈 일로 생각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이들이 웃음 말고 과연 주는 게 무엇이냐는 회의도 가져볼 법하다. 특히나 최근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무력감을 느끼는 한국의 대다수 시민은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웃어라'고 강조한 후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주 영리한 사람들이, 아주 영리한 일을 도모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들은 책 말미에 대기업을 위한, 부자를 위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세계 곳곳의 사이트를 소개해줬다. 굳이 이들 사이트를 찾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은 많다. 어쩌면 당신도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쾌하게 운동하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