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윤증현, 외신기자에 '룸살롱' 질문 받은 진짜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윤증현, 외신기자에 '룸살롱' 질문 받은 진짜 이유?

MB정부 들어 '접대비 실명제 폐지' 등 계속 정책 후퇴

8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민망한 일이 있었다.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민망한 질문 "룸살롱"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외신기자가 한국의 '룸살롱 문화'에 대해 노골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룸살롱 등 잘못된 직장 회식 문화 때문이 아니냐"고 이 신문의 에반 람스타드 기자가 윤 장관에게 물었다.

▲ 윤증현 장관이 8일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이에 윤 장관은 "한국은 최근 발령받은 검사 중 절반이 여성이며 가정에서도 한국 여성만큼 경제권을 가진 나라도 없다"며 "한국은 여성 사회 활동이 커져 오히려 저출산 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룸살롱 관련은 전혀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람스타드 기자는 이어 "기업체 직원들이 재정부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려가는 걸로 아는데 이에 대한 기준이 있냐"고 재차 캐물었고, 윤 장관은 "어디서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의문스러우며 우리는 그런 부분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부인했다.

'룸살롱 문화'에 대한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CBS라디오 돈 커크 기자는 "룸살롱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게 대기업 인사들인데 이런 대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접대비 허용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는 접대비 한도가 정해져 있어 이를 넘으면 기업 이윤에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상에서 인센티브가 없다"고 답변했다.

<연합뉴스> "인종적 편건에 사로잡힌 외신기자" 비난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한국의 모든 남성과 여성을 비하한 것은 물론 한국의 직장 문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어이없는 질문이었다"고 비난했다. 또 내국인 참석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에 오래 근무했다거나 한국을 잘 안다고 내세우며 곤란한 질문을 해서 장관이나 기관장 나아가 한국 국민 전체를 모욕하는 기자들이 있다"며 "이런 기자들은 알고 보면 공부를 게을리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경제 등에 대해 잘 모르거나 인종적 편견을 가진 경우가 많다" 고 보도했다.

물론 <연합뉴스>의 지적처럼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기자들이 일부러 모욕을 주기 위해 윤 장관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먼 '룸살롱 문화'라는 치부를 끄집어 낸 것은 악의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룸살롱 문제에 대한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과연 사실이 아닐까? 또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윤 장관의 답변이 솔직했을까?

한국 여성경제활동참가율 OECD평균보다 7.4% 낮아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 외신기자들의 의도가 어떠했냐와 별개로 '룸살롱'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다. 또 룸살롱으로 대표되는 접대문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해악'도 계산하기 힘든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지적한 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 문제도 이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을 동등한 '노동자'로 보기 보다는 접대를 제공하는 '성적 존재'로 먼저 인식하는 기업문화에서 여성들이 설 자리는 좁기만 하다.

'룸살롱' 등 광의의 성매매업소는 여성들의 일자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젊은 여성들이 취업할 '괜찮은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매매업소는 거대한 '블랙홀'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은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앞서 지적했듯이 여성을 일차적으로 '성적 존재'로 인식시키는 접대문화는 노동시장에서 '여성 노동력=단순 저임의 노동력'으로 고정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 장관이 '여성 검사'를 예로 들어 이에 대해 반박했지만 이같은 소위 '알파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체의 여성 임원, 고위공무원, 여성 국회의원 등 다른 분야로 시선을 넓히면 아직 '유리 천정'을 뚫은 여성들의 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극히 소수다.

또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윤 장관은 "가정 내 여성들의 경제권력"을 언급했지만 좀 궁색한 답변이다. 특히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여성의 숫자가 지난해 1042만 명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2008년과 비교해 28만6000명이 늘어났다. 남성 비경제활동인구와 비교하면 2배나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우리나라가 53.9%에 불과해 OCED 평균보다 무려 7.4%포인트나 낮다.

"접대비 실명제 폐지" 찬성하는 윤증현 장관, 떳떳할 수 있을까

'룸살롱 문화'가 한국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비단 여성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을 깨는 '부패 경제'의 장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룸살롱은 기업들의 로비가 벌어지는 현장이다. '부패경제'에 기생하면서 동시에 '부패경제'를 키우는 게 접대문화다. 이런 접대문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접대를 받는 고위직 공무원, 기업 간부, 정치인 등이다. CBS 기자가 "재정부 관료들의 접대 가능성"을 질문한 게 단순한 '억측'만이라고 하기는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3월 청와대 행정관들과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등 현 정부 핵심인사 3명이 케이블 방송업체 관계자로부터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은 것이 발각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 윤증현 장관이 접대비 문제에 대해 큰 소리만 치기는 힘들다. 노무현 정부에서 지난 2005년 건당 50만 원 이내에서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접대비 상한제'를 도입했던 것을 이명박 정부 들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건당 100만 원 이내로 한도를 늘렸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영세상인은 돕는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 결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기업들의 접대비는 크게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8년 39만8331개 법인이 7조502억 원을 접대비로 지출해 2007년의 6조3647억 원에 비해 7000억 원 가까이 급증했다.

강만수 전 장관 뿐 아니라 윤증현 장관도 '접대비' 문제에 대해 너그러운 입장이다. 윤 장관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에 출석해 정부가 지난해 2월 '접대비 실명제'를 폐지한 것에 대해 "접대비 실명제를 부활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신뢰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접대비 한도가 계속 내려온 데다 실명제까지 강화하면 변칙 운용하는 측면이 있어 접대비 한도를 신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며 기업 입장을 적극 옹호했다. 접대비 실명제는 1건당 50만 원 이상 지출한 접대비에 대해 날짜와 금액, 접대장소, 접대목적, 접대받는 사람의 이름과 소속 회사.부서명.사업자등록번호.주민등록번호 등을 기록해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룸살롱 접대 문화를 없애기 위해 도입했던 핵심적인 정책이 모두 현 정부 들어 후퇴했고 윤 장관 역시 이런 후퇴 기조에 적극 찬성한 장관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