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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출산파업' 부르는 국가, 손쉬운 해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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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출산파업' 부르는 국가, 손쉬운 해법 있다"

[102주년 세계 여성의 날] 여전한 외침 "여성도 인간이다"

1.15명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남녀 임금 격차, 전체 취업자의 73%가 비정규직,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미만의 일자리.

2010년 한국의 여성 노동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해마다 3월이면 돌아오는 '여성의 날'이지만, 참석자들은 "올해 여성의 날의 의미는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 한해는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어느 해보다 더 깊이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 1.15명이라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남녀 임금 격차, 전체 취업자의 73%가 비정규직,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미만의 일자리.2010년 한국의 여성 노동자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프레시안(여정민)

더욱이 현 정부는 출산 대책에서도 중산층 지원만이 중심이다. 임신이 곧 해고 통지서가 되는 여성 비정규직, 5%에 불과한 국공립 보육시설, 엄청난 사교육비 등 서민층이 마주하고 있는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102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6일 곳곳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대회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여성 정책을 반대한다"고 외친 이유였다. 그리고 이날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는 정부에게 구걸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의 방법으로 여성의 권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이 언급한 '무기'란 넓게는 여성 고유의 능력인 임신과 출산, 좁게는 오는 6월 지방선거였다.

"유연한 근무 보장해준다는데, 여성들이 '퍼플잡' 반대하는 이유는?"

▲ 지난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는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여성은 일자리를 잃었고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프레시안(여정민)
지난 2008년 말 시작된 경제위기는 여성에게 더 가혹했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던 여성은 일자리를 잃었고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11월과 1년 전의 성별 취업자 수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똑같은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남성 취업자 수는 2008년 11월보다 8만1000명이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여성 취업자 수는 9만1000명이 줄어들었다. 특히 경제위기 이후 취업자수가 가장 크게 줄어들었던 지난해 5월의 경우 줄어든 일자리 가운데 무려 96.3%가 여성이었다.

학력과 직업 등의 조건이 남성과 똑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경제위기 기간 일자리를 잃을 확률은 남성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경제위기 기간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93.2%였지만 여성은 86.3%에 불과했다.

여성이 보다 손쉽게 희생양이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가 비정규직 일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정부가 공공부문에 도입하려는 유연근무제(퍼플잡)에 못 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퍼플잡을 놓고 "힘들어 죽겠다는 사람에게 진짜 죽으라고 하는 격"이라고 혹평했다.

"낙태처벌? 출산율 높이려면 안정적 일자리부터 보장하라"

▲가까운 실천으로 이들은 6월 지방선거를 얘기했다. ⓒ프레시안(여정민)
이강실 전국여성연대 대표는 이날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는 애를 낳지 않겠다고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실 대표는 일종의 '출산 파업'을 언급했지만, 오늘날 여성의 상당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출산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을 앞세워 '낙태'에 대한 처벌만을 되뇌고 있다.

이날 대학로에서 열린 대회에서 유독 "낙태 처벌"과 관련된 언급이 많이 나오고, 이날 대회 요구안에 "낙태 단속 강화와 출산 강요를 반대한다, 여성의 몽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쟁취하자"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출산 압박'에 대한 명백한 거부 표현이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한 여성 노동자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출산 그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5.5%에 불과한데 현행법으로 직장 내 보육시설을 강제하고 있는 300인 이상 대기업마저도 예외조항을 근거로 수당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무기 투표권을 지방선거에서 사용하자"

"여성을 인력활용의 대상으로, 출산의 대상으로, 성적 대상으로 도구화시킨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가장 가까운 실천으로 이들은 6월 지방선거를 얘기했다. 이강실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앞으로 3년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 대통령선거까지 8년, 13년이 된다"며 "아직 빼앗기지 않은 우리의 권리는 투표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여성단체들 주최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여성대회에서도 마찬가지 주장이 쏟아졌다. 한명숙 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대회에서 한국여성운동연합은 "여성 유권자가 적극 참여해 보수 정치세력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노동은 여성 책임? 됐고! '저임금' 대신 사회화로!"
▲ 간병인,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의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프레시안(여정민)
여성의 날 진행된 여러 행사 가운데 주목을 끈 것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벌어진 '돌봄노동자 희망대회'였다. 간병인,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의 우리 사회의 음지에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는 일의 성격도 비슷하지만, 이들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라는 것이다.

장애인활동보조인과 요양보호사는 시급제로 돈을 받는다. 한 장애인활동보조인은 "말이 시급 6000원이지 야간수당도, 주말수당도 없다"며 "지자체나 정부에서 운영하지 않고 민간에 맡기기 때문에 일자리 연결도 안정적이지 않다"고 호소했다.

간병인은 그나마 24시간 꼬박 일하고 일당 6만 원을 받지만, 수수료를 떼 가는 '유료소개소'가 아니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 4대 보험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전혀 되지 않는다. 한 간병인은 무대 위에 올라 "병원에서 우리는 유령"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노동권도 중요한 문제지만, 이들은 더 나아가 "돌봄노동의 사회화"를 강조했다. 돌봄노동, 즉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는 결국 또 '없는 이들'만 소외되는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이유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현 정부는 돌봄의 사회화 대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을 더 내라는 식"이라며 "돈을 더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돌봄이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 이들은 선언문에서 "현 정부는 돌봄의 사회화 대신 질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을 더 내라는 식"이라며 "돈을 더 가진 사람이 아니라 돌봄이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여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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