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영상자료원이 발굴, 수집해 디지털 상영본으로 제작한 <꿈>의 시사장에서 최은희 여사(왼쪽)와 김종원 원로 영화평론가가 연단에 나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_영상자료원) |
이광수의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꿈>은 1955년에 제작된 신상옥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그 이전 작품인 <악야>(1952)와 <코리아>(1954)의 필름이 소실된 현재 상황에서 신상옥 감독의 작품 중 필름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라 할 수 있다. 신상옥 감독의 초기 영화세계는 물론 1950년대 우리영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만한 영화다. 원래 35mm 흑백영화로 제작됐으나 이번에 영상자료원 측이 수집한 판본은 16mm로 축소된 네거티브 필름으로, 다행히 필름 전 권이 있는 완전본 상태다. 총 80편의 신상옥 감독 작품 중 <꿈>은 영상자료원이 보유하게 된 61번째 작품이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서 연단에 선 최은희 여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어렵게 영화를 만들었던 시절의 작품을 다시 본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마냥 기쁘면서도 겁도 나는 것이 마치 바늘방석 위에 앉은 것 같다"며 <꿈>의 발굴, 복원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또한 개봉 당시 이후 54년만에 <꿈>을 다시 본다는 최은희 여사는 말타는 장면을 위해 여배우 사상 최초로 승마를 배웠다고 밝히면서, 촬영 당시 말을 타다가 떨어지는 장면을 찍으며 기절했던 사연, 한겨울에 개울 목욕씬을 찍으며 고생했던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기도 했다. 유실된 작품 중 여전히 필름 판본을 찾을 수 없는 가장 아쉬운 작품으로는 신상옥 감독의 첫 연출작인 <악야>를 꼽기도 했다.
▲ 신상옥 감독의 1955년작 <꿈>의 한 장면. 당시 신인배우였던 황남(왼쪽)이 조신 역을, 최은희 여사가 달례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_ 영상자료원) |
영화 <꿈>은 젊은 승려 조신이 아름다운 달례를 연모하다가 그녀와 도주하면서 불도를 벗어나 속세의 삶을 경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처를 섬기는 몸이었던 그는 달례와 살면서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등, 영혼의 타락을 겪는다. 1955년작이니만큼 지금의 영화문법과는 비할 수 없지만, 밑에서 위로 인물을 잡은 과감한 앙각의 클로즈업이 돋보이며 무성영화적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도 역동적인 화면도 흥미롭다. 또한 전체적인 장면과 플롯의 구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점도 "(초기작이긴 해도) 역시 거장의 작품"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영화 <꿈>은 신상옥 감독 자신에 의해 다시 리메이크된 바 있으며, 배창호 감독 역시 황신혜와 안성기를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를 만든 바 있다.
영상자료원 측은 3일 공개된 <꿈>이 디-시네마(D-Cinema) 형태로 화면의 일부 장면만 보정된 마스터링한 버전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복원 및 보수를 시작해 35mm 필름으로 확대 복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한 <꿈>의 필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만희 감독의 <흑룡강>, 장일호 감독의 <쾌걸 흑두건> 등 5, 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다섯 편을 필름 권 수가 빠진 불완전본 형태로나마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상자료원은 완전 복원된 버전의 <꿈>을 5월 18일부터 열리는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개관기념 영화제에서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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