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지난해 11월 말에 내놓은 최종 수정안을 토대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9일 밝혔다.
9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노총 집행부와 한나라당 의원들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비정규직 법안 처리와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노총의 수정안 대로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한국노총측 요구에 대해 "비정규직 법안은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정치적 쟁점 사항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정길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이 전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은 대부분 내용이 한국노총의 최종수정안대로 처리됐지만,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보장을 다룬 규정에서 한국노총의 최종수정안 보다 다소 후퇴된 내용으로 통과됐다.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안은 △합법파견 2년 이후에는 직접 고용의무를 적용하고 △불법파견 판정이 있을 경우 판정한 이후 2년 뒤에 직접 고용의무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합법파견 2년 이후 고용의제를 적용하고, 불법파견 판정 직후 고용의무를 적용해야 한다는 한국노총의 최종 수정안과 일견 비슷해 보이면서도 내용상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 결과에 대한 한국노총의 발표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사뭇 다른 주장을 내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은 9일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한국노총의 최종수정안대로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나라당이 약속했다'는 한국노총측 주장에 대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폈다.
배 의원은 "환노위 통과안은 처벌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현행 파견법보다 더 유리해진 것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한국노총이 현행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하는 마당에 굳이 한나라당이 반대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현행 파견법은 불법파견일 경우 고용의제 조항을 적용토록 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반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안은 '고용의제' 조항을 '고용의무' 조항으로 개정하는 한편, 사용자가 고용의무 조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즉 배일도 의원의 주장은 합법파견 2년 이후 고용의제를 적용하거나 불법파견 판정 후 즉시 고용의무조항을 적용하자는 한국노총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신설된 처벌규정도 함께 삭제해야 된다는 것이다.
배 의원은 "고용의제 조항도 놔두고, 처벌규정도 함께 놔두는 방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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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해설>
고용의제 : 고용의제란 고용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현행 파견법에서는 2년 간 파견 근로 사용이 가능하고, 그 이상 사용했을 경우에는 고용의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해당 사용자에게 자동적으로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의무 : 고용의무란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안 대로 파견 노동자를 2년 이상 사용했을 경우 고용의무 조항이 적용한다는 것은 해당 사용자가 2년 이상 사용한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의무는 고용의제보다 한 단계 낮은 고용보호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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