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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선·여론조사로 공천 결정…맞는 걸까?"

국민(시민)공천 배심제? "글쎄"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뜨거운 감자가 '공천 제도'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 등장한 아이디어의 특징은 '배심원제'다. 한나라당은 당이 전략공천한 후보에 대한 적격여부를 심사하는 방식의 '국민공천배심원제'를 내놨고, 민주당은 배심원단이 실질적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내놨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희망자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 공천 제도에 대한 갈등도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제도 자체도 기존 국민경선이나 여론조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당의 취약성이라는 한국 정치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경선 "정당 약화의 주범"

한나라당 남경필, 민주당 김부겸,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천 제도 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진성당원 중심 체제인 유럽은 당원들에 의한 후보자 선출이 기본이고, 유럽식 당원 개념이 없는 미국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예비선거' 제도가 일반화 돼 있다.

우리나라는 당 지도부에서 공천을 결정하는 '하향식' 공천제에 대한 개혁 요구로 등장한 것이 국민참여 경선제가 등장했었다.

유럽식 당원 상대 경선제에 미국식 예비선거가 접합된 형태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열풍'으로 이어지며 각광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는 '동원 경선', '대표성'의 문제 등이 지적되며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

발제를 맡은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경선을 앞두고 바로 입당하는 '인스턴트 당원'들이 생기다 보니 기존 당원들 입장에서는 자기의 권리가 침해되고 당에 대한 귀속감이나 충성도가 떨어진다"며 "진성당원 유지에도 도움이 안 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공천 과정의 개방화로 인해 후보들의 대중매체 의존도가 높아지고 정당의 특성이 사라져 오히려 정당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학자들이 예비경선을 치르고 본선에 나간 후보자의 당선률과 득표율이 높다고 하는데, 오해"라면서 "사실은 영남과 호남에서 경선이 주로 이뤄지고 그 외 지역은 전략공천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영호남에서의 경선 통과는 당선증이나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예비경선이 민주적이고 투명하다고 하는데, 민주적이라는 용어를 쓰기 적절치 않다"며 "국가를 경영하는 수권정당을 자임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후보를 결정할 능력이 없어 국민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정당 능력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우스운 제도로 기억될 것"

이 교수는 18대 총선부터 본격 등장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훗날 우스운 제도라고 평가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미국 유권자가 2억 명이 넘는데 1500명을 표본으로 조사해도 오차율이 1% 이내일 정도로 여론조사 방식은 과학적이지만, 여론조사로 대통령을 뽑지는 않는다"며 "미국에서도 인터넷 투표를 '파자마 투표'라고 하는데, 최소한 투표장에 가서 줄 설 정도의 의지도 없는 사람에게 투표의 권리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유럽식 진성당원 정당 체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식의 완전 개방형 정당 체제도 아닌 어정쩡한 당 체제로 인해 경선 방식은 어떤 것을 도입하더라도 근본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보 좀 빨리 정해라"

이 교수는 '국민(시민)공천배심제'에 대해서는 "이 제도들이 과연 두 정당에서 일반적 상향식 공천제도보다 뭐가 나은지 심각하게 고민한 것인지, 당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상당히 우려된다"며 "장점이 있더라도 좀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지, 전면적으로 시행했다가 안 되면 버리고 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운영의 미숙'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남경필 의원은 "참여율을 높인 국가(선관위) 관리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했고, 김부겸 의원은 "배심원단 인원을 늘리고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당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자기 모습을 갖추지 못하니 선거 때마다 만회하려고 경상도 말로 '별 지랄을 다 하는 것'이라며 "정당이 우선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천 제도와 별도로 '공천 시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 교수는 "16대 총선 때는 55일 전에 후보를 결정하던 것이 17대 총선에서는 31일 전, 18대 총선에서는 21일 전에 후보가 결정됐다"며 "공천 시기가 점점 선거 직전으로 늦춰지는데, 상대 공천을 보고 대응하겠다는 선거 전략도 필요하지만, 선거에 이기겠다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은 공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공동 발제자인 손혁재 교수(한국 NGO학회 회장)도 "선거 후보 등록일 전날 후보를 결정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갖지 못한다"며 "최소한 몇 달 전에는 후보를 결정해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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