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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리움-개태사 '금동대탑' 소유권 놓고 법정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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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리움-개태사 '금동대탑' 소유권 놓고 법정 다툼

삼성리움미술관에 전시 중…이병철 전 회장 소유 경로 의문

삼성리움미술관과 불교계가 국보 문화재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충남 논산시 소재 조계종 산하인 천호 개태사는 지난해 6월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국보 213호인 금동대탑의 소유권을 놓고 소유권 이전 청구소송을 냈다. 변론일은 오는 26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금동대탑은 155cm 크기의 탑 형태 공예품으로, 예전 사리구가 있던 장소에 같이 보관되던 불교 예술품이다. 현재 이 탑은 삼성리움미술관 1층에 전시돼 있다.

이번 소송이 진행된 이유는 개태사 측이 이 문화재의 원주인임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개태사 측은 금동대탑이 고려시대(10~11세기) 전기에 만들어졌으며 본 소유자는 개태사라는 입장이다. 리움미술관 역시 소장품 전집에서 탑의 출처를 놓고 "옛 개태사 터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한다"는 설명을 했다. 이는 리움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금동대탑. ⓒ문화재청
삼성 측에 따르면 이 탑은 지난 1987년 고 이병철 전 회장에게서 삼성문화재단이 기증받았다. 이 전 회장의 사유물이었던만큼 이를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송의 핵심은 이 탑이 과연 실제로 현 개태사의 과거 소유물이었는지, 그리고 이 전 회장이 어떤 경로를 거쳐 이 탑을 취득하게 되었는가를 밝히는데 있다.

개태사 측은 "1980년대 발굴조사가 진행될 때 탑이 도난당했고, 이를 이 전 회장이 장물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만약 실제로 이 전 회장이 이와 같은 경로로 탑을 취득했다손 치더라도 이 전 회장이 취득 당시 이 탑이 장물이었음을 몰랐다면 선의취득이 인정돼 개인 소유물로 판결이 날 수도 있다.

금동대탑은 2006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이슈가 됐다. 이에 개태사 측은 당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기록보존소에 2006년 국감자료를 사실조회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국회기록보존소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개태사 측 변호인인 이승주 변호사는 "기록보존소의 답변이 늦어져 법원에서도 독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도 이에 대해 관련 조사가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가를 문의했으나 국회기록보존소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만 답했다.

금동대탑을 국보로 지정한 문화재청은 유보적 입장이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국보지정이 25년 전인데, 당시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어디서 이 문화재를 발견했는지, 누가 신청한 것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추가조사도 실시했으나 과거의 일이라 원 소유자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과거의 일이라 현재 자료만으로는 이 탑이 도굴품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며 "장물인지 아닌지 여부도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술평론가였던 고 이구열 선생이 쓴 <한국문화재비화>는 에피소드 '현풍도굴사건'에서 금동대탑과 함께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가야금관 및 부속 금구(국보 138호)의 취득경위를 설명해두고 있다.

이 책은 "1963년 대구 경찰에 의해 검거된 도굴범 일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관이 고령지방에서 도굴 후 서울의 골동품상을 전전하다 이병철 콜렉션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전해지며, 도굴범은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소장자는 선의취득으로 판결돼 소유가 인정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문화재청은 "금동대탑과 가야금관은 50~60년대의 혼란기에 불법적으로 도굴된 것이 개인 간 거래 혹은 매매업자를 통해 삼성 측이 구입했을 것으로 추정할 뿐, 현실적으로 소장경위를 추적하기는 어렵다"고 개태사 측에 보낸 회신 자료에서 설명했다.

문화재 지정은 소유자 혹은 발견자의 신청 후 검증을 통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문화재청장 직권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과거 기록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이 탑의 소유자를 가려내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한편 이번 소송에 대해 리움미술관 측은 "재판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표명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정말 장물이 아닐까

삼성문화재단이 보유한 문화재의 소유권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일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은 국감에서 조계종 소속 현등사와 삼성문화재단이 소송 중이던 '현등사 사리구'와 관련 "삼성문화재단이 장물로 취급받으면 역사적 기록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라는 말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현등사도 이 문화재를 두고 "삼성문화재단이 장물로 취득한 것이니 돌려달라"는 입장이었다.

이듬해 재판부는 "조선시대에 세워진 현등사와 지금의 현등사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리움미술관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리움미술관은 이후 사리와 사리구를 현등사에 반환했다.

삼성문화재단의 소장품은 1만5000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보유물의 가치로만 따져도 국립중앙박술관을 넘어서는 규모라는 찬사까지 나올 정도다. 대부분이 이병철 전 회장대부터 모아온 것들이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최근 이 전 회장의 출생 100년을 기념하는 특집기사에서 이를 두고 "고인의 나라사랑 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로 뽑기도 했다.

삼성문화재단의 장물 취득 경위에 빠지지 않는 이가 이 전 회장의 형 이병각 씨다. 이 씨는 지난 1966년 불국사 석가탑과 황룡사 초석, 통도사 부도 등을 파헤친 도굴범이 검거됐을 때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씨는 이 사건에서 장물의 최종 취득자로 지목돼 개인소장품 226점을 압수당했다.

리움미술관이 보유한 문화재 중 하나인 금은 아미타여래좌상도 이 씨가 소유했던 문화재다. 이 문화재도 당시 압수됐으나 가짜로 판명나 이 씨가 다시 소유하게 됐다. 불교계에서는 "가짜라면 삼성이 보유할 필요가 없으니 반환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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