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입법논의가 종착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야 정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법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 투쟁은 입법논의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늘 그렇듯이 그런 투쟁 과정에서는 사태가 해결되기도 하지만, 씁쓸하게 뒤돌아서며 후일을 기약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 한 사업장에서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업체 소속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또다른 사업장에서는 그간 풍문으로만 나돌던 노조 탄압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회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동 현장의 이런 낭보(朗報)와 달리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사간 물리적 충돌이 여전했고, 정규직 노조가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려 논란을 야기했다는 비보(悲報)도 존재한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대우상용차는 최근 노사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134명에 대해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화 대상에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대우상용차와 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금속노조 대우상용차지회(지회장 차덕현)에 따르면 지난 27일 4차 고용안정위원회 교섭에서 대우상용차 측은 불법파견으로 판정된 13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오는 6월 1일까지 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2007년 4월 1일까지 4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노조 측과 합의했다. 나머지 44명에 대해서는 정규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이번 노사 합의가 이춰지는 과정에는 지난해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단체가 맺은 산별 협약의 영향이 컸다. "불법파견 사용시 정규직화 한다"는 협약 내용에 따라 금속노조 측이 대우상용차에게 협상을 요구했고, 그 결과 이같은 합의가 도출된 것.
이번 노사 합의 결과는 불법파견 판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현대자동차, GM대우 등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속노조 측은 이번 합의가 불법파견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인 대구텍, KM&I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탄압 사과"** 한 하청회사가 비정규직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발각되자 이 회사의 원청회사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김영국 현대차 전주공장장은 "금번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자인 공장자으로서 다시 한 번 유감의 뜻을 전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개담화문을 통해 밝혔다.
이번 현대차의 사과는 지난달 24일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형우)가 하청업체 신정기업이 지난해 11월 경 작성한 '비상시 라인운영방안 보고 건'이란 제하의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문건에는 조합원의 성향을 분류해 지인, 동문, 가정방문 및 경조사 참가 등을 통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여론 주동자는 지인을 통해 회유하고 비조합원을 후원회 세력화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문제제기에 나섰고, 결국 현대차 전주공장장의 재발방지 약속을 끌어냈다. 현대차는 사과문 발표와 함께 △문제의 문건을 작성한 신정기업과의 도급계약을 해지하고 △현대차 협력지원팀 관련 부장을 징계위에 회부키로 했다.
***◇GM대우 비정규직 노조-사측 충돌 여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13일째 접어든 지난 1일 GM대우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는 노·사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회사 비정규직 노조와 이들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경남본부 등에 속한 노동자 400여 명이 정문 진격 투쟁을 전개했고, 사측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맞섰다. 이번 공장진격투쟁은 고공농성단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려는 노조를 사측이 제지하면서 시작됐다.
노조측은 정문을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 박스에 줄을 매 잡아당기며 바리케이트 해체를 시도했지만, 사측은 소방차와 살수차를 동원해 노조의 시도를 무력화 시켰다. 이 공방은 2시간 여 동안 진행됐다.
사측은 고공 농성 중단 후에야 교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교섭 상대로는 최근 비정규직 노조와 연대 중단을 선언한 대우차 정규직 노조를 지목하고 있다. 반면 비정규직 노조 측은 △해고자 복직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 및 손배가압류 철회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철도노사 미완의 노사 합의 도출** 철도 노사는 지난 1일 '2005년 정기단협'의 조인식을 가졌다. 노조의 총파업, 정부의 직권중재 결정, 노조의 재파업 선언 등으로 한 달여 간 끌어 온 철도 노사 분쟁이 한 달여 만에 종지부를 찍은 셈.
하지만 이날 체결된 단협안에는 KTX 여승무원의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측은 당초 철도공사의 자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KTX 여승무원의 고용문제를 이번 단협 협상에서 주요 과제로 정해놓고 있었다.
게다가 KTX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노사 합의는 또다시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판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철도노조 홈페이지(www.krwu.or.kr)에는 이번 합의안과 합의안에 동의한 노조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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