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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보스 따라가는 정치인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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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보스 따라가는 정치인들 때문에"

"정부부처 몇 개냐" 질문에 "퀴즈 대회 아니다" 까칠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뭇매'를 단단히 대비한 듯 '정치인 탓'을 하고 나섰다. 특히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은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 세종시 수정에 항의해 21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양승조 의원(충남도당 위원장)의 포문으로 시작됐다.

정 총리 '까칠', "정치인들 지역에서 거짓말"

유정복 의원은 "정부 고위관계자도 나에게 실토하기를, 정부 원안을 충청도민들이 믿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안 믿는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총리는 준비한 듯 "충청도민들은 수정안이 원안보다 좋은 것을 다 알지만, 정치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아 도민들이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이어 "현지에서 반대하고 다니는 정치인들 때문에 주민들이 의사 표출을 안 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은 수정안이 더 좋은 것을 알고 있다. 의사 표현을 안 하다가 이제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의 질의 순서에도 정 총리는 "세종시는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아이디어이고, 최근 정치인들이 지역에 내려가 하는 말도 국가 장래나 경쟁력보다는 지역에서 표를 많이 얻을 것이냐 못 얻을 것이냐에 따른 것"이라고 작정한 듯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을 매도하는 발언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 총리는 특히 "더 나아가 자기 정치집단의 보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을 정면으로 비난한 것. 유정복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에 "참 어이가 없다"는 말을 4번이나 쏟아내기도 했다.

정 총리의 '까칠' 모드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양승조 의원이 "충청인들은 정 총리를 매향노 총리라고 비난하고, 급기야 현재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허수아비 총리라고 비난한다"고 말하자, 정 총리는 "국격의 재고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상대방 품격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가 억울한게 아니라 평생 교수로 지내며 학계에서 우리 사회를 품격 있게 만들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잘못 가르친 탓'을 하기도 했다.

이에 양 의원이 "세종수 수정 안 하면 대혼란이 온다. 나라가 거덜난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겠느냐"고 정 총리의 '막말'을 지적하자, 정 총리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과 안 하지만 부적절한 표현이라면 사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운찬 '퀴즈 대회' 알레르기

지난 대정부질문에서 '731부대는 독립군' 답변으로 곤욕을 치렀던 정 총리는 이날도 의원들의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정복 의원이 "정부에는 몇 개 부, 몇 개 청이 있느냐"고 묻자 머뭇거리더니 "나는 이 장소가 퀴즈 문답 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이에 양승조 의원은 "정부부처 숫자를 물어보는 대답에 '퀴즈 대회 하느냐' 식의 답변을 하는데, 총리가 정부부처 숫자를 모르는 것은 한 가정의 가장이 자기 식구 숫자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그러나 "이 장소는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을 국민의 심부름꾼인 공무원들이 전하는 장소"라며 "퀴즈 하듯이 정부 부처 몇 개냐, 몇 개 부처 옮길 것이냐고 물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버텼다.

정 총리는 이어 "내용을 갖고 질문하고 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나, 정작 '내용'에 대한 토론을 일방적 주장과 홍보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정 총리가 "세종시 원안 추진 시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부처가 분산돼 있으면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사회의 장래가 어둡다"고 말하자 양 의원은 "국가 안위라면 계룡시에 있는 3군 본부는 어떻게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정 총리는 "국방부는 서울에 있고, 3군 본부는 국방부 지시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고 답했다. 또한 '과천-청와대 1시간', '세종시-청와대 1시간 10분'이라는 양 의원의 주장에도 정 총리는 "과천은 서울권"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을 뿐, 논쟁은 계속 제자리 걸음이었다.

"원안은 실천력 없는 구호"

정 총리는 "세종시 원안은 실천력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며 "양심상 원안을 방치할 수 없었다. 바로 잡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권태신 실장의 "세종시는 사회주의" 발언에 대해 정 총리는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회의 때 한 교수가 세종시가 환상형도시로 설계 돼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보는 도시의 모습이라고 설명한 것을 권 실장이 소개하는 과정에서 보도된 것"이라며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상형도시'는 도시 중심부를 중심으로 도로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도시를 말하며, 구 소련의 스탈린그라드가 이런 형태로 설계됐으나, 대표적 도시는 오스트리아 빈이 꼽히고, 런던 후크 지역도 이와 같이 설계하려 했으나 과잉 인구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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