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지원사업의 공모 결과를 발표하자, 영화계에서는 일각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일각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디어센터 사업의 새 사업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의 경우 "도대체 어떤 단체냐"는 질문이 독립영화인들 사이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 정도. 반면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하 '한다협')의 경우 대부분 예상한 대로라는 반응이다. 오래 전부터 한다협이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기 때문이다.
한다협은 지난 11월 13일 새로 설립된 단체다. 이석기 감독을 이사장으로, 최공재 감독을 부이사장으로 선출했으나 올해 초 연 총회에서 이석기 감독이 물러나고 최공재 부이사장이 이사장 직을 맡았다. 한다협은 이미 12월 17일자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프로 원 시스템과 포스트 원 시스템, 전용관 건립 및 3개관 확보, 다양성영화제 개최 등 7개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는 사업 발표를 한 바 있다. 이 보도자료를 통해 상업영화는 문화보다는 '산업'적인 측면에, 독립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이념'안에 머물러 있다며 한다협이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창구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로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로 선정된 현재, 한다협은 2월 1일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개관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미로스페이스와의 임대 계약은 영진위가 직접 하며, 한다협은 영진위와의 위탁계약을 통해 이곳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 독립영화 진영과 지지자들의 의혹을 한몸에 받고 있는 한편 단체설립 두어 달만에 전용관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된 한다협의 김강숙 사무국장를 프레시안이 전화인터뷰 했다.
- 한다협이 주창하는 '다양성영화'란 어떤 개념인가
기존의 독립영화뿐 아니라 저예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등을 모두 포괄하겠다는 의지다. 물론 '저예산'이라고 했을 때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해서 1억이 저예산이냐 5억이 저예산이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영화들을 포함해 다양한 영화들의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 기존에 '검열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영화 진영의 독립영화 개념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큰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독립영화뿐 아니라 좀더 다양한 영화들, 기존의 독립영화가 포괄하지 못했던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틈새에 있는 영화들을 포괄하기 위한 이름이다.
- 지난 12월 17일자에 돌렸던 보도자료에서 한다협이 주창한 사업들은 규모가 매우 크고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다. 특히 프로 원 시스템과 포스트 원 시스템이 그렇다. 민간의 협의회가 아니라 오히려 영진위급 규모의 사업이 아닌가.
두 사업 모두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할 사업들이다. 물론 영진위 같은 국가기관이 나서면 좋겠지만, 영진위가 할 수 있는 몫이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이 있다. 말하자면 두 가지 사업은 장기적인 계획 하에 한다협이 앞으로 추진해나가려는 일종의 '목표'치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의욕이 충만하다 보니 당시 보도자료에는 다소 '뻥튀기'된 측면들이 있다.
- 한다협이 특히 중점적으로 삼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대선배들과의 연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나도 입봉은 못했지만 영화감독 출신이다. 프랑스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유럽영화가 전부인 줄 알았고, 우리영화의 고전에 대해 잘 모르고 편견을 가졌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영상자료원에서 두어 달 고전영화만 열심히 파면서 예컨대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우리 옛 영화들이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지 새로이 알게 됐다. 누구나 다 아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감독들 뿐 아니라 그 뒤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무수한 감독들의 영화들 중 굉장히 뛰어난 영화들이 많다. 이런 분들이 영화 현장에 나오기가 힘들고, 나와도 젊은 영화인들에게 주눅 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구는 등 세대 갈등이 심하다. 우리는 이런 대선배들과 젊은 영화감독들 사이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새로운 한국영화 사조 수립을 하겠다는 사업 역시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면 된다.
- 한다협이 새로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공모제가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한다협은 여러 차례 전용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혔고, 12월 17일 보도자료에서도 올해 초까지 전용관을 3개관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진위와 미리 얘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데.
독립영화를 포함해 다양성영화를 표방하는 한 우리가 공모에 지원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거기에, 전용관 사업은 우리가 설사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계속 꾸준히 추진해나갈 사업이었다. 스폰서나 자본을 구하는 데에 힘이 들긴 하겠지만, 이번 지원사업 대상자로 뽑히면서 애초의 기획했던 전용관 사업이 탄력을 받은 것뿐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와 이익을 보장해 주려 한다. 보통 극장들이 영화를 상영하면 영화사 측과 5:5로 이익을 나누지만, 우리는 6:4나 7:3으로 나누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다.
- 사업자로 지정돼봤자 기간이 1년이다. 인지도를 쌓고 자리를 잡는 것만으로 매우 힘들 듯한데.
정확히 하면 1년이 아니라 11개월이다. 2월 1일부터 시작해 12월 31일 계약이 만료된다. 미로스페이스에 전용관을 열게 되는데, 안 그래도 초반엔 마이너스로 운영될 것 같다. 사무국 인건비나 제대로 나올지 불투명하다. 2월 한 달간은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다. 일단 자리를 잡는 데에만도 시간과 노력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봄쯤에 기획전을 열면 그때나 인건비를 뽑을 수 있으려나.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한독협이 운영하던 인디스페이스와 어떤 차별점을 강조할 수 있는가?
해외배급망을 들 수 있다. 기존에 인디스페이스가 해왔던 것을 깨부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당연히 전제하고, 한국 독립영화를 해외에 배급하는 것에도 중점을 둘 것이다.
- 해외배급망이라면 해외마켓에서의 세일즈를 말하는 것인가. 이건 한다협보다 독립영화 배급사나 영진위의 몫이 아닌가. 아니면 해외 독립영화 기구 등과의 연대를 말하는 것인가.
마켓에서의 세일즈는 아니다. 해외 영화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초대 이사장이셨던 이석기 감독만 해도 일본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그 외에도 한다협의 다양한 멤버들이 해외에 네트워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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