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선거연합 논의가 시민사회 원로들과 야당 대표들이 참여한 '5+4' 테이블을 통해 본격화됐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야당들 저마다 지방선거에 임하는 이해관계와 방법론이 달라 논의의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사회 진영의 '희망과 대안',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네트워크'가 논의를 성숙시키고자 야5당의 지방선거 책임자들을 초청해 "2010 연합정치 실현, 구체적 길을 묻다"는 제목으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 취지는 '연합 정치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시민참여)의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토론회를 통해 각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해내 2010년 연합정치 실현의 구체적인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국민참여당 유시민 주권당원, 19일 진보신당 조승수 원내대표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고, 20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정책위의장이 나선다. 21일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 22일 창조한국당 김서진 비대위 상임위원 순으로 진행된다.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 남윤인순 희망과 대안 공동운영위원장, 권미혁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이 패널로 참여한다. 이번 토론회는 18~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90분간 열리며, <프레시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칼라TV>, <커널뉴스>, <한겨레>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다. |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을 거쳐 네 번째로 나선 민주당에 대해서는 기득권 포기 의지와 방법에 대한 질문이 주된 관심사였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한나라당이 친이와 친박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민주개혁세력은 연대와 연합을 통해 승리해야 한다"면서 "공동지방정부를 구성해 민주개혁진영의 2012년 재집권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선거 연합 목적을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은 선거연합의 방식에 대해서는 "안산은 후보자 연합만 논의해 실패했다"며 "정책연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특히 정책연대 수준에 대해 "민생·복지·교육 등으로 제한해 출발해야 연대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가능한 최소강령의 정책합의를 도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한 당 혁신과 통합 위원회에서 제안한 '시민배심공천제'를 내세웠다. 이 사무총장은 "과거 경선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민의 참여와 민주적 경쟁을 담보하는 개혁공천의 상징적 제도가 될 수 있다"며 "인지도와 기득권 요인을 최소화 하고 참신한 외부 인사 등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와 함께 "기초와 광역의회는 15%까지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한다"며 "여성과 청년,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득권 양보' 구상을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패널들의 최대 관심사는 민주당의 '기득권 양보'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였다.
▲ ⓒ프레시안 |
호남 기득권
민주당 기득권 논란의 핵심은 호남.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김완주, 박준영 지사, 박광태 시장이 복지수준이나 환경정의 측면에서 민주당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지만, 4대강이나 새만금 논란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찬양성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기막히게 해 전라도의 한나라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며 "호남 단체장의 개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당 차원의 시스템이 있느냐"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민주당 역시 지방자치에 대해 상당히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시인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지방자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을 통해 얻어낸 것인데, 승리를 위한 노력은 많았지만 승리를 하고 난 다음의 지방정부는 중앙당과 따로 움직였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의 축을 만든다고 했을 때 중앙당이 지방정부의 개혁적 정체성을 견지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통합과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시민공천배심제'도 호남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호남 지자체 권력이 풀뿌리 생활정치와 민주적 운영의 모범 모델의 전형을 보여줬는가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받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지도 기득권
민주당 기득권의 또 다른 쟁점은 '인지도'다. 이 사무총장은 모두 발언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목적을 위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우선 되는 선거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연합 대상인 다른 진보야당들보다 당세가 크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갖추고 있어 '여론조사' 경선으로 룰이 정해질 경우 진보야당들은 양보만 할 수밖에 없다는 불신이 벽이 높다. 지난 안산 재보궐 선거에서도 '경쟁력'이냐 '적합도'냐를 두고 민주당과 진보야당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단일화에 실패했었다.
마침 토론 중간 이 사무총장은 선거연합 위기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권미혁 대표는 "서울시장도 시민사회의 중재 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사무총장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장 큰 당으로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경우 어렵지 않겠느냐"고 '경쟁력'에 방점을 두는 태도를 견지했다.
'안산 단일화 실패'에 대한 당 내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이 사무총장은 "후보 단일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책 연합 등의 논의가 없었다"며 '준비 부족'에 무게를 두는 편이었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경쟁력 기준의 단일화 시각을 비판했다. 홍 위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단일화가 돼도 서울이나 경기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하는 걸로 나타난다"며 "수량적 합산으로도 승리가 어려우면 단일화의 질적 변화를 이루는 것이 국민들에게 연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 위원은 또 "민주당이 연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호남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 정도는 돼야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이 정말 연대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구나'라고 보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으나, 이 사무총장은 "굉장히 강한 주장"이라면서 "후보를 아예 안 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도부 리더십 한계
민주당 지도부가 연합정치를 밀어 붙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느냐도 의심거리였다. 권미혁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연합정치는 민주당의 양보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연합정치가 어느 정도 관철될 수 있을지가 복병"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사무총장은 낙관했다. 이 사무총장은 "내부에서도 연합을 하지 않으면 승리를 이룰 수 없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는 추세"라며 "연합을 위해서는 우리도 기득권을 상당 부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연합공천 탈락자들을 잠재울 당근책은 있느냐'는 보다 직설적인 질문도 이어졌다. 이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압제에 맞서 투쟁을 해왔고, 투쟁의 성과를 떠나 투쟁의 헌신성은 보여왔다고 생각한다"며 "수적인 열세 때문에 많이 얻은 것은 없지만 국민들의 민심을 봤을 때 자신감을 갖고 함께 연대해 나가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지방선거 승리 연합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 정세균 대표 지도력에 대한 테스트이고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며 "당 내에서 맞지도 않는 이상한 것을 갖고 흠집내기 식의 경쟁 보다는 민주진보개혁세력의 승리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위한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내부 논쟁의 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최근 비주류의 '사조직' 의혹 제기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은 "명분과 대의의 힘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성과 성찰의 결여
이 사무총장은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대해) 계속 비판하고 돌팔매를 많이 하는데 이래서는 연합을 성공적으로 가져가기 어렵다"면서 "전체 민주진보개혁세력의 연대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들을 끊임없이 같이 노력하자고 진보세력과 진보적 지식인들에게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맏형 맏언니로서의 면모를 갖고 연합을 이끌어내 승리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세화 위원은 "4대강 밀어붙이기와 미디어법 강행처리 등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양상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50% 내외가 된다"면서 "민주당이 맏형, 맏언니가 되겠다고 하나 정국에 미숙하게 대응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자기반성이나 성찰이 없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기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속적으로 굵직한 문제거리들을 던져줘 투쟁이 끊이지 않았다"며 "최대한 몸을 던져 투쟁하고 연대를 모아냈다고 생각하지만 벅찬 면이 있었고, 효율적 투쟁이 부족한 측면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 내외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누가 더 유능하게 대변해줄 것인가를 본다"며 "진보개혁세력은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약한 경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진보개혁세력은 경제적 생활 안정으로 시대 담론이 바뀌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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