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을 '현장조사' 한 열린우리당 '이명박시장 테니스 파문 진상조사단'이 테니스장 상량판에 이명박 서울시장 이름과 용 용(龍), 거북 구(龜) 자가 적힌 상량문을 발견하고는 흥분하는 바람에 그만 '오버'하고 말았다. 각각 '임금'과 '영원'을 뜻하는 글자가 쓰인 경위가 심상치 않다는 게 우리당 측의 주장이지만, 이는 상량문을 작성하는 일반적 관례다.
***현장조사 결과 발표한 여당, '용'자에 오버 **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을 현장방문한 뒤 "테니스장 천장 한 가운데 상량판이 붙어 있는데 '입주상량 서기 2005년 11월 23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문구 아래 위로 용 용(龍), 거북 구(龜) 자가 붙어 있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우 의원은 "용은 임금을 상징하고 구는 영원한 것을 상징하는데 왜 이 시장이 이런 테니스장을 지었는지 힌트를 얻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함께 한 유기홍 의원은 "상량문에 사람 이름을 쓰는 경우는 드물 뿐더러 공공건물인데 소유주도 아니고 건축주도 아닌 이명박 시장의 이름이 쓰여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거북 구는 십장생의 하나로 상량문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용 자가 들어간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두 의원의 주장과 달리 상량문에 용 자와 구 자를 쓰는 것은 통례다. 통상 용자를 거꾸로 쓰고 구 자를 바로 써 마주보게 하고 그 사이에 '모년모월모일 아무개'를 적은 상량문이 드물지 않다. 특히 공공건물에서는 공역에 관계한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기도 한다.
***"잠원 테니스장은 초호화판"**
한편 우 의원은 "서울시에서 가설 건축물일 따름이라고 주장한 잠원 테니스장에 가보니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호사스러운 테니스장이었다"며 "코트가 3면인데 2층에는 미니바도 있고 샤워시설도 몇 개 없는 것이 일반인을 위한 시설로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도 "가설 건축물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안 되는데 이 테니스장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만 사용하지 않았다뿐이지 유리와 나무 등 훨씬 더 비싼 자재를 사용해 규정만 피해 호화롭게 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이어 "서울시에서는 잠원동 테니스장 부지가 학교용지인데 그것을 해제하려 한 적이 없었고 가설 건축물을 지었을 따름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서울시가 강남교육청에 학교용지 해제가 가능한지 문의했었고 강남교육청은 서울시 교육청에 문의하라고 답했다"며 관련 공문을 공개했다.
유 의원은 "학교 용지에 이런 큰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 교육청과 협의가 상식인데 강남교육청 관계자들은 서울시와 의논하거나 협의를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유 의원은 "잠원동 테니스장이 들어선 그 지역은 서울시 평균보다 학급당 학생수가 3명 정도 많은 과밀 학급 지역이라 조만간 학교가 지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외국귀빈 접대 위해 테니스장 짓는다"**
한편 지난해 11월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국제규격 테니스코트 3면과 부속시설, 피트니스 클럽이 포함된 실내테니스장과 실외 테니스 코트 1면, 농구장 1면, 게이트 볼장 1면을 포함한 잠원 체육공원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외국귀빈을 위한 접대·사교공간'으로 이 체육시설을 활용할 것이라며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는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면 6레인 규모의 실내 수영장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또한 지난 달 하순 시설점검을 목적으로 이 테니스장을 찾은 이 시장이 개장도 하기 전에 '시범 테니스'경기를 가진 사실과 테니스장의 법적 소유주인 서초구에 서울시가 공문을 보내 공개 입찰을 통해 위탁운영자를 지정하는 대신 '서울시 체육회'가 직접 운영하게 하라고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서초구는 이 테니스장 건설에 서울시 교부금 42억 원, 서초구비 12억 원등 총 54억 원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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