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기획재정부 차관이 정례적으로 참석한다. 사실상 정부 입김이 곧바로 한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전달되는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재정부 차관이 참석하는 첫 회의는 내일(8일) 열린다.
7일 기획재정부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공조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금통위에서 제기되는 정부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재정ㆍ금융 등 정책 운영 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 차관이 정부에 대한 한은의 주문을 듣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달았지만 이대로 지켜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실제 재정부도 자료에서 "금통위에서 경기와 물가 상황 및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정부 인식과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해 정부 의지를 한은 정책 결정에 주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는 사실상 국가 어느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도록 법이 정한 한은의 설립근거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한은법 91조의 "기획재정부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하여 발언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내세웠으나 여지껏 정부 관계자가 금통위에 참석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 한해 단 네 차례에 그쳤다. 이들 사례는 외환위기 이후인 98년~99년 사이로 한정된다.
금통위는 매달 두 차례 열린다. 통상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리며 첫 번째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정하고 두 번째 회의에서는 공개시장조작결과 등을 의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매달 두 차례씩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의 때마다 곧바로 한은에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자리를 갖게 됐다. 정부는 올해 5% 이상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삼은 상태며, 이미 한은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재정부는 "일본은 재무성 부대신과 내각부 심의관이 일본은행 정책위원회에 참석하고, 영국도 차관급인 재무부 거시재정정책관이 통화정책위원회에 참석한다"며 "금통위에서의 논의를 통해 정책당국간 의견을 교환하고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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