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써야겠다. 지난 12월 30일 용산 참사 범대위와 재개발 조합측이 사과와 생계대책 마련 등을 중심으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용산 참사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기록 3000쪽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았고 구속된 철거민들은 아직도 구속 중이다. 너무나 가혹했던 진압의 책임자 역시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여전히 뉴타운 재개발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용산참사는 이제 겨우 작은 승리 하나를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결코 헛되이 물러나지 않기 위해 유가족들은 참사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일년을 싸워왔던 것이다.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장례식을 앞두고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단지 남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에게 용산은 무엇이었는가를 돌이켜 보는 일이다. 무엇보다 멀쩡한 가게를 강제로 철거당하고 쫓겨날 수 없어서 버틸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죽음으로 용산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를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전 대통령의 죽음 앞에서는 몇 시간을 기다려가며 조문했지만 우리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는 단지 잠시 슬퍼하고 말았던 것은 아닌지. 너무나 비교되는 사회적 슬픔과 연대의 증거 앞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난과 참혹을 외면하고 공인된 슬픔으로 우리의 분노를 도피시켰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마귀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궁핍과 비극, 그리고 무지막지한 국가의 폭력 앞에서 좌절한 우리의 무기력을 스스로 외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지 않는다면 용산참사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용산 참사 장례식을 4일 앞두고 무명의 시민들이 만든 노래 '망루 속 당신'을 듣는 것은 그동안 참으로 처절하고 악착같이 싸워온 유가족들의 마음을 되새겨 보기 위해서이며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기 위해서이다. 노래의 작사자 아웃족과 작곡자 낭만아저씨, 그리고 가수 해민은 모두 1980년대 전설적인 민중가수였던 윤선애의 팬카페에서 만난 사이. 먼저 참사가 벌어진 직후 경북 안동지역에서 노래패 활동을 했던 아웃족이 카페 게시판에 '망루 속 당신'이라는 시를 올렸고 이 시를 읽은 낭만아저씨가 기타를 붙잡고 흥얼거리며 노래를 만든 것이다.
그러다가 영남대 노래패 '예사가락'에서 활동했던 해민씨가 7월 2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고 기타 연주자로 동행하게 된 낭만아저씨가 이 노래를 불러보자고 제안하면서 이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날 노래를 마친 직후 용산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는 뮤지션 겸 평화활동가인 조약골의 제안으로 곧바로 카페 레아에서 녹음을 한 것이 바로 이 노래이다.
용산 참사에 대한 노래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비전문 음악인들이 만든 노래는 전문 음악인들의 침묵,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4절까지 이어지는 노래는 오직 어쿠스틱 기타와 여성 보컬로만 채워져 있다. 흡사 1980년대 민중가요의 질감이 짙게 묻어나는 것은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가 모두 그 때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1980년대 민중가요 노래테이프에 담겼던 노래들처럼 소박한 반주와 절실한 마음이 물씬 풍겨나는 노래는 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며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노래한다. 평생 바친 삶을 무참히 도륙당하고 죽임을 당한 좌절과 분노는 해민의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더 큰 울림으로 퍼져나간다.
그리하여 마음은 분노로 격해지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을 유가족들의 마음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벗이 비를 맞고 있을 때 최고의 연대는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라 했는데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했던 우리가 했던 일이 많지 않았음이 다시 부끄러워진다. 이제라도 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9일 열리는 장례식에 꼭 함께 하는 일이며 장례위원으로 참여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용산참사의 남은 과제를 함께 풀고 어디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는 일일 것이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선택과 행동, 그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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