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확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은 '구멍 투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자구계획은 '자율협약'이라는 불분명한 말로 끝났고,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금호산업은 영업능력이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채권단의 평가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구조조정 방안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31일 논평을 통해 "총수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구조조정 비용을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 돈으로 구조조정 비용 대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경제위기를 맞아 선제적 대응노력을 기울이기보다, 유동성이 풍부한 대한통운에 렌터카 사업을 양도하고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등 오히려 본격적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임시방편에 의존했다"며 "더구나 올해 8월 이후에는 총수일가 형제들 간 경영권 다툼으로 시장의 신뢰마저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총수일가의 경영실패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전날 발표된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과연 부실책임에 상응한 공평한 손실분담과 자구노력으로 이어질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총수일가의 그룹 보유지분은 다 합쳐도 3000억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는 반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는 3조 원대로 추정된다.
나아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계획 자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납세자와 저축자의 돈으로 그룹을 살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조조정 계획의 핵심은 원리금 상환 유예와 출자전환, 추가 자금지원 등이므로, 비용의 상당부분은 금융기관(채권단)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은행예금이 그룹을 살리는데 쓰이는 셈이다. 더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다.
총수는 왜 보호하나
그룹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이 구조조정 대상에 빠진 것도 문제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자율협약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구조조정 요구에 불응하는 총수일가와 채권단이 타협했다"며 "이로 인해 형식은 자율협약임에도 실질적으로는 산업은행과 감독당국이 여타 채권금융기관을 압박하는 관치금융이 횡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으로 명기된 워크아웃 절차도 배제한 채 오직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적 근거도 갖지 않은 자율협약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천문학적 수업료를 치른 외환위기의 교훈을 망각한 조치로, 한국 경제를 외환위기 이전의 관치금융 시대로 되돌리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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