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안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을 사실상 철회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강경론자로 돌변했다.
정 대표는 22일 오전 라디오 방송 연설을 통해 "민주당은 국민들의 소중한 새해살림을 깨부수고 있다"면서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당 이름에 나타나 있듯 민주주의를 하는 정당인데 가장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다"면서 "국민이 정한 다수결의 원리를 거부하면서 야당이 합의해 줘야 하나라도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오만이자 독선"이라고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3자회동 무산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대표가 리더십을 갖추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내년 지방선거도 있고 지금의 리더십을 가지고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기국회는 예산국회이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게 돼 있는 만큼 예산은 사실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행정부 대 국회의 문제"라며 "대통령이 예산에 대해 설득하는 것은 너무 당현한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특히 4대강은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제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민주당도 정몽준 대표에게 "먼저 제안한 사람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라"며 압박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 대표가 3자 회담을 하자고 제안해 놓고,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으니 스스로 조건을 다는 말을 했다"며 "예산안 문제의 핵심이 4대강인데 이를 제하고 다른 어떤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의제를 제한하는 것은 회담을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거둬들여라. 아니면 원래 얘기했던 대로 회담이 수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지금 3자 회담에 대한 태도를 보면 마치 제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다 터놓고 얘기하자"고 압박했다.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고건 전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통합위원회가 발족됐는데, 집권여당의 대표가 제1야당 대표에게 청와대와 협의해 3자 회담을 제시하고 청와대는 그런 적 없다고 하고 집권여당 대표는 뒤로 빠지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이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앞으로 정몽준 대표의 제안한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아이들 보기 창피하다"고 비난했다.
예결위 단독처리 하나
한편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가 접촉을 재개해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하지만 4대강 사업 관련 시각 차가 크기 때문에 의견 접근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예산 조정은 4대강 예산 부분이 신속히 정리돼야 조정작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도 예산안이 2009년 추경 대비 10조 원 가량이 줄어든 규모인데, 거의 모든 부처에서 삭감된 예산을 제출했기 때문에 4대강 예산을 줄이지 않고서는 교육·복지 분야 예산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4대강 사업을 바로 잡아야 경제 위기에서 오는 양극화 현상으로 빚어진 소외계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4대강 예산 대신 사람 예산을 해야 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반면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예결위 단독 처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야 할지도 몰라 한나라당이 미리 검토하고 있다"면서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끌어올리지 않겠다는 얘기로, 예결위가 독자적 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면 정상적으로 처리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예결위에서 단독으로라도 예산안을 처리하면 김 의장이 직권상정의 부담을 털고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수순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 위원장은 또한 "얼마 전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진들이 내놓은 타협안은 4대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변형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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