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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또 당하면 바보" vs "해외출장 자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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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또 당하면 바보" vs "해외출장 자제하라"

예결위 점거 파행…한나라-민주 '전시체제' 돌입

한나라당의 계수조정소위 구성 방침에 반발한 민주당의 예결산특위 회의장 점거로 인해 여야의 '연말 전쟁'이 충돌 코스로 접어들었다.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팽팽한 입장 차이가 원인이지만,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외부 변수까지 겹쳐 보름이 남은 올해 연말은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인 4대강 예산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없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 규모를 국토부의 3조5000억, 수자원공사가 담당하는 3조2천억을 기본으로, 여기에 환경부와 농림부 예산까지 합쳐 최소한 8조 이상으로 잡고 있다. 이 중 국토부의 예산으로 1조원만 남기고 나머지를 전액 삭감하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예산으로 책정된 6조7000억원을 4대강 예산으로 인정한다. 예결위 심의를 통해 일정한 삭감의 여지를 두면서도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1조원으로 삭감하면 아예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안상수 원내대표)이라고 주장한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291조8000억원 규모의 전체 예산 가운데 4대강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안팎이라며 다른 분야 예산안 처리를 위해 예결위는 정상가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4대강 예산에 집착하는 건 발목잡기가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이 가진 정치적 의미와 파급력에 주목한다. 향후 3년간 총 22조원이 투입되는 최대의 토목사업인 까닭에 엄청난 부작용이 필연적이고, 이명박 정부가 치적을 위해 임기내 완공을 서두르고 있다는 게 반대 논리다.

현재로선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몽준,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3자 회담'이 무산 위기에 몰렸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청와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하면 한나라당이 쉽사리 입장을 굽힐 여지가 좁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그 경우 여야 모두 적지않은 후폭풍을 겪을 게 뻔하고 정치권의 속성 상 연말께는 어떤식으로건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 "이견 공개 발언 삼가달라"

민주당은 '3자 회담' 제안의 불씨를 살려 시간을 벌어보려는 전략이다. 예결위 점거를 이어가며 대치 국면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해 보인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몽준 대표가 대통령과 함께 여야 대표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으면, 회담을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게 기본 도리"라고 압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장 점거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무조건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하면 결과는 날치기"라며 "우리가 끝까지 예산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싸움은 협상의 문을 열기 위한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국면에서 협상을 하자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다른 의견이 있더라도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계수조정소위 참여'를 주장했던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어떻게 집권여당의 대표가 청와대와 조율 없이 야당 대표에게 3자 회동을 제안했겠느냐. 청와대가 부인한다면 우리는 거짓말에 또 당하는 것"이라며 "거짓말에 또 당하면 민주당이 바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해서 3자 회담의 결과가 있을 때까지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관련 예산 조정이 한나라당과의 협상이나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차원에서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소위 구성에서 한나라당은 7명, 야당은 6명인 상황에서 참여하면 야당은 힘을 쓸 수 없고, 4대강 사업의 특성상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율권을 갖고 조정할만한 사안이 아니다"면서 "결국 청와대 차원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일단 19일 이명박 대통령 귀국 전후 3자 회담 수용 의사를 밝힐 때까지 점거를 유지하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 민주당이 17일 예결위원장석을 점거한 가운데 한나라당 심재철 예결위원장과 김광림 의원이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프레시안

한나라 "21일부터 해외출장 금지"

한나라당도 강경론이 절대적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21일부터는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해외 출장을 자제하라"며 전시태세 돌입을 지시했다. 이번주까지는 물밑협상과 민주당의 태도를 지켜보되 예산안 처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해 내주부터는 밀어붙이기를 감행하겠다는 뉘앙스다.

안 원내대표는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3자 회담을) 안 해주면 (하겠다고) 얘기할 때까지 농성하겠다고 했다"며 "안 되면 밟고 가라는 것이 민주당의 취지고 목적인 것 같다. 우리도 그 전략에 맞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오늘은 민주당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으니 일단 철수하자는 의미이고, 내일 예결위 소집은 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제가 생각하기로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날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도중에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와 만나 조정안에 대해 논의를 한 뒤에도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얘기를 해봤더니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더라"고 했다.

여야 중진의원 12명이 낸 '중재안'에 대해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거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중진의원들이 충정은 100% 이해한다"면서도 "제가 국토위원으로써 이 문제는 제가 더 잘 안다. 보 개수를 줄이고, 준설량을 줄이자는 것 등의 논쟁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심재철 예결위원장도 "여야 중진의원 모임에 대한 언론 보도가 예결위원들의 김을 빼고 있다"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한나라당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실제로 내부 균열로 비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중재안 작성에 참여한 남경필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인정하지 않던 민주당에서도 (일부 중진) 의원들이 4대강 사업을 인정한 것이 제일 중요한 지점"이라며 "이 정도 수준에서 합의를 보고 통과시키는 것이 당을 위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여야 중진 12인, '중재안' 마련

앞서 이날 오전 한나라당 김무성·이한구·남경필·권영세, 민주당 원혜영·김효석·정장선·김부겸·김성순·정범구, 자유선진당 권선택,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 등 여야를 아우르는 12명 중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사업은 추진하되 대운하 사업으로 의심될 수 있는 부문의 예산은 삭감한다. 따라서 보의 개수, 보의 높이, 준설량은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합의문을 만들었다.

회동 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지금부터라도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반대 편에 서 있는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야 한다"고 타협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중진들의 안이 현 국면을 타개할만한 카드가 되기에는 미흡해 보인다. 구체적 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국토부의 예산 3조5000억원 가운데 보 설치와 준설작업과 관련된 9000억 원 가량을 삭감하는 쪽으로 의견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4대강 예산의 4분의1을 줄이자는 것.

이는 1조원까지 깎자는 기본 방침과 차이가 나는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수용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한나라당은 대치정국의 추이와 민주당의 반응에 따라 중진 의원들의 안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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