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아침저녁으로 만원 버스와 만원 지하철에 시달리며 출퇴근을 하고, 정들어 살던 가난한 동네가 재개발 될까봐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행복전도사를 보면서 쓴 웃음 짓지만 월급날이면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로또를 사는 사람들. 나라꼴이 걱정되어 촛불을 들었다가 물대포와 벌금을 두들겨 맞은 사람들, 하지만 거리에 울려 퍼지는 구세군 자선냄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은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재벌들과 검찰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공장을 돌리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세상은 금세 멈춰버리고 말 것이다.
사실 가진 자들은 늘 제 입으로는 국민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은 한 번도 국민을 존중해본 적이 없다. 그들은 촛불을 든 국민을 잠시 무서워했다가도 금세 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우롱할 뿐이다. 차떼기를 해도 표를 주는 국민이라고 우습게 알고, 같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데도 비난을 퍼붓는 국민이기 때문에 하찮게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친일에 앞장섰던 신문을 아직도 가장 많이 읽고, 수많은 비리의 의혹을 가진 이를 대통령으로 뽑아 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깨어있는 백성이라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끝내 기억해야 하고 외쳐야 할 때는 반드시 외쳐야 한다. 지난 2002년 미선이 효순이 사건 당시의 촛불과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모티브로 한 밴드 굴소년단의 <메신저>는 바로 이러한 기억과 다짐에 대한 노래이다. 노래는 반복적인 레게리듬과 다채로운 연주가 이어져 친근한 대중가요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청 앞에 밝힌 촛불과 지하철 안에 놓인 국화꽃은 모두 눈물이며 기억이고 그러므로 약속이기 때문이다. 곡을 쓴 보컬 김원구는 특히 "우린 기억한다. 결코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행동하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언젠가 우리 사회가 변하리라 믿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들려준 밴드 굴소년단은 레게와 록, 팝과 어쿠스틱한 질감까지 모두 아우르는 실력있는 인디 밴드이다. 이 곡 말미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들어보면 이들의 매력을 조금 더 깊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올해 내놓은 첫 앨범이 네이버 이주의 앨범으로 뽑힐만큼 실력있는 밴드 굴소년단의 이름 정도는 기억해두기로 하자. 기억은 노래와 함께 더욱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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